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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편지
맹근이 아빠, 나 가요.
그 동안 고마웠서요.
나는 당신이 참 고마워요 우리 합숙소에서 선보면서 저를 택해줘서 고마워요.
맛잇는 음식도 많이 사주고 이쁜 옷도 많이 사주고 벳남집에 돈도 많이 부쳐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나 가요.
난 알아요. 맹근이 아빠가 나 많이 이뻐한다는 것. 좋아해준다는 것.
하지만, 맹근이 아빠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요. 그냥 맹근이 같은 아들 가질료고 나 좋아한거예요.
맹근이 아빠가 나가라고 한말 여러번 햇죠. 그래서 나 나가요.
나도 일해서 내가 돈벌어서 물건도 사고 음식도 사먹고 싶어요.
하지만, 맹근이 아빠 나 못나가게 해요. 나 더 이상 이러고 살기 싫어요.
맹근이 아빠말고 나 다른 벳남 남자 만나요. 나 그 사람 사랑해요.
맹근이 아빠랑 나는 싸우면 맹근이 아빠는 나보고 가라고 하지만, 그 사람은 싸우면 자기한테 오라고 해요.
맹근이 아빠 나가요.
2. 호치민
소음에 눈을 떳다. 병때문인지 요샌 몸추스리기가 어렵다. 이젠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벳남여자들과 결혼하려는 한국남자들과 몇번이나 더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
샤워를 하고 로비로 내려갔다. 지난 이틀 동안 낮에는 합숙소를 방문하고 밤에는 술들을 마시느라, 다들 피곤한 내색이다. 이미 같이 온 네명 중에 셋은 여자를 골랐고, 하나가 아직 고르지 못했다. 5박 6일 일정으로 왔으니, 오늘이나 내일은 잡아야 한다.
아내가 떠난 후, 그 동안 꿈꿔오던 벳남 결혼 중매업에 발을 들였다. 중개업체를 통하지 않는 소개결혼 이라는 문구, 내가 생각해도 웃긴다. 조삼모사 라는 고사가 생각나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사람들에게 먹혀들었다.
인간 피리미드 장사라고 할까? 내 처의 친척들을 한국남자들에게 소개시키고 또 그 여자들의 친구, 친척... 완벽한 피리미드 사업 용역을 구축했다. 역시 잔머리는 굴리면 굴릴수록 발전된다.
혹자들은 망한다. 양심의 가책...하지만, 말을 물가로 데리고 올 수는 잇어도 억지로 물을 먹일순 없다..그렇지, 그거야... 하지만 물을 먹일 수도 있지....
3. 아내.
아내가 집을 나간 후, 즉각 출입국관리소, 경찰, 흥신소를 통해 아내의 행방을 찾았다. 영문모르는 맹근이에게는 엄마는 벳남외할머니가 편찮으셔서 가셨다고 둘러댓다.
경찰에는 돈도 훔쳐서 달아 났다고 하고, 형사범으로 수배를 당하게 하기 위해서 내손에 일부러 칼자욱을 냈다. 무지 아팠다. 하지만 아내에게는 그 수십배의 고통을 안겨주리라.
아내도 나의 근성을 안다.
4. 나짱
행사온 한국남자들을 현지 관광 택시사에 연락해서 맛사지를 받도록 햇다. 같이 가자는 말에 일언지하에 거절햇다. 더 이상 나의 벗은 남에게 몸을 보여줄 수 없다.
지난 밤부터 나짱에 가고 싶었다. 그곳에 아내의 식구들이 있다. 처음 벳남에 와서 세번째 밤부터 보낸 곳이 나짱이었다.
어릴 때부터 내 성격은 좀 괴팍하다는 소릴 들엇다. 모든 것이 자신를 위해 존재해야 만 햇다. 그렇다 바로 스포일드챠일드.
한국여자들과의 교제는 대부분 3개월을 넘지못햇다. 소유욕이 너무 강하다, 질투가 너무 강하다..그런 똑같은 말들을 남기고 모두 떠났다.같이 잠자리까지 한 여자들도 마찬가지엿다.
스토커라는 죄목으로 체포된 적도 꽤 된다.
나짱...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짱이란 단어. 아내를 낙점하고 그녀가 나짱이라는 도시 출신 이라는 것을 알고 쾌재를 불렀다. 나~~~짜~~~ㅇ.
5. 원주
아내는 강원도 원주에 있었다. 그 벳남 불법체류자도 그곳에 있었다. 흥신소에서 알려준 곳으로 가보았다. 허브농장이었다. 몸빼를 입고 호미를 들고 김을 매고 있었다. 그녀는 불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행복해 보였다. 내 상상속에 갖은 고생을 해야 할 그녀가 아니엇다. 어떤 남자가 아내에게 수박을 잘라줬다. 그녀가 그 수박을 들고 한남자에게 갔다. 아내의 남자였다.
6. 뭉게구름
나짱은 호치민에서 가까운 곳이다. 강이 있기 때문에 돌아돌아 가는 것일뿐. 택시를 잡아타고 도착한 나짱, 낯익은 건물들. 강가의 판자촌, 길가에서 한가로이 낮잠자는 개들... 낙후한 베트남에서도 손꼽힐만한 낙후지역. 호치민과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성장이 정체된 곳.
그자 딸들이 외국에 나가 부쳐준 돈으로 술이나 마약을 소비하는 그런 곳. 시클로를 타고 아내와 함께 처갓집을 향하던 생각이 났다.
7. 원주에서
아내의 일터와 숙소를 알아내곤 , 경찰에 신고했다. 자존심을 뭉겐 여자가 저기 있소.
피와 땀을 갉아먹은 여자요. 배신한 여자요. 자식의 어미요. 더러운 간부요.
하지만 순박한 처녀였소. 이젠 부질없소
아내가 경찰들에게 체포되는 것을 보았다. 남자는 시내에 나갔다고 한다. 아내는 내 얼굴을 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아내는 통곡을 하고 있었다.
얼마후 남자가 농장으로 돌아왓다. 농장입구 언저리에 차를 세워둔 나는 그가 자전거를 타고 농장으로 오는 것을 보았다. 승리자의 얼굴, 나도 저런 얼굴을 한 적이 있었다. 누군가가 기다리는 곳으로 향할 때, 어릴 때 어머니가 찬 수정과를 만들어 놓고 기다리시는 걸 알고 있는 한여름날의 하교길... 빵집에서 기다리는 여고생을 만나러 갈 때, 나의 얼굴도 저리 환했으리라.
8. 도마뱀
유난히 더운 날이다. 하늘이 온통 뭉게구름 이다. 시원한 스콜이 쏟아지면 좋으련만, 나짱의 8월 여름은 사람을 죽일 것만 같다. 시원한 우물물로 목욕을 하고 싶는 생각뿐. 우선 중국인이 운영하는 조그만 여관으로 들어갔다. 샤워를 틀었다. 찬물을 틀어도 미지근한 물이 나올 뿐.
미지근한 물에 몸을 맞기고 있자니 때가 불어나기 시작한다. 시원하게 문질러 버리고 싶지만 그럴수 없다. 욕실에서 나와 몸을 말리며 거울을 보았다. 이젠 몸에 검은 반점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선풍기를 틀어 물기를 말리고 여관을 나와 길 건너 카페에 들어갔다.
커피를 시켰다. 커피위에 연유가 듬뿍 뿌려져서 나왔다. 커피와 우유가 석여서 전혀 새로운 맛을 만든다. 나도 그랬지... 한국인과 벳남인이 만나 섞였었다. 갈증이 나서 그 커피는 금방 없어져 버렸다. 다시 한잔을 청했다. 이번에는 섞지 않았다. 위의 연유를 숟가락으로 퍼먹었다. 너무 단맛, 그리곤 커피를 마셧다, 너무 쓴 맛.. 필터에서 채 거르지 못한 커피조각들이 씹혔다. 결혼생활의 결말처럼.
9. SIDA
친구가 없었다. 컴퓨터 한대가 친구엿다. 아무도 말섞기를 싫어했다. 그러다가 비슷한 성격의 사람들과 컴챗을 시작햇다. 그곳에서도 항상 분란을 일으키고 강퇴를 거듭하다가 ,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들을 한 둘씩 만났다. 그들은 호모들이었다. 스파르타의 용사들, 마케도니아의 용사, 사무라이들 중에는 호모들이 많았다. 죽음을 항상 염두에 두는 그들에게 같이 창칼을 들고 목숨을 거는 동료들은 아내이상 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사랑을 나누었고, 우리들도 그렇게 했다. 하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는 그 댓가를 치워야 했다. 항문파열, 치질, 하혈 은 우리를 항상 괴롭히고 , 전립선 마저 황폐화 되었다.
10. 햇살
카페를 나왔다. 전형적인 벳남의 여름. 그늘 밖을 벗어나면 머리가 익기 시작한다. 한 오분만 저 땡볕에 노출되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기 시작한다. 나짱도 많이 변했다. 새로 집들이 들어서자, 가구가게가 많이 들어섰다. 커다란 거울, 거기에 비친 모습. 얼굴이 이젠 코와 눈밖에 없었다. 체중이 많이 줄었다. 부부가 세일즈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잇었다. 신혼부부인 듯 하다.
그들의 꿈과 미래를 누일 침대를 고르나보다.
11. 기뻣던 순간.
그 벳남남자가 농장으로 들어갔다. 경찰이 다가가자, 녀석이 잽싸게 자전거를 타고 농장 밖으로 튀어 나왓다. 시동을 켯다. 녀석이 거의 입구에 다다랏다. 급가속을 하고 경적을 울렸다. 녀석이 내차를 보고 놀래 핸들을 반대편으로 꺽었다. 녀석과 내눈이 마주쳤다. 마침 반대쪽에 트럭이 오고있었다. 녀석은 내차에 놀라 반대편에 오는 차를 향해 자전거 핸들을 꺽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였을까, 나는 그 상황을 보았다. 녀석이 나와 눈이 마주치고 곧 트럭이 그를 치었다. 녀석은 내 차 위를 넘어 날아갔고, 자전거는 내차의 본넷위로 떨어졌다. 그의 마지막을 내가 보았고, 그가 마지막으로 본 사람도 나였다. 그와 나는 무슨 악연이란 말인가. 내가 가라할 때, 그는 오라했다고 한다. 떨리지도 않앗다. 다만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멍한 기분이 들 뿐이었다. 불법체류자랄 체포하러 온 경찰이 교통사고 사망자로 변한 불법체류자에 대한 수사를 했다. 본 그대로를 적어 줬다. 길에 흥건히 뿌려진 그의 피가 그곳에서 조금 전 어떤 일이 있었는 지, 가늠케 할 뿐이었다. 트럭 운전사가 땅바닥에 앉아 담배를 파워데고 잇었다. 그의 손이 바들 바들 떨렸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박수를 치고 잇었다. 발장단까지 맞춰서 내입에선 앗싸~앗싸~ 라는 소리가 크게 나왓다. 사람들이 모두 쳐다 보앗다. 하지만 내 춤은 멈추지 않앗다. 나의 의자와는 상관없이 내 목이 소리를 내고 손들이 박수를 치며 발이 장단을 맞춰 구르고 잇었다.
12. 사랑하던 사람.
그와는 컴퓨터 채팅에서 만낫다. 이반들의 방... 게이들이 만나 욕정을 배설하는 공간.
아내와의 생활의 답답함을 그곳에서 풀엇다. 그들과 이야기 하고 몸을 맞댔다. 내 병은 그렇게 그들로 부터 옮아 왓다.
아내를 면회하러 갔다. 맹근이 아빠... 그녀가 나를 불렀다. 나는 그냥 사진 몇장을 전해주고 뒤돌아 나섰다. 사식을 준비 안한 것이 조금은 겸연쩍었다. 그녀는 집을 나가는 날, 식탁에 분보훼와 월남쌈을 싸놓지 않았던가, 나의 자상함을 보여줄 수 잇는 기회였는데.
그 다음 날,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아내가 자살을 했다고 한다. 혀를 물었다고 한다.
부검을 할 것이라고 했다. 동의서에 서명했다. 아직은 내가 그녀의 보호자니까.
며칠 후에 받은 소견서는 혀를 물어 자살했고, 정신을 잃기 전까지 고의적으로 피를 마셔서 위장이 온통 굳은 피로 가득찬 상태였다고 한다. 그녀는 남에게 피흘리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나보다. 자존심이였나. 알량한 자존심. 그래서 그 피를 다 삼켰다. 월남국수를 먹을 때 선지를 다 골라내는 그녀가... 그 많은 피를 다 심켰다고. 왜, 자존심. 그런 자존심이 잇었나? 그녀에게? 못배우고 가난한 여자, 내가 아니면 생존할 수 없어야 하는 여자, 내가 왕처럼 군림할 수 잇는 여자를 나는 원했다,. 그런데 니년이 내게 준 것은 모멸감. 내가 가라고 할 때 그리도 서러웟나. 그럼 울기라도 햇어야지. 가라고 하는 사람은 싫고 오라는 사람은 좋아. 하지만, 나도 벳남에서 한국으로 오라고 한 사람이야.
아내의 뼛가루를 가지고 한강으로 갔다. 고수부지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하루살이들이 처음이자 마지막 날인 이 날을 허비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짝을 찾아 날고 잇었다.
유골상자를 열어 아내의 뼛가루를 뿌렸다.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흘겨보곤 피하기 시작햇다.'
그래 니년은 죽어서도 사람들의 멸시를 받는 거다. 넌 그럴만한 죄를 저지른 거야.
13. 어둠.
나짱에도 어둠이 찾아왓다. 뭉게구름 사이로 석양이 내리 깔리기 시작햇다.
핏빛. 아내를 형사범으로 몰기 위해서 내팔에 칼을 그었을 때, 보던 그 피, 그리고 차에 치어죽은 그에게서 나온 피, 그리고 영안실에서 본 아내의 입에 가득찬 피는 그 색깔이 달랐다.
모두 다른 색이였다. 같은 아내의 얼굴도 호치민 합숙소에서 본 얼굴이 다르고 나짱의 그녀의 집에서 본 얼굴이 달랐으며, 같이 살 때의 얼굴이 다르고, 그 벳남 불체자와 함께한 날이 달랐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얼굴은 그녀의 가족과 함께 있을 때, 그저 어린 이웃집 딸일 때의 얼굴이리라.
14. 여의도에서.
윤중제 축제를 들렀다. 맹근이와 함께 벚꽃이 만발한 윤중로를 걸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용한 정신병원"이라는 광고를 내건 정신병원도 잇었다.
바람은 쌀쌀했지만, 아이는 바람의 추위를 못느끼는 모양이다. 맹근이는 연을 날리고 있었다.
벤치에 앉아 아이가 띄운 연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맹근이와 연에 정신이 팔려 옆에 누가 온지도 몰랐던걸까... 60대 중반의 인상좋고 덩치좋은 사람이었다.
파란색 카파 안에는 병원에서 입원환자들이 입는 잠옷을 입고 하얀양말에 갈색 플라스틱 슬리퍼를 신고잇었다. 손엔 소주병과 과자봉투가 들려져 있었다.
헤...고놈 재밋게 노네. 아부지닮아서 떡두꺼비네. 그려 죄짓지 말고 살아야지.
애들만 천국가는거야. 딸딸이 맛을 알기 시작하면 천당 못가....
뭐가 그리들 한이 맺혀서 죄들을 짓는 지.
노인은 소주병나발을 불기 시작햇다.
다 매번 마지막 기횐거야. 이 소주병을 마시는 것도 마지막기회니까 한방울 남김없이 비우는 거고.
내 아들놈이 하나 있는데, 이눔이 아적도 장갈 못갔어. 여자 사귀다가 다음 여잔 더 나으리 더 나으리 하드니 아직 장가 못갓어, 나두 손자보구싶은데,
벤치에서 일어나서 맹근이에게 갔다. 그래 너와 언제 다시 연을 날릴수 있을 지 모르겠구나.
벤치의 노인이 소리 질렀다. 연줄을 잘라봐,연을 자유롭게 놓아주면 저 하늘 끝까지 올라가지. 연은 세상 끝까지 날아갈수도 잇으니까, 우리가 줄로 연을 매버리면 연은 항상 불행해.
맹근이의 얼굴을 보았다. 연줄을 이빨로 끊었다. 맹근이의 가오리연이 멀리 멀리 올라갔다.
그날 밤, 아내를 생각하면서 울었다. 왜 내가 울어야 하는 지를 모른채, 얼마전 아싸~어싸~를 토하던 내입에서 곡이 터졌다.
15. AIDS
아내가 죽은 후로 고열이 나고 몸살에 잘 걸렸다. 아내로 인한 스트레스일 거라고 생각하고 비티민제나 많이 먹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루는 전에 같이 사귀던 게이가 전화를 햇다.
로티가 죽었다는 것이다. 괴테의 글을 가장 좋아한다던 로티, 나도 그와 몇밤을 즐겨보았다.
직업군인이었던 그는 폭력성이 짙은 애정행위를 선호하고, 군대를 안간 많은 게이들에게는 인기였다. 내가 그와 멀리하게 된 이유는 헥터 라는 게이와 아킬레스라는 게이가 로티를 놓고
싸우다가 칼부림을 하게 되었는데, 그 와중에 로티가 칼에 맞아, 병원에 실려갓는데 로티가 AIDS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후 6개월 만에 로티가 죽은 것이다.
그 날을 뜬눈으로 세우고 다음날 병원에가서 피를 뽑았다. 며칠 후 검사결과를 받았다.
천형이었다.
16. 성당,
나짱의 길거리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고 강가로 갔다. 메콩강, 저 티벳에서 발원해서 남지나해까지 흐르는 강. 저 강에도 아내처럼, 성난 남편이 뿌린 어떤 여자의 유골이 섞여있을까.
강을 따라 걸어가니 옛날 프랑스 시기민지 시대에 세워진 교회의 폐허가 잇었다. 종루와 강가에 면한 벽만 남아 잇었다. 종루 꼭대기에는 십자가가 서잇고, 종탑에는 종이 걸려잇었다.
프랑스인들이 강에 면한 이곳에 마을을 세우고 일본인들이 쳐들어 와서 이 교회를 창고로 쓰고, 벳트콩과 월남군대가 교회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다가 교회를 태우고 부쉈다.
차지하기 위해 부숴버리다니..........차지못하면 부숴버린다. 아내에게 그 자가 피흘리며 죽은 사진을 보여줄 때, 내 속셈은 그것이 아니였을까.
부수기 위해 차지하고, 차지하기 위해 부순것은 아닐까. 석양도 이젠 끝물인지. 노오란 세상이 되었다.
교회가 강변에 위치해서인 지, 몇몇 벳남의 아베크족들이 잇었다. 서로 보듬고 더듬으며 애정표현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외로움이 엄습햇다. 멀리 호치민의 불빛이 가물가물 보이기 시작햇다. 낮에는 알수 없엇지만 밤이 되자 그 도시가 자기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었다.
17. 마음.
오로지 내가 필요한 것은 돈뿐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그렇게 그녀를 만났고 돈을 지불했다. 나도 이를 통해 돈을 번다. 말을 끌고오는 것은 나지만 그말에게 억지로 물을 먹이진 않는다구.
누가 데려온 여자가 문슨 일이 낫네 뭐네, 들리는 이야기는 귀를 막았다. 아내가 한글을 깨치러 다니던 교회에서 준 성경을 집어 들엇다. 펼친순간, 내눈에 들어오는 귀절이 잇었다.
사람을 후리는 자의 댓가는 사망이니라... 책을 덮엇다.
18. 종착역
호치민에 돌아가려면 이젠 출발해야 한다.
하지만, 오늘 밤 나짱에서 자고 싶엇다. 만약 아내가 살아있엇다면 아마 씨암탉 한마리 정도는
대접받을 수 잇엇을 것이다. 그립다 장모가 만들던 파파야냉국. 처남은 자전거를 타고 얼음 한덩이를 녹을세라 빨리 가져왓고. 열두살 터울난 처제는 고추나무에서 하늘을 향해 솟은 고추몇개를 따서 배를 갈라 씨를 털고 물에 담궈 매운기를 빼고 있었다. 그 장면이 아직도 선한데...
난 죄를 짓고 잇는가? 그렇다고 한다, 아니리고 한다. 내 양심은 고민하고 잇다.
난 항상 잘못된 결정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다 .아니라고 한다.
내가 내린 결정의 결과는 무엇인가....
친구가 없다. 아내도 죽엇다(내가 내뱉은 말로, 그리고 내가 보여준 그의 처참한 최후로), 그 벳남인의 죽음도 내가 결정햇다.AIDS도 내가 택한 일의 결과요. 오늘 이곳에 머울기로 한 일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일까.
19. 밤
열대의 태양이 후끈 달궈논 공기는 밤이 되어도 그 열기를 뿜어냇다. 여관에서 아무리 찬물이 나오길 기다려도 찬물은 나오지 않았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끝내고 다시 길로 나왓다. 여관의 벽과 지붕은 아직 열을 뿜어내고 잇었다.
맥주 몇병을 사서 아까 그 교회가 있던 곳으로 갔다. 몇몇 아베크 족은 아직 그곳에서 사랑을 속삭였다.
나는 죄인인가? 아니다.
나는 죄인인가? 죄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저멀리 호치민의 불빛은 점점 더 찬란히 빛났다.
왜 내가 이 가로등도 몇개 없는 조그만 시골동네에서 하룻밤을 지내려고 한 것인가. 후회가 되었다.
더위는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다. 강가엔 낮에 본 모래 둔덕에 둘러싸인 조그만 소가 여럿잇었다. 그곳에는 물들이 고이고 앙금이 가라앉아 잇엇는데, 심술궂은 미꾸라지가 물을 흐리기 전엔 아주 맑은 물만이 고여있다. 키작은 덤불들을 넘어 강으로 갓다. 강은 조용히 흘러서 저멀리 호치민의 야경이 강위에 그대로 비췄다.
소에 발을 담궜다. 물은 차가왓다. 기분이 좋을 정도로 차가왓다. 소의 가장 자리로 들어갓다. 목언저리까지 차오르는 적당한 깊이였다. 발가락엔 모래의 감촉들이 느껴졌다.
포근함을 느꼈다.
20. 생각
물속에서 쭈그려 앉앗다. 온몸이 물속에 가라앉게, 숨을 참앗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누구나 죽음은 피할 수 없지
고통스러울까.
지금 숨을 참고 잇는 이런 기분일까.
죽으면 어떻게 될까. 천국과 극락, 지옥이 있를까.
숨을 토하면서 물위로 떠올랐다.
이게 죽음에서 벗어나는 기분일까.
다시 심호흡을 하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아직도 물밖으로 나가면 더운 공기의 열기를 느꼈다.
서늘한 물의 온도가 너무 기분이 좋았다.
무더운 공기에 눌린 몸이 물속에서 부력을 느끼자 기분이 좋아졌다.
어머니의 자궁이라는 곳에서 우리들이 느낀 기분이 이런 것일까
아이들만 천국에 갈 수 있다고
그럼 나는 안되는 것인가.
이 소가 어머니의 자궁이라면 ,
나는 다시 순수한 아이로 태어날 수 있을까.
그렇게 살고 싶어.
숨을 토하며 다시 물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건 꿈이야 물밖의 세상은 현실이야.
숫자가 적힌 종이 쪼가리 때문에 울고 웃고 서로 죽이는 곳이라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갓다.
나는 죽을 날을 받아놓은것이나 마찬가지야.
다 죽지만 나는 이미 내가 죽을 이유를 알고 있어.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가벼운 감기에도 죽을 듯이 고통을 받는 면역결핍의 환자가 되는 거야.
21. 아내
부검의가 불러내서 그를 만나러 갔다. 만나자 마자, 그가 대뜸 묻는 말이 혹시 부인이 AIDS환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죽은 자가 모든 욕을 뒤집어 쓰는 법이었다.
그 의사는 아내가 AIDS보균자라고 말해주엇다. 약간 놀라는 제스쳐를 보여주고 검사를 받겟다는 이야기를 하고 나올 수 박에 없엇다. 고맙다는 이야기도 잊지 않고...
아내도 이미 자신이 그병에 걸린 것을 알고 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인생에 마지막을 그와 함께, 진실한 사랑을 나눠보고 싶던 것은 아니엇을까. 그 벳남인은 아내의 병을 알고 잇엇을까,
그는 그 사실을 알고도 아내에게 ,그에게 오라고 한것일까.
22. 마지막기회
물위로 올라 숨을 토해냇다.
하늘엔 달이 보이지 않앗다. 적란운이 어슴푸레 보일 뿐.
다시 물속에 몸을 담궈 보앗다.
나의 숨소리마저 물속에선 들을 수 잇었다.
내 허파속에 들어잇던 공기들 마저 소리를 내고 잇엇다.
나는 살아있슴으로 이 모든 것을 느낄 수 잇지.
물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숨을 쉬엇다.
호치민의 불빛이 영롱히 빛을 내고 잇었다.
그들은 죽었고 그것이 그들의 운명일 뿐이야.
나는 살아있어, 내일도 나는 이 빌어먹을 나라에서 눈을 떠아해.
아침식사로 바키트빵에 누른고기랑 당근채를 얹어서 설탕물을 뿌려먹는 이상한 나라에서.
단돈 300불에 자기딸이 어떤 녀석에게 가는 지도 모르는 척 해야 하는 이너무 나라에서,
내일 나는 저곳 내가 속해야 하는 곳으로 가서 저 불빛 아래서 새로 신부를 맞이하는 남자들과 함께, 승리자의 마음으로 즐길거야. 그래 아무래도 좋아, 내가 가진 질병, 내가 발설치 않으면 이땅에선 아무도 몰라, 나도 이제 얼마남지 않은 생을 즐기며 살테야,.
23. 갈대.
호치민의 빛을 뒤로하고 소에서 벗어나는 순간, 파드득 새들이 날개짓을 하는 소리를 든든 동시에, 갑자기 머리에 커다란 충격을 느꼈다. 어릴 적 축구공에 머리를 맞은 기억이 낫다.
그리곤 몸이 좌우로 흔들리는 느낌을 느꼈다. 왜 이런 일을 당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눈을 크게 떳지만, 칠흙같은 암흑 뿐이었다. 잠깐 몸이 붕뜨더니 잠깐 물위에 그냥 떠있었다. 하지만 곧 다시 고통이 느껴졋다. 부숴진 갈비뼈가 폐를 찔러 몸이 흔들리면서 "뀌우~욱"하는 소리가 났다. 곧 고통은 다리에도 느껴졌다. 서로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이 내 상체와 하체를 반대로 돌려댔다. 찰흙같이 검던 시야가 하얗게 변해갓다.
24. 비.
어느 한적한 메콩강가의 조그만 소에서 튀긴 물보라가 뭉게구름에 갇힌 비의 물꼬를 터트렷는지, 한밤의 스콜이 시작되었다. 비바람과 천둥이 동반한 스콜은 한참 동안이나 소나기를 퍼부어 댓다.
먹이를 물고 벌어지는 악어들의 힘겨루기도, 그 부스러기를 노리고 악어들의 입 주위를 기웃거리는 물고기들도 작은 소를 어지럽게 만들엇다.
허물어진 교회의 종탑에 모여 비를 피한 아베크 족들은 그곳에서도 서로 몸을 더듬고 입을 맞추며 시간을 보냇다.
곧, 비는 그치고... 구름 사이로 나타난 보름달이 구름때문에 아무 것도 못본척 강물을 비추고 잇었다. 거울처럼 맑은 강위로 비춰진 자신의 아름다움을 보느라, 다른 일엔 신경쓸 여력이 없을 것 처럼, 벳남의 보름달은 하얗게 빛낫다.
비가 그치자,아베크족들은 하나씩 흝어져 갔다.
태고의 적막만이 나짱이라는 작은 도시의 강변을 지키고 잇었다.
가끔가다 차가워진 공기가 저 높은 곳에서 미끄러지면서 센 바람을 만들어 교회종루의 종이 움직여 소리를 내게 만들었고, 그 소리에 나이팅게일이 놀라 푸드득 날갯짓 소리를 내며 강가로 날아 올랏다.
잎새 사이에 빗물을 담은 갈대들이 그 무게를 못 이겨 누워버렸다.
갈대들이 눕자 갈대들에게 가려진 팻말이 그 모습을 보였다.
네모난 모양에 빨간 글자로 씌여진 글자가 있는 팻말이 조금 전
한사람이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고뇌하고 고민하고 탄식하던 장소를 보고 서있다.
달빛에 반사된 그 팻말이 강위에 그 모습을 드리우고 있었다. 강물은 너무도 고요해서
그 위에 반사된 팻말에 적힌 글자를 사람들이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악어서식지, 먹이를 주지 마시오"
좋은 글이라서 퍼왔습니다. 그리고 강원도 원주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강원도 원주한번 가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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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글 잘 읽었습니다...그런데 한 가지 글쓴이가 누구인지 모르는 출처 불명의 글들은 자칫 오해를 살 수 있게 됩니다.. 우리 카페에서는 게시글의 작성자가 누구인지가 분명합니다.,...펌 글은 반드시 어디서 누가 작성한 글 인가를 밝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글쓴이가 누구인지 모르는 출처 불명의 글들은 자칫 오해를 살 수 있게 됩니다.. " 이것이 복선일 수도 있겠지요.
상당히 비관적인 내용이라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물론 소설이라하니 현실 세계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라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가족간의 믿음과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닭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