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동네 1심 재판 선고에 대하여
국민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
지난 3년여 동안 천주교 사회복지시설인 꽃동네에 대한 수사와 재판으로 빚어졌던 사회적 물의에 대하여 국민 여러분에게 크나큰 유감의 뜻을 전해 드립니다. 아울러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꽃동네를 염려해 주시고 후원해 오신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꽃동네는 지난 2002년 7월경부터 검찰의 내사, 9월경부터는 계좌추적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2003년 1월 21일 검찰은 언론에 그 피의사실을 불법적으로 공표하였고, 2003년 2월부터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하였습니다. 한편 MBC, 오마이뉴스를 필두로 한 일부 언론 보도와 검찰의 기자회견은 꽃동네를 온갖 비리와 부정의 온상으로 몰았으며, 급기야는 2003년 4월부터 여러 차례 있었던 검찰의 강제 압수수색, 200여 명에 달하는 참고인들과 100여 명에 가까운 수도자들을 소환하는 방대하고 무리한 수사가 강행되었습니다. 2003년 8월 1일 청주지방검찰청 충주지청은 꽃동네 설립자인 오웅진 신부가 34억 6천만 원이라는 거액을 횡령하였으며, 두 수도자를 비롯 지역 주민 그리고 환경운동가와 함께 태극광산의 업무를 방해하고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를 하였습니다. 그 후 오웅진 신부와 꽃동네는 2년이 넘도록 100여 명의 증인이 출두한 27회의 공판과정을 거쳐 지난 10월 20일 1심 판결을 선고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불법적인 피의사실 공표로 오웅진 신부는 성직자를 가장한 파렴치범으로 낙인찍혔고, 300여 명의 수도자들과 5천 여 꽃동네 가족들은 표현하기 어려운 불안과 심적 고통을 겪었을 뿐 아니라, 꽃동네 회원이 수만 명이 감소하고 자원봉사자가 급감하는 등 꽃동네는 유형무형의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또한 한국 천주교의 도덕성과 신뢰성에는 돌이키기 어려운 상처가 입혀졌습니다.
천주교 청주교구는 그동안의 검찰 수사와 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한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자 합니다.
1. 무엇보다도 먼저 천주교 청주교구는 꽃동네가 비리의 온상이나 인권유린의 사각지대가 결코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오웅진 신부와 꽃동네 수도자들은 가난한 이들을 헌신적으로 사랑하고 있는 천주교 사제요 수도자입니다. 따라서 지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왜곡하여 오웅진 신부를 부도덕한 인물로 매도한 일부 인사들과 언론 관계자들의 철저한 반성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특별히 피디(PD) 수첩을 통하여 오웅진 신부를 일방적으로 매도한 문화방송(MBC)은 공영방송으로서 져야할 책임을 스스로 지는 모습을 반드시 보여야 할 것입니다. 국가의 중추적인 공익기관인 검찰은 근거가 분명한 혐의에 대하여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수사를 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법을 적용하여 기소여부를 공정하게 판단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권한의 남용과 오용이 없었는지 되돌아 보아야 할 것입니다.
2. 지난 10월 20일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은 1심 판결로 오웅진 신부에게 징역 1년 6월의 집행유예 2년의 형을, 2명의 수도자와 지역 주민 1명에게 각 징역 8월의 집행유예 2년의 형을, 환경운동가에게 벌금 200만 원의 형을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천주교 청주교구는 그 형량의 과다라든지 그동안의 공을 감안하여 집행을 유예한다는 등의 선고 결과에 개의치 않고 있습니다. 문제는 검찰이 기소한 내용에 대한 재판부가 내린 판결의 타당성과 합리성입니다.
첫째, 천주교 청주교구는 검찰이 기소한 21억 2천만원의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하여 세심한 심리를 거쳐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판결을 환영하는 바입니다. 이점에 대해서는 이미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있었던, 지난 2003년 8월 4일과 7일 천주교 청주교구가 성명서를 통하여 신자들과 국민 여러분에게 사실을 밝힌 바와 같습니다. 청주교구가 파악하고 확인한 사실에 따르면, 오웅진 신부는 결코 도덕과 양심을 거슬러 꽃동네 회비를 지출하고 국고를 유용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한마디로 오웅진 신부가 사적으로 자금을 유용하고 땅을 투기하거나 회비와 국고를 횡령하였다는 그동안의 주장은 사실 무근임이 밝혀진 것입니다.
둘째, 국고보조금 12억 원 중 약 5억 원을 오웅진 신부가 편취하였다는 판단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을 표명하는 바입니다. 종합복지시설인 꽃동네의 성격을 감안해 재판부가 스스로 7억 원의 부분이 무죄라고 선고한 바로 그 기준과 사유를 고려하고, 또한 그렇게 수령된 국고 보조금이 전혀 사적인 용도나 불법적인 목적에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재판부가 인정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5억 원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같은 논거를 적용해 무죄로 판결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특별히 꽃동네가 자발적으로 12년 전인 1993년 6개월간 전문가의 엄밀한 행정업무 분석과 경영진단을 받아 종합복지시설 체계를 갖추었으며, 1997년 3개월 간 유수한 회계법인의 회계진단을 받아 각 시설을 합리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국고를 절약하고 업무의 효율을 극대화해 온 노력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오웅진 신부와 꽃동네 수도자들이 결코 사회복지시설과 업무에 종사하지 않으면서 계획적으로 허위서류를 만들어 국고보조금을 편취한 적이 없습니다. 그들은 사회복지시설에 종사하는 일반 직원들이 결코 아니라, 개인적 욕심이나 사회적 성취 동기를 포기하고 자신의 일생을 바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희생의 삶을 살고 있는 수도자들입니다.
사회복지 전문 인재양성과 복지시설 생활자의 재활과 사회적응 교육을 권장하는 보건복지부의 정책과 행정법규의 근본적인 목적에 비추어, 법률을 합목적적으로 해석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협소한 기준을 적용해 국고보조금 편취라는 결론을 내린 것에 대하여 아쉬움을 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셋째로, 천주교 청주교구는 재판부가 태극광산 개발 반대에 관련된 업무방해와 명예훼손에 대해 그 행위의 배경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전체적으로 유죄를 인정한 점에 대해서는 매우 실망스럽게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꽃동네의 수사와 재판에는 태화광업 측의 광산개발 사업이 배후가 되었다는 사실과 꽃동네가 지역주민들과 함께 광산개발을 반대할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이 반드시 고려되었어야 합니다. 지역 주민들과 꽃동네가 광산개발을 반대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개발업자들의 부당한 행위, 환경파괴는 물론 지하수 고갈의 위험, 생존권에 대한 위협때문이었습니다. 결국 광산개발에 관련된 유죄 판결은 물질이 생명의 가치보다 우선한다는 서글픈 우리 사회의 왜곡된 가치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주민의 생존권을 지키려는 노력과 그 과정에서 빚어진 공방을 업무방해나 명예훼손으로 판결했다는 것은 균형감을 잃은 부당한 처사라 하겠습니다. 반대 논리를 펴자면, 태화광업이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였으며 꽃동네 업무에 말로 다할 수 없는 방해를 하였다고 기소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재판부가 어떠한 판결을 하였던 광산개발은 앞으로도 환경보호와 주민 생존권 수호라는 차원에서 반대를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여기에 덧붙이고자 하는 것은, 태극광산개발과 관련하여 이번 재판만이 아닌 다른 민사재판도 진행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며 따라서 그 심리에 있어서 사법부의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마땅하다는 점입니다.
3. 결론적으로 천주교 청주교구는 꽃동네 오웅진 신부가 1심 재판을 통하여 개인적으로 이익을 취하거나 횡령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밝혀진 것을 당연한 사실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껏해야 업무 혼선이나 혼동이라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유죄가 선고된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금하지 못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광산개발로 빚어질 환경파괴를 막고자 한 노력을 업무방해와 명예훼손으로 단죄한 판결에 대하여는 그 부당함을 주장하는 바입니다. 자연과 인간 생명의 고귀한 가치는 광산개발로 얻어질 금이라는 물질의 가치와 비교할 수 없는 존엄한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천주교 청주교구는 오웅진 신부와 함께 꽃동네의 탄생과 성장, 발전과정을 목격해 온 증인입니다. 30년 가까운 꽃동네 역사에는 여러 공과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웅진 신부와 수도자들의 사소한 운영상 과실이 3년을 넘게 수사기관의 수사와 사법기관의 재판을 받아야 할 만한 사안이 결코 아니었으며, 언론의 매도 대상이 될 수 없었다는 확신을 지니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 천주교회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가 나고 결국 꽃동네의 아름다운 열매를 훼손하고 만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본의 아니게 꽃동네 수사와 재판으로 염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다시금 송구스럽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그동안 꽃동네에 보여 주신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그동안에도 말없이 꽃동네를 후원하고 자발적으로 찾아 와 봉사활동을 해 주신 많은 봉사자들, 젊은이들과 학생들 그리고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 주신 300여 수도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더욱 변함없는 성원과 후원의 손길을 보내 주시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05년 10월 24일
천주교 청주교구 꽃동네대책위원회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찬미예수님! 보지않고도 믿는이는복되도다하셨습니다, 꽃동네의봉사하시는모든이에게하느님의평화와성모님의은총을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