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기술자나 천재라는 명칭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지요. 때로는 이 두 개념이 서로 혼용되거나 중복되기도 합니다. 혹은 가치가 매겨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기술자보다 천재가 더 가치 있는 존재인가요? 대체 천재란 무엇인가요?
천재는 대개 사회에서 특출하고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만큼 뛰어난 성과를 이룬 사람, 특히 예술가(모차르트,베토벤,괴테,피카소)나 학자(뉴턴,아인슈타인)에게 붙는 말입니다. 미학에서는 천재를 탁월한 문화적 성과를 창조해낸 직관적이고 독창적인 사람이라고 정의하지요. 역사적으로 보면 천재는 대부분 남자들이었고,예술적인 천재는 훈련이나 교육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신의 선물’을 안고 태어난다고 여겼습니다. 이것이 바로 낭만주의 천재의 표상입니다.
바로크 시대에는 이런 천재의 개념이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바흐의 천재성을 묻는 질문에 무어라고 답하기 어렵습니다. 동시대 사람들이 보기에 바흐는 뛰어난 오르가니스트이자 멋진 즉흥연주자였고 종종 비범한 작곡 기법으로 복잡한 작픔을 만들어 세간을 놀라게 하던 작곡가였지요.
그 시대의 기준과 바흐 자신이 이해한 바대로 본다면, “예술의 기술자”라고 불러야 타당할 것입니다. 아마 바흐 자신도 이런 호칭을 칭찬으로 받아들였을 겁니다.
하지만 오늘날 그의 작품이 클래식 음악의 고전으로 추앙받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일말의 의구심도 없이 바흐의 이름을 천재의 반열에 올릴 수 있을테지요.사람들이 더 이상 바흐의 푸가를 완벽한 수공의 결과물로만 보지 않습니다. 그것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아름다운 창조물이지요.
천재인가, 기술자인가라는 판단은 예술적인 성과에 대한 타당한 이해와 기준,그리고 예슬가 개인의 삶을 규정하는 미학적·역사적 조건과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편‘천재적이다’라는 표현이 실제로 어떤 작품의 가치를 인정해서 나온 것인가는 이와는 전혀 별개의 질문입니다.
<출처:쾰른음대 교수진,‘클래식 음악에 관한101가지 질문’_0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