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證言) 신옥순(辛玉淳) - 두 세계에서 살다 1. 별난 아이 1 나의 고향은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용문산 아래에 있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나는 6남매 중 막내이자 유복녀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외롭고 여러 가지로 어렵게 자라났다. 2 당시는 우리나라가 일본 치하에 있었기 때문에 열심히 농사를 지어 놓으면 일본인들이 공출이라는 명목을 앞세워 모두 빼앗아 가고 콩깨묵과 밀, 보리를 섞은 잡곡을 조금씩 주어서 그걸로 겨우 연명했다. 3 그런 광경을 목격할 때면 의분심이 복받쳐 내 민족이 땀 흘리고 수고해서 지은 곡식도 못 먹고 죽도록 고생만 하고 사는 것이 어린 마음에도 몹시 서글펐다. 4 제2차 대전이 일어났을 무렵, 나는 장차 이 나라가 어떻게 될 것인가, 왜 이렇게 혼란스러운가 하고 늘 걱정하였으며, ‘내가 이 민족과 나라를 위하여 할 일이 없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5 우리 집안은 너무 완고해서 예의범절에만 신경을 쓰며 나에게 문밖출입도 못하게 했다. 나는 그런 것이 무섭고 싫어서 ‘가정에 얽매어 살다가는 나라를 위하여 아무 일도 못 할 것이다’고 생각되어 그때부터 집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6 집에서는 어떻게든지 일을 시켜서 나의 마음을 돌리려 애썼으나 ‘배우지 못한 것도 원통한데 일만 하고 산다면 짐승보다 나을 것이 무엇이냐, 그럴 바에는 차라리 멋진 거지가 되자’고 생각하며 들이나 산으로 돌아다녔다. 남자아이들처럼 고기를 잡고 때로는 사냥도 하면서 2년 동안 돌아다니니 동네의 망나니로 소문이 났다.
7 집에서 꾸중을 듣던 어느 날 뒷산의 밤나무에 올라가서 밝은 달을 쳐다보며 ‘죄인이든지 죄인이 아니든지 누구나 공정하게 대해 주시는 하나님이 저 달 속에 계시지 않을까, 하나님은 내 마음을 아실 것이다’고 하나님께 하소연하면서 사흘 밤을 꼬박 새웠다. 8 사흘째 되는 날 밤에 “오냐! 나도 너와 같이 외롭고 불쌍한 자를 친구 삼기 원하고 있다”라고 하는 소리가 들리며, 달 속에서 죽은 나사로가 무덤 속에서 나타나듯이 온몸에 붕대를 감은 할아버지가 나타나셔서 “나도 너와 같이 괴롭고 슬프기 때문에 이런 가운데 있다”라고 눈물을 흘리셨다.
9 그 눈물은 가슴으로 뚝뚝 떨어졌다. 그런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슬프고 서러워서 그 할아버지를 붙들고 울었다. 그 할아버지는 하나님이라고 하셨다. 하나님은 나와 같은 사람과 함께 계시므로 나는 이 세상에서 절대로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나님과 약속을 했다. 10 그 후로 이따금 혼자서 용문산에 들어가 ‘나 같은 인생은 몇 만명 죽어도 아깝지 않으니 이 민족과 이 나라를 살릴 수 있는 영도자가 나오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며 많이 울었다. |
첫댓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