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트로이아의 건국
어떤 도시는 세워지는 순간부터 이미 신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트로이아가 바로 그러했다. 그리고 그 빚은, 수백 년이 지나서도 완전히 청산되지 않았다.
I. 다르다노스의 이주
이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기 훨씬 전, 제우스에게는 다르다노스라는 아들이 있었다. 그는 사모트라케 섬(혹은 아르카디아라고 전하는 이들도 있다)에서 나고 자랐으나, 어느 날 홍수로 고향을 잃고 바다를 건너 낯선 해안에 닿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고향의 풍경은, 지붕 위까지 차오른 흙탕물과 그 위로 떠내려가던 가재도구들이었다. 신의 아들에게도 재난은 예외 없이 찾아왔다. 그는 젖은 옷자락을 몸에 두른 채, 낯선 해안에 첫발을 내디디며 자신이 이제 완전히 새로운 운명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 해안은 이미 테우크로스라는 왕이 다스리는 땅이었다 — 사람들은 그 왕의 이름을 따 그 땅을 '테우크리아'라 불렀다. 다르다노스는 그 왕의 환대를 받았고, 마침내 그의 딸 바테이아와 혼인하여 그 땅의 절반을 물려받았다. 그는 이데산 기슭에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 다르다니아를 세웠다.
신의 아들이 인간의 땅에 뿌리를 내리는 것 — 그것이 이 도시가 처음부터 신들과 얽히게 된 첫 번째 매듭이었다.
Ὁ οἶκος ὁ ἐκ θεοῦ ἀρχόμενος, ἀεὶ τοῖς θεοῖς ὀφείλει.
Ho oikos ho ek theou archomenos, aei tois theois opheilei.
"신에게서 비롯된 가문은, 언제나 신들에게 빚을 진 채로 남는다."
신의 피를 물려받는다는 것은 축복인 동시에 부채다. 그 피가 가문에 영광을 주는 만큼, 신들은 그 가문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권리를 가졌다고 믿는다.
II. 에릭토니오스의 부
다르다노스의 아들 에릭토니오스는 그 땅에서 누구보다 부유한 왕이 되었다. 그의 목초지에는 삼천 마리의 암말이 풀을 뜯었는데, 그중 몇 마리는 북풍의 신 보레아스가 그 아름다움에 반해 말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직접 새끼를 배게 했다고 전해졌다. 그렇게 태어난 망아지들은 바람보다 빨리 달렸고, 밀밭 이삭 위를 스쳐도 단 한 톨의 이삭조차 흔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목동들은 그 말들이 지나가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 다만 방금까지 그 자리에 있던 안개가 갑자기 걷힌 것처럼, 그것들이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그 존재를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그의 부와 명성은 이웃한 모든 왕국을 능가했다. 그러나 그 화려함 뒤에서, 신들과 이 가문의 인연은 다음 세대에 이르러 더욱 깊고 위태로운 방식으로 얽히게 될 것이었다.
III. 가뉘메데스
에릭토니오스의 아들 트로스에게는 유난히 아름다운 막내아들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가뉘메데스였다.
그의 아름다움은 인간의 것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전한다. 어느 볕 좋은 오후, 이데산 능선에서 양 떼를 돌보던 그는 흥얼거리며 피리를 불고 있었다. 그 소리가 구름 사이로 스며 올라가, 마침 그 위를 지나던 제우스의 귀에 닿았다. 신들의 왕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이미 알고 있다고 믿었던 그조차, 낯선 종류의 경탄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제우스는 독수리의 모습으로 변하여 하늘에서 쏜살같이 내려왔다. 소년은 갑자기 하늘을 뒤덮은 거대한 그림자에 놀라 고개를 들었을 것이나, 그 놀람의 비명이 채 터져 나오기도 전에, 날카로운 발톱이 그를 부드럽게, 그러나 거스를 수 없는 힘으로 감싸 안았다. 땅에서는 그가 치던 피리만이 홀로 굴러떨어져 있었고, 흩어진 양 떼는 주인을 잃은 채 한참을 그 자리에서 울었다.
트로스는 자신의 아들이 하늘로 사라지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들의 이름을 목이 쉬도록 외쳤으나, 하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슬픔이 얼마나 깊었던지, 제우스조차 그 슬픔을 가엾이 여겨 헤르메스를 보내어 위로의 선물을 전했다 — 바람보다 빠른 신마 한 쌍, 그리고 아들이 이제 불사의 몸으로 올림포스에서 신들의 잔을 채우는 영광스러운 임무를 맡게 되었다는 전갈이었다.
트로스는 그 말에 위안을 얻으려 애썼다. 신마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그는 몇 번이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 내 아들은 이제 불사의 몸을 얻었다고, 신들의 잔을 채우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영예라고. 그러나 밤이 깊어 궁전이 고요해지면, 그는 종종 마구간에 홀로 나가 그 화려한 말들 곁에 앉아 소리 없이 울었다. 그가 정말로 원했던 것은 신들의 영광이 아니라, 그저 아들의 웃음소리가 다시 이 산기슭에 울리는 것이었다.
Οἱ θεοὶ τὸν υἱὸν ἥρπασαν, καὶ ἵππους ἀντὶ δακρύων ἔδωκαν.
Hoi theoi ton huion hērpasan, kai hippous anti dakryōn edōkan.
"신들은 아들을 데려갔고, 눈물 대신 말(馬)을 주었다."
신들의 보상은 언제나 후하지만, 결코 진짜 상실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트로스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말들을 얻었으나, 그가 진정 원했던 것은 그저 평범한 아버지로 사는 것이었다. 이 도시는 그렇게, 가장 아름다운 것을 하늘에 빼앗기며 이름을 얻어가고 있었다.
IV. 트로스의 이름
사람들은 이 슬픔 많은 왕의 이름을 따, 그 땅과 그 백성을 '트로이아'라, '트로이인'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오래된 땅 테우크리아는 이제 트로이아라는 새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름이란 흔히 영광 속에서 태어난다고 사람들은 믿는다. 그러나 이 도시의 이름은, 한 아버지가 하늘로 빼앗긴 아들을 대신하여 세상에 남긴 이름이었다. 훗날 이 도시의 성벽이 불길에 휩싸이는 그날까지도, 이 이름 안에는 한 아버지의 오래된 울음이 조용히 새겨진 채로 남아 있을 것이었다.
V. 일로스의 얼룩소
트로스에게는 가뉘메데스 외에도 여러 아들이 있었다. 그중 맏아들 일로스는, 프뤼기아에서 열린 어느 씨름 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거두었다.
그 나라의 왕은 상으로 오십 명의 소년과 오십 명의 소녀, 그리고 신탁에 따라 얼룩무늬를 가진 암소 한 마리를 그에게 내렸다. "이 소를 따라가라." 신탁은 그렇게 일렀다. "그리고 그 소가 걸음을 멈추고 땅에 눕는 바로 그 자리에, 새로운 도시를 세워라."
일로스는 그 소의 뒤를 따라 여러 날을 걸었다. 발이 부르트고 물집이 터져도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소는 강을 건너고 들판을 지나, 마침내 이데산이 내려다보이는 나지막한 언덕에 이르러 걸음을 멈추고는, 천천히 무릎을 꿇어 그 자리에 누웠다. 일로스는 그 순간, 오랜 여정의 피로도 잊은 채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저 멀리 반짝이는 헬레스폰토스 해협의 물빛과, 넉넉한 평야, 그리고 방어에 유리한 언덕의 높이까지 — 그는 신탁이 어째서 이 자리를 골랐는지 온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VI. 도시가 세워지다
일로스는 그 자리에 새로운 도시를 세우기로 했다. 그는 그 성채에 자신의 이름을 붙였다 — 일리오스, 혹은 일리온.
훗날 사람들이 이 도시를 '트로이아'라 부르기도 하고 '일리온'이라 부르기도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트로이아는 이 땅과 그 백성 전체를 가리키는 이름이었고, 일리온은 그 안에 세워진 성채, 곧 도시 그 자체를 가리키는 이름이었다. 하나의 땅에 새겨진 두 개의 이름 — 슬픔에서 태어난 이름과, 순종에서 태어난 이름이었다.
VII. 하늘에서 떨어진 여신상
도시를 세운 뒤, 일로스는 이 성채가 신들의 가호 아래 놓이기를 바라며 하늘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어떤 징표든 좋으니, 이 도시가 신들에게 인정받았다는 증거를 내려달라고. 그는 밤새 신전 앞에 무릎을 꿇고, 별들이 하나둘 자리를 옮기는 것을 지켜보며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그의 천막 앞에는 하늘에서 떨어진 듯한 나무 조각상 하나가 놓여 있었다. 새벽이슬에 젖은 채, 마치 밤사이 그 자리에 스스로 내려앉기라도 한 것처럼. 그것은 무장을 갖춘 여신 팔라스 아테나의 형상이었다 — 사람들은 그것을 '팔라디온'이라 불렀다.
신탁은 이 여신상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남겼다. "이 팔라디온이 성벽 안에 있는 한, 이 도시는 결코 함락되지 않을 것이다." 일로스는 그것을 성채 가장 깊은 신전에 소중히 모셨다. 그는 그 조각상 앞에 설 때마다, 이 도시의 운명 전체가 이제 자신의 손이 아니라 이 작은 목상 하나에 걸려 있다는 사실에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곤 했다.
그 나무 조각상 하나가, 수백 년 뒤 이 도시의 존망을 가르는 마지막 열쇠가 되리라는 것을, 그날의 일로스는 알지 못했다.
Ἡ πόλις ἕως ἂν τὸ δῶρον φυλάττῃ, ἀνάλωτος μένει.
Hē polis heōs an to dōron phylattē, analōtos menei.
"도시는 그 선물을 지키는 한, 함락되지 않는다."
신들의 축복은 언제나 조건을 동반한다. 그리고 그 조건이 지켜지는 동안에만, 축복은 축복으로 남는다. 이 도시의 안전은 처음부터, 자신들의 손에 달린 것이 아니라 한 조각상의 존재 여부에 달려 있었다.
VIII. 라오메돈의 성벽
일로스의 아들 라오메돈이 왕위를 이었을 무렵, 올림포스에서는 낯선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포세이돈과 아폴론이 제우스에게 반역을 꾀했다는 죄로, 일 년 동안 인간의 왕을 섬기는 벌을 받게 된 것이다.
두 신은 초라한 인간의 모습으로 라오메돈의 궁전에 찾아왔다. 그들의 손에는 굳은살이 박이고, 얼굴은 볕에 그을려 있었다 — 감히 신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포세이돈은 트로이아의 성벽을 쌓았고, 그의 손이 돌을 어루만질 때마다 돌들은 스스로 자리를 찾아 들어가듯 매끄럽게 맞물렸다. 아폴론은 그의 가축 떼를 돌보았고, 그가 부는 피리 소리를 들은 짐승들은 늑대의 울음소리조차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신들의 손으로 쌓아 올린 그 성벽은 인간의 기술로는 결코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견고하고 아름다웠다 — 그것이 바로, 훗날 그리스군이 아홉 해 동안 무너뜨리지 못했던 바로 그 성벽이었다.
IX. 배신당한 신들
일 년이 지나고, 두 신은 약속된 품삯을 요구했다. 그러나 라오메돈은 그들을 비웃으며 내쫓았다. "너희가 정말 신이라면, 어찌 인간에게 품삯을 구걸한단 말이냐. 냉큼 이 성에서 물러가라. 그러지 않으면 너희의 귀와 발을 잘라 노예로 팔아버리겠다."
그의 웃음소리가 궁전 뜰에 울려 퍼지는 동안, 포세이돈과 아폴론은 그저 말없이 서로를 마주 보았을 뿐이다. 신을 조롱한 자의 얼굴에 떠오른 그 오만한 웃음을, 두 신은 낱낱이 눈에 담아두었다. 포세이돈과 아폴론은 그 오만한 조롱을 결코 잊지 않았다. 신을 속인 죄는 언젠가 반드시 대가를 치르는 법이다. 그리고 그 대가는, 그것을 저지른 자 한 사람의 대에서 끝나지 않고 종종 그 도시 전체의 운명으로 옮겨간다.
Ὁ βασιλεὺς τοὺς θεοὺς ἠπάτησεν, καὶ ἡ πόλις τὸ χρέος ἀπέδωκεν.
Ho basileus tous theous ēpatēsen, kai hē polis to chreos apedōken.
"왕이 신들을 속였고, 도시가 그 빚을 갚았다."
권력을 가진 자의 오만은 흔히 자기 한 사람의 죄로 끝나지 않는다. 그 죄의 청구서는, 그 아래 살아가는 죄 없는 수많은 이들에게로 돌려진다. 트로이아라는 이름이 훗날 불타 사라지게 될 그 씨앗은, 이미 라오메돈의 오만한 웃음 속에서 뿌려지고 있었다.
X. 바다 괴물과 헤시오네
분노한 포세이돈은 거대한 바다 괴물을 보내 트로이아의 해안을 짓밟게 했다. 마을은 초토화되었고, 백성들은 공포에 떨었다.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그 검은 그림자가 해안선을 따라 마을을 훑고 지나갔고, 소와 양은 물론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들까지 그 아가리 속으로 사라졌다. 신탁은 이 재앙을 멈출 유일한 방법을 고했다 — 라오메돈의 딸 헤시오네를 바닷가 바위에 사슬로 묶어 그 괴물에게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것.
라오메돈은 결국 자신의 딸을 바위에 묶었다. 딸의 손목에 사슬을 채우던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으나, 그는 끝내 그 손을 거두지 않았다. 헤시오네는 아버지를 원망하는 대신, 다만 파도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는 도시를 구하기 위해서라 말했으나,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 애초에 이 재앙을 부른 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자신의 오만이었다는 것을.
Ὁ πατὴρ τὴν θυγατέρα τῷ κύματι ἔδωκεν, ἵνα τὸ ἴδιον ψεῦσμα κρύψῃ. Ho patēr tēn thygatera tō kymati edōken, hina to idion pseusma krypsē.
"아버지는 딸을 파도에 내주었다, 자신의 거짓을 감추기 위하여."
죄를 지은 자가 그 죗값을 스스로 치르는 일은 드물다. 대개 그 값은, 죄와 아무 상관없는 가장 가까운 이의 몸으로 대신 치러진다.
XI. 헤라클레스의 구원과 두 번째 배신
마침 그 무렵, 또 다른 과업을 수행하며 그 해안을 지나던 헤라클레스가 사슬에 묶인 공주를 발견했다. 파도가 그녀의 발목을 적시고, 저 멀리 바다가 검게 소용돌이치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라오메돈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 괴물을 죽이고 딸을 구해주는 대가로, 제우스가 가뉘메데스의 몸값으로 내려주었던 그 신비로운 말들을 달라고.
라오메돈은 그러겠노라 약속했다. 헤라클레스는 그 괴물의 목구멍 속으로 뛰어들어 사흘 밤낮을 싸운 끝에 마침내 그것을 처치하고, 헤시오네를 구해냈다. 그가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바위 위로 올라왔을 때, 헤시오네는 자신을 구한 이가 인간인지 신인지 잠시 분간하지 못했다.
그러나 라오메돈은 또다시 약속을 어겼다. 그는 헤라클레스에게 평범한 말 몇 마리만을 내어주고, 신마는 내어주지 않았다. 헤라클레스는 그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눈빛이, 이 배신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무언의 맹세로 서서히 굳어갔다.
한 사람이 같은 죄를 두 번 반복할 때, 그것은 더 이상 실수라 부를 수 없다. 그것은 그 사람의 본성이 된다.
Ὁ ἅπαξ ψευσάμενος ἴσως ἡμάρτηκεν, ὁ δὶς ψευσάμενος τὴν φύσιν ἀπεκάλυψεν. Ho hapax pseusamenos isōs hēmartēken, ho dis pseusamenos tēn physin apekalypsen.
"한 번 거짓말한 자는 어쩌면 실수한 것이나, 두 번 거짓말한 자는 자신의 본성을 드러낸 것이다."
신들에게 한 번 죄를 짓는 것은 오만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은인에게 다시 같은 죄를 짓는 것은, 그것이 이 가문 전체에 깊이 새겨진 결함이라는 증거였다.
XII. 첫 번째 함락
헤라클레스는 그 자리에서 복수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 배신을 잊지 않았다. 여러 해가 지난 뒤, 그는 함대를 이끌고 다시 트로이아로 돌아왔다.
그는 성벽을 무너뜨리고 도시를 함락시켰다. 화염이 신들이 쌓아 올렸던 그 견고한 성벽을 핥고 지나가는 광경을, 헤라클레스는 오래도록 지켜보았다. 라오메돈과 그의 아들들 대부분이 그 손에 목숨을 잃었다. 오직 막내아들 포다르케스만이 살아남았는데, 헤시오네가 자신이 두르고 있던 베일을 몸값으로 내어주며 그의 목숨을 구했다.
그날 이후, 사람들은 그 소년을 '프리아모스' — '값을 치르고 얻은 자'라는 뜻 — 라 부르기 시작했다.
헤라클레스는 떠나며, 헤시오네를 자신의 동료 텔라몬에게 전리품으로 내주었다. 그녀는 그렇게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서 여생을 보내야 했다 — 그리고 훗날, 바로 이 헤시오네를 되찾겠다는 명분이, 파리스가 스파르타로 향하는 배에 오르는 구실이 될 것이었다.
XIII. 프리아모스, 값을 치르고 얻은 이름
폐허가 된 트로이아에서, 프리아모스는 홀로 살아남은 왕가의 마지막 핏줄로서 왕위에 올랐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말해주듯, 이미 한 번 죽음의 문턱에서 값을 치르고 돌아온 자였다. 그는 잿더미가 된 옛 성벽 위에 올라, 아버지와 형제들이 스러진 그 자리를 오래도록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슬픔과 함께, 다시는 같은 오만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조용하고 단단한 결의가 서려 있었다.
그는 아버지의 오만을 되풀이하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도시를 재건했다. 그의 통치 아래, 트로이아는 이전보다 더 크고 화려한 성벽과 신전을 갖춘 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사람들은 그를 어질고 후한 왕으로 기억했다.
그러나 그 화려한 재건 아래에는, 여전히 청산되지 않은 오래된 빚이 흐르고 있었다. 포세이돈은 라오메돈의 조롱을 몇 세대가 지나도록 잊지 않았고, 헤시오네를 향한 오래된 상실감은 이 왕가의 마음 깊은 곳에 낫지 않은 상처로 남아 있었다.
XIV. 두 개의 이름, 하나의 운명
그리하여 이 도시는 두 개의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트로스의 슬픔에서 태어난 '트로이아'와, 일로스의 순종에서 태어난 '일리온'.
그리고 그 두 이름 아래에는, 처음부터 신들과 얽혀 있던 하나의 운명이 함께 흐르고 있었다 — 가장 아름다운 아들을 하늘에 빼앗기고, 신들에게 진 빚을 두 번이나 배신으로 갚았으며, 딸 하나를 제물로, 또 딸 하나를 전리품으로 내주어야 했던 도시의 운명.
프리아모스는 자신의 궁전 성벽 위에서, 헤라클레스가 무너뜨렸던 그 옛 성벽의 흔적이 남은 자리를 이따금 내려다보곤 했다. 그는 그 폐허 위에 더 크고 견고한 성벽을 쌓아 올렸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 성벽 아래에는, 여전히 청산되지 않은 신들의 오래된 분노가 조용히 잠들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 잠든 분노가 다시 깨어날 시간이 멀지 않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 이번에는 성벽 밖이 아니라, 성벽 안 왕실의 침실에서 태어날 한 아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Ἡ πόλις δὶς ἐπὶ τῷ αὐτῷ χρέει ἐκτίσθη, καὶ τὸ χρέος οὔπω ἀπεδόθη. Hē polis dis epi tō autō chreei ektisthē, kai to chreos oupō apedothē.
"이 도시는 같은 빚 위에 두 번 세워졌으나, 그 빚은 아직 갚아지지 않았다."
한 도시의 운명은, 그 도시를 세운 자들의 죄로부터 결코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트로이아는 신들에게 진 빚 위에 세워졌고, 그 빚을 갚기는커녕 두 번이나 외면했다. 그리고 이제, 세 번째 청구서가 이 도시를 향해 이미 날아오고 있었다.
첫댓글 ‘트로이아의 건국’을
공부하고 갑니다.
오늘도 잘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