2014-05-31_05-28.kml
5월 31일 토요일 윈드구루 예보상 전국적으로 기상이 대체적으로 좋았으며, 특히나 평창은 풍향 및 풍속이 최적이었기에, 비행욕심과 더불어 지난주 영월에서 입맛 버린 송어회의 입맛을 다시 찾고 싶어 비행계획을 평창으로 잡고, 클럽회원 9명과 함께 평창으로 출발했다.
평창에 도착해 식사를 하고 12시 20분경 이륙장에 도착했다.
이륙장은 의외로 한산해 동호인들이 많지 않았고, 이륙장 바람은 서풍에 2~3 m/s 정도로 릿지 바람에는 조금 부족해 고도를 잡고 비행하는 기체는 없었다.
회원들 각자 비행준비를 하고는 더미로 윤형기고문이 이륙하였으나 고도를 잡지 못했고, 뒤를 이어 송동규회원도 이륙했으나 역시 고도를 잡지 못하고 하강했으며, 윤형기고문의 착륙을 확인하고 장윤희회원을 이륙시켰다.
이륙전 이륙장 왼쪽에서 열이 올라오는 것을 확인하고, 왼쪽으로 전진시키니 써멀이 감지되어 무전으로 써클링을 시키니 부드럽게 열을 잡고 이륙장 상공까지 고도를 잡고는 비행을 한다. 바리오도 없이 지난번 영월에 이어 재미나게 열비행을 하는걸 보니 앞으로가 기대가 된다.
뒤이어 류교관, 하총무, 둘라형님의 이륙 비행을 확인한 뒤, 착륙장 픽업을 위해 버스를 가지고 내려갔고, 착륙장에는 주현이와 오감사님 말고는 모두 착륙해 있었으며, 곧이어 이륙장에서 주현이가 이륙해서 비행하는데, 잠깐 후에 이륙장을 올려보니까 이륙장 아래 숲속에 주현이 기체가 걸려있었다.
무전으로 안전을 확인하고는 회원들과 함께 이륙장에 올라 둘라형님과 함께 기체걸린 숲속으로 내려가 오감사님과 함께 기체를 수거해 이륙장으로 올라왔고, 기체 확인 및 정리 후, 장윤희회원을 이륙시키고는 2시반경 나도 이륙했다.
이륙해서 곧바로 오른쪽 사면으로 릿지를 붙이니 고도가 곧바로 상승되어 두어번만에 송신탑위로 올라섰다.
뒤이어, 오감사님과 하총무, 둘라형님도 이륙해 함께 고도를 잡아가며 비행을 하는데, 처음 20~30분간은 그다지 고도가 오르지 않아 다들 900~1,000m 정도가 한계였다가 어느 순간 이륙장위에서 2m 정도의 열을 잡고 고도 1,100까지 올라가는데 앞쪽에서 나보다 밑에 있던 하총무가 열을 잡고 순식간에 위로 올라가버리는 걸 보고는 얼른 내 열을 끊고 하총무가 상승한 지역으로 가보니 기체가 마구 솟구쳤고 코어속에 들어가보니 4~5m의 상승으로 꾸준히 기체를 올려준다.
고도는 금새 2,000m를 넘어섰고 계속해서 2,100, 2,200, 2,300을 지나 나의 국내기록인 2,412m도 넘어서 어느새 2,500m도 넘어섰다.
그 와중에 오늘 한번 내 목표인 백두산높이(2,750m)이상 올라가보자 라는 부푼 기대를 안고 열심히 고도를 올려봤으나. 2,500을 넘어선 후에는 상승이 둔화되다가 2,592m를 정점으로 상승이 끊어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위와 아래의 공기가 확연히 차이가 났다.
2,500m정도를 기점으로 멀리 수평선과 같이 아래쪽은 지상에서와 같이 뿌연 가스층이 형성되있고 위쪽은 아주 맑고 투명했는데, 이 부분이 역전층이라는 걸 확연히 알 수 있었다.
2,750m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더 이상의 한계를 느끼고는 회원들에게 자랑질(?)좀 하고나서 오른편 뱃재쪽으로 이동했다.
뱃재를 지나 방림쪽으로 가면서 남병산 너머 큰 골짜기를 지나 계속 진행을 할 것인지, 다시 돌아갈 것인지에 대해 많이 갈등을 했는데, 다행히 버스는 주현이가 끌고 내려간다해서 부담은 없었고, 착륙은 여기저기 강들이 많고 물이 바짝 말라있어 착륙에 대한 부담도 많지 않았지만, 단지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다시 돌아올 길이 막막했고, 주머니에는 지갑도 없었다.
하지만 충분한 고도와 좋은 기상여건이 너무 아쉬워서 “에라 모르겠다 일단 한번 가보자, 올때는 택시타고 오면 되겠지”하고 맘먹고는 무전기로 팀원들에게 크로스한다고 말해주고 남병산너머 골짜기를 건너면서 고도 1,700까지 까졌다가 골짜기에서 올라오는 작은열을 하나 잡고 다시 고도를 1,900까지 올려서는 북쪽으로 이어지는 사면을 따라 진행했다. 풍향을 따라 동쪽으로 가고 싶은 마음도 많았으나, 동쪽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첩첩산중이라 일단은 북쪽으로의 능선을 따라 진행을 했다.
가는 중간 중간 열을 잡아 고도를 올리다가 너무 능선 뒤편으로 넘어가면 열을 끊고 다시 능선위로 올라오면서 고도를 1,600~2,000m사이를 유지하며 능선을 따라가는데 북쪽으로 멀리 시내가 보여 스마트폰으로 확인해보니 진부였다.
일단은 능선 끝까지 진행해 진부쪽으로 방향을 바꿔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능선을 타고 진행하는데 백석산(1,365m)에서 다시 열을 하나 걸린다.
1m/s정도의 작은열이긴 하나 풍하쪽으로 흘러가면 뒤편에 다시 고도를 올려줄만한 산(두타산1,394m)있고 뒷산의 능선을 타고 진부쪽으로 진행하자 생각으로 앞쪽의 능선을 포기하고 뒤쪽으로 써클링하면서 뒷산쪽으로 가는데 가다가 상승이 멈추고 나서는 앞쪽산에서 넘어오는 기류로 인해 3~4m/s의 하강을 하면서 뒤쪽 산쪽(두타산1,394m)에 고도 800정도 까먹고는 고도 1,000m정도로 7부능선 사면에 붙었다. 사면에 도달하니 예상대로 상승바람이 좋아서 릿지로 어렵지 않게 산 정상 위로 올랐다.
정상에서 둘러보니 멀리 뒷편으로 높은산 정상에 건물이 보였고 산너머에는 시내가 보였다. 스마트폰으로 위치를 확인해보니, 산정상의 건물은 예전 한참 스키에 빠져있을 때 숱하게 올랐던 용평스키장 발왕산 정상의 곤돌라 하우스였고, 시가지는 횡계였다. 다시 목표방향을 횡계로 잡고 열을 잡아 뒤쪽으로 흘러가면서 고도 2,000까지 올라갔다.
상승이 멈춰 다시 방향을 발왕산(1,458m)쪽으로 진행해 가는데 산 뒤쪽 계곡에 댐(도암호)이 보이고 그 뒤편 산위에는 풍력단지가 보였다. 그리고 더 이상 높은 산도 보이질 않고 멀리 바다가 보이는 것 같았다. 순간 저 풍력단지만 넘어서면 동해바다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스마트폰으로 확인해보니 동해바다가 그다지 멀지 않은 것 같고, 시간을 보니 4시반 으로 요즘은 해가 길어서 시간도 충분하고 고도도 충분해 다시 목표를 동해바다로 변경했다. 그런데 일단은 내가 예전에 스키 한참 탈 때의 추억이 생각나 용평스키장 발왕산 정상을 찍고 고도를 잡아 풍력단지를 넘어 동해바다로 가기로 맘을 결정하고는 발왕산으로 향해 가다가 중간에 1~1.5m/s의 열이 하나 있길래 일단은 사면 뒤쪽으로 써클링을 하다보니 그냥 이대로 계속 써클링해서 뒤쪽 풍력단지를 넘어 동해로 갈까 하다가, 에이 고도 충분한데 발왕산 꼭대기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그쪽에서 다시 고도잡으면서 넘어가야지 하는 생각에 열을 끊고는 발왕산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충분한 고도가 있어 발왕산 정상을 쉽게 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바람이 강해 고도가 계속 침하되면서 능선 앞으로 쉽게 나가질 못했다. 그래도 고도가 있기에 풋바를 밟고 가면 저 정도야 못가겠나 싶어 계속 바람방향과 사선으로 해서 능선 앞쪽으로 진행하려는데, 점점 고도가 더 침하되고 능선 앞쪽으로 나아갈 수 있는 확신이 자꾸만 떨어졌다. 이러다가 만약 이렇게 계속 고도가 침하되면서 능선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면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상 능선을 포기하고 더 낮은 능선을 향해 전진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아 정상높이 정도인 1,450m 정도에서 앞쪽 능선은 완전히 포기해버리고 와류를 피해 뒤쪽으로 방향을 틀어 부리나케 도망갔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넘어오는 바람의 와류로 인해 기체가 6~7m의 급하강과 함께 글라이더가 마구 마구 무너지고, 한쪽으로 휙 돌아가고 정말 난리가 났다.
정말 여기에 떨어지면 끝장이라는 생각과 함께 온몸의 신경을 바짝 세우고서 동물적인 감각으로 기체를 정신없이 회복해가면서 뒤쪽으로 계속 도망갔다.
여러번 곤욕을 치르면서 그래도 다행히 호수를 건너고 뒤쪽 산의 사면에 간신히 도달했다.
사면에 붙이니 고도는 더 이상 떨어지진 않지만 앞쪽 높은 산에서 넘어오는 와류로 인해 글라이더가 여전히 난리를 부린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 어디 착륙할 만한곳이 없을까 하고 찾아봐도 온통 산과 물 밖에는 없고 단지 골짜기를 지나서 보이는 골프장밖에는 착륙할 만한 곳이 없었다.
어찌되었든 뒤쪽산의 사면을 타고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는데, 계속 앞산에서 넘어오는 와류로 인해 글라이더가 접혀서 사면에서 충분한 거리를 두고 나오는데도 몇 번이나 나무에 걸뻔하다가 간신히 회복시켜서 골짜기를 빠져나왔다.
골짜기를 빠져나오니 더 이상 와류는 없어지고 편안해졌다.
그러고 나니 다시 욕심이 살짝 생겼다. 저 골프장에서 열을 잡으면 다시 고도를 잡고 산을 넘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 걍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안전한데 내리자 하는 마음도 들고 했는데, 욕심만한 열을 건지지는 못하고, 라운딩하는 골퍼들의 환영을 받으면서 그린 바로옆에 안전하게 착륙하고 비행을 마쳤다.(오후 17:06분)
골퍼들에게 골프장 이름을 물어보니 버치힐CC라고 한다.
일단 팀원과 연락한 후에 인증샷을 찍고나서 기체를 접는데, 골프장 직원한명이 카트를 타고와서 다가오길래 잔소리하러 오는가보다 했는데, 괜찮으냐고 물어보고는 클럽하우스까지 모셔드리러 왔다고 하면서 기체 접는 것 까지 거들어준다.
카트를 타고 오면서 보니 클럽하우스 까지도 꽤 먼거리였는데 정말 고마웠다.
클럽하우스에 도착해 택시를 불러 팀원들과 만나기로 한 방림삼거리까지 타고 갔는데 택시비가 통행료까지 76,600원이 나왔다.
택시에서 내려 클럽버스를 타고 방림 송어횟집에서 각자의 비행담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이번 비행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어찌보면 충분히 태백산맥을 넘어 동해로 갈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쓸데없이 발왕산 정상을 들러가기 위해 열을 끊고 능선앞으로 나가려 했던 것이다.
그 상황에서도 바람의 세기를 빨리 인지해서 조금만 더 빨리 포기하고 뒤쪽으로 빠졌더라면 와류권에 빠지지 않고 충분히 뒤편 풍력단지 산정상(1,150m)을 넘어 동해쪽으로 갈 수 있었는데 정말 아쉬움이 남는 비행이었다.
다음에도 같은 상황 같은 기상이라면 동해바다까지도 충분히 갈 수 있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