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9.4(금) 음 7.16-지율 스님의 10원

[박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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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보름이었다.

이 보름달을 다시 볼 때면 추석이겠구나

밤 중 퇴근길 습관처럼 하늘을 올려다보지만 구름에 가렸다.

어제달은 정말이지 밝았는데....

가을 하늘의 높음,시원함,멋진 푸르름이 주는 에로스함과 더불어

가을 밤 달빛 또한 이에 견줄 만하다.

낮에도 보고, 밤에도 보자.

지율 스님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날만큼 마음이 먹먹해진다.

그 모습들을 기억한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진정성은 에로스다.

그냥 가는거 이게 힘이다.

이게 삶이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 반대운동에 앞장섰던 지율 스님이 조선일보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5부는 그제 지율 스님이 “터널공사 반대 단식농성을 악의적으로 다뤄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 신문사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조선일보가 천성산 공사지연으로 인한 직접 피해액을 부풀려 보도했다”며 “정정보도와 함께 위로금으로 지율 스님이 요구한 10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스님 혼자서 거대 언론사를 상대로 벌인 ‘나홀로 소송’의 승리였다.

지율 스님은 조선일보를 상대로 갖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맨몸으로 나서 승소했다고 한다. 조사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나도 이제 살아야겠다’고 돌아서고, ‘천성산에 도롱뇽이 살지 않는다’는 거짓말로 신의를 저버리는 상황에서도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 결과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불리한 여건에서도 조선일보가 터널공사 중단에 따른 직접 피해액을 사실(145억원)의 170배가 넘는 2조5161억원에 달하는 것처럼 기사화한 내용을 밝혀낸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의미는 삽질경제와 개발논리에 뒷걸음질치는 환경보호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사실이다. 개발론자들은 올 4월 지율 스님이 터널공사를 반대하다가 업무방해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을 빌미삼아 거짓말을 퍼뜨리는가 하면 ‘발전의 걸림돌’ ‘법치의 이완’ ‘민주주의 적폐’ 운운하며 환경운동을 싸잡아 매도했다. 하지만 자연과 환경보호는 어느 시대, 어느 곳을 막론하고 돈과 효용성 등을 앞세워 그 뜻이 훼손돼서는 안되는 보편적 가치다. 그런 의미에서 법원이 ‘생태와 환경을 무시한 경제 중심의 관념에 경종을 울린다’는 취지로 지율 스님이 청구한 위자료 1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200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