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서둘러 정자역에서 만난 우리는 군산으로 향하는 승합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드디어 2026년 시설단기사회사업의 대미를 장식할 합동수료식에 참석하는 날입니다. 몇 달 동안 준비하고 실천했던 여정의 마지막 장면이 펼쳐질 순간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창밖으로 뜨거운 햇살이 쏟아졌지만 차 안의 분위기는 한결 가벼웠습니다. 운전대를 잡은 직원도, 발표 자료를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실습생도, 동행한 사회사업가들도 저마다 설렘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마치 먼 길 끝에 도착할 축제를 향해 가는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생각해 보면 합동연수 이후 모든 기관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습니다. 기관 간 교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각자의 선택에 따른 만남이었습니다. 반면 이번 합동수료식은 달랐습니다. 복지요결을 바탕으로 실천한 사회사업의 과정과 성과를 함께 돌아보고, 그 안에서 배우고 성장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모인 자리였습니다.
군산에 도착한 우리는 먼저 든든히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누군가는 사람을 밥심으로 산다고 말합니다. 사회사업에서도 함께 먹는 일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닙니다. 한 달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애써 온 이들에게 식사는 마음을 나누는 또 다른 의식과도 같습니다. 전라도답게 상 위에는 푸짐한 음식들이 가득했습니다. 눈으로 먼저 즐겁고, 코로 향을 맡고, 입으로 맛을 나누는 사이 어느새 긴장도 조금씩 녹아내렸습니다. 함께 웃고 이야기하며 식사를 나누는 모습은 이미 수료식의 시작을 알리는 작은 잔치와도 같았습니다.
행사장은 생각보다 소박했습니다. 커다란 현수막도, 요란한 축하무대도 없었습니다. VIP를 소개하며 박수를 받는 자리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좋았습니다. 이 자리는 누군가를 치장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사회사업의 과정을 진솔하게 나누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것은 화려한 장식이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축하하며 응원하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발표는 세 명씩 진행되었습니다. 실습생들은 자신이 품었던 과업과 그 과정에서 만난 당사자의 삶을 한 사람씩 소개했습니다. 어떤 이는 지역사회 안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었고, 어떤 이는 오랜 소원을 이루기 위해 이웃들과 손을 맞잡았습니다. 발표가 이어질수록 단기사회사업은 과업 수행이 아닌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과정이라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말아톤주간이용센터 김선민 실습생의 발표는 두 번째 순서였습니다. 갑작스럽게 순서가 앞당겨지자 잠시 놀라는 듯했지만, 곧 차분한 표정으로 단상 앞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황상배 님의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낚시여행이라는 소박한 바람 하나에서 시작된 과업. 그러나 그 과정은 단순히 낚시를 다녀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가족과의 관계를 다시 잇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당사자의 강점과 어른다움을 발견하는 여정이었습니다. 특히 가족과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회복되어 가는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황상배 님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삶의 주인이 되어 가는 모습은 복지요결이 말하는 당사자 중심 사회사업의 의미를 고스란히 보여주었습니다. 발표가 끝나자 곳곳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황상배 님의 삶을 통해 드러난 사람다움은 전국에서 모인 예비 사회사업가들의 마음에도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열띤 발표가 이어지면서 저녁 식사 시간은 조금 늦어졌습니다. 하지만 모두의 얼굴에는 피곤함보다 만족감이 묻어났습니다. 더숨99지원센터에서 준비한 삼계탕은 뜨거운 날씨와 긴장된 발표로 지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공식 수료식. 그동안 여러 사람에게 "감동과 눈물의 바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 과장된 표현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수료식이 열린 작은 예배당은 공간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은은한 조명과 잔잔한 음악, 서로를 바라볼 수 있도록 배치된 의자들 속에서 실습생들과 실무담당자들은 자신의 배움과 희망, 감사의 마음을 차례로 나누었습니다.
누군가는 성장의 기쁨을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실패와 좌절 속에서 배운 소중한 교훈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누군가가 손을 잡아주었고, 등을 토닥여 주었습니다. 그날의 눈물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습니다. 당사자와 함께 걸어온 시간에 대한 감사, 서로를 향한 존중, 그리고 앞으로도 좋은 사회사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흘러넘친 결과였습니다.
김선민 실습생 역시 자신의 수료사를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는 이번 단기사회사업을 통해 두 가지를 배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첫째, 사회사업가는 돕는 사람이 아니라 헤아리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당사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애쓰고, 당사자의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순간 비로소 사회사업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둘째, 잘 부탁하기 위해서는 기다림과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성급하게 부탁했다가 거절당했던 경험 속에서 오히려 관계의 중요성을 배웠고, 충분히 기다리고 곁에 머물러야 비로소 진정한 부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몸으로 익혔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깊이 공감했습니다. 실제로 김선민 실습생은 황상배 님을 위해 누구보다 부지런히 묻고, 의논하고, 부탁했습니다. 그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오히려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과연 그만큼 묻고 있었는가. 나는 과연 충분히 기다리고 있었는가. 나는 과연 당사자의 삶을 헤아리려 애쓰고 있었는가.실습생의 발표를 들으며 오히려 실무담당자인 내가 배움을 얻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단기사회사업이 가진 힘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튿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더숨99지원센터는 식사와 간식, 음료까지 아낌없이 준비하며 참석자들을 섬겨 주었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건네는 따뜻한 환대 덕분에 식당은 웃음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마지막 수료식과 군산 맛집에서의 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아쉬운 마음으로 단체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차량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할 때까지 더숨99지원센터 직원들은 주차장에 남아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그 따뜻한 배웅의 장면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생각했습니다. 왜 단기사회사업이 필요한가. 내가 내린 결론은 분명합니다. 단기사회사업은 단순히 실습생을 교육하는 사업이 아닙니다. 당사자의 삶을 중심에 두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는 복지요결의 실천을 가장 밀도 높게 경험하는 장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실습생만 변화시키지 않습니다. 실무자도 배우고, 기관도 배우고, 지역사회도 배우게 됩니다.
젊은 예비 사회사업가가 온 힘을 다해 당사자의 삶을 거들고 관계를 일구어 가는 모습은 현장의 사회사업가들에게도 강력한 질문을 던집니다. "개인별지원은 정말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 질문은 기관의 체질을 바꾸고, 사람을 변화시키며, 결국 더 좋은 사회사업으로 이어집니다. 이번 합동수료식은 단순한 과정의 마무리가 아니었습니다. 황상배 님을 비롯한 여러 당사자들의 삶이 존중받고 축하받는 자리였으며, 서로의 성장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잔치였습니다. 또한 복지요결이 말하는 사회사업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축제의 한가운데서, 좋은 사회사업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시작된다는 가장 소중한 사실을 다시 한 번 배울 수 있었습니다.
2026년 7월 28일 화요일
김전승
첫댓글 충실한 기록과 정리 고맙습니다. 동료 후배 학생들이 두고두고 보고 배울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