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시간에 고전읽기004 박씨전
낭군 같은 남자들은 조금도 부럽지 않습니다
나유덕
♠창작시기 :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고, 또 작품의 의도가 전쟁의 상처를 극복해 내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걸로 봐서 대략 17세기 후반에 창작된 것으로 추정
♠이본 : 박씨전은 춘향전, 구운몽 다음으로 이본이 많음(70여종). 이본은 대개 기존의 이야기를 자기 식으로 바꿀 때 생겨남. 이본이 많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고 거기에 자기의 생각을 반영할 정도로 적극적인 독서를 했다는 것을 말해 줌.-박부인전, 명월부인전, 이시백전, 충렬부인전, 박씨부인전 등으로 제목도 다양, 임경업장군이 큰 비중으로 등장하는 이본도 많아 임경업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음.
♠실존인물과 창조된 인물 : 역사적 인물들(인조, 이득춘, 이시백, 임경업, 김자점, 용골대)은 모두 남성이고 허구의 인물들(박씨부인, 계화, 청나라 왕비, 기홍대)은 모두 여성. 역사에 실재한 남성들은 무능력하여 끝내 나라를 지키지 못하고 허구로 창조된 여성들은 초인적인 능력에다가 용기와 지혜까지 갖추고 있음.☞조선후기 여성 사회의 일각에서 일기 시작한 남성 사회에 대한 도전 의식을 반영, 자유롭지 못했던 당시 여성들에게 정신적인 위안을 줌.
♠박씨 부인이 남편을 꾸짖는 대목 : 오로지 못생긴 외모 때문에 부인을 구박했던 남편의 용렬함에 대한 질책은 다름 아닌 여성을 바라보던 그릇된 시각에 대한 질책이며, 그러한 현실 속에서 괴로워하던 많은 여성들의 목소리. “낭군 같은 남자들은 조금도 부럽지 않습니다”라는 말 속에는 여성보다 훨씬 못하면서도 남성이라는 이유로 군림하는 졸장부들에 대한 질책이 담겨 있음. 온전한 인격체로 대접을 받지 못했던 많은 여성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동시에 여성의 능력을 외모로만 판단하던 당시의 사회 풍토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고 있음.
♠새로운 가치와 오래된 가치의 공존 : 어떤 가치를 비판하는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가치를 재확인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지님
-박씨가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신하고 나서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는 부분☞여성의 외모를 능력과 동일시하는 설정은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면서도 그런 가치관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음.
-박씨라는 여성 영웅의 존재☞개인의 능력에 국한됨. 큰 활약을 펼치기는 하지만 그저 남성 영웅의 흉내를 내고 있을 뿐인 것처럼 보여짐.
-박씨의 활약상은 유교적인 충의 관념에 따른 것으로 전쟁으로 고통받는 백성들을 지켜내는 것보다는 위정자들의 안위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음
-왕비를 데려가지 않는 조건으로 용골대 일행을 그냥 돌려보내는 부분에서는 수많은 백성의 목숨보다, 적장에 대한 복수보다 중요한 것이 왕비의 안위라는 사고
-병자호란으로 인해 나라 전체가 엄청난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이 하늘의 뜻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백성들을 고통으로 몰아넣은 위정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