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떨기 꽃
백천 김판출
예뻐다. 예뻐다.
하지 않아도
그냥 예쁩니다.
이것, 저것,
가리지 않아도
그대는 아름답습니다.
여기저기
찾지 않아도
어디서나 곱습니다.
그대는
내가 사랑하는
한 떨기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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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눈동자
해가 져도
별이 남아 반짝이듯
임은 가도
정이 남아 반짝이네요
그대의
그리운 손길
그리운 얼굴
그리운 숨결
세월이 흘러
모든 것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잊혀가도
남아 있는 한 가지
차갑게 반짝이며
창문을 두드리는
겨울밤 별빛처럼
가슴 아린 눈동자
별이 되어
빛나는 이슬 맺힌
그대의 마지막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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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가족
푸른 하늘 푸른 바다
넓고 넓은 이 세상에
가족이란 단어가 참 좋네
언제나 같이하는
같은 마음 같은 방향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고
네가 기쁘면
나도 기쁘고
너는 내 기둥
나는 네 기둥
한 가족 한마음의 등불 되네
가는 길이
험난해도
내 가족 있어
나는 힘이 솟네
믿음과 사랑으로
기쁨도 괴로움도
마음과 마음으로
사랑과 사랑으로
그립고 괴로워도
가시밭길 맨발로 걸어도
사랑하는 내 가족
니가 있어
나는 행복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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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당신은 귀(貴)한 사람
당신은
귀한 사람입니다
힘들어하지 마세요
좌절하지 마세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당신 때문에
행복해하는 사람도
살맛 난다는 사람도
있질 않습니까?
당신이 주는
따뜻함으로
때로는 웃음을 찾고
행복해 하고
위안이 되고
감사해 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그래서 당신은
귀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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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중년의 삶
어디쯤에 와있나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되돌아보지만
내 온 길 모르듯이
내 갈 길 알 수 없네
낡은 지갑 펼쳐 본들
반듯한 명함 하나 없고
어느 자리
어느 모임에도
내세울 직함 하나 없네
붙잡고 싶었던
사랑의 순간도
매달리고 싶었던
욕망의 시간도
다 놓치고 후회하는
아쉬움들 뿐이라네
그래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걱정하지 마라
아쉬움도 미련도
다 스쳐 가는 바람이더라
그저 오늘이 있어
내일은 행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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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월 응모시
(1) 송년 망상(送年妄想)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 팔랑이네
한 해를 채웠다는 이마음
내려놓을 게 하나도 없네
작년에도
금년에도
욕심을 버리자며
다잡은 그 맹세
손 하나 펼쳐보니
뒤에 감춘 그 손은
꼭 움켜잡은
부끄러운 모습뿐이로세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어렴풋이 알만도
하련만 해마다 이맘때면
언제나
느껴지는 허무감
그러나, 그러나.... 내년에는,
내년에는...
더 나을 것만 같은
이 마음을 어찌하면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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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잘 가거라 신축년아!
신축년 코로나의 해
12월 종착역이 다가오니
상념만 깊어지네
한해를 살면서
쌓인 원망과 미움은
내 탓이니
먼저 용서를 구하노라
즐거움과 행복은
더불어 얻은 것이니
낮은 자세로 감사하리라
빈 가지에 달빛처럼 번진
주렁주렁 달린 그리움들이여!
물결처럼 일렁이던
고독이여, 외로움이여!
낯선 이방인 같이 사랑하다
지친 내 부족했던 미숙함이여!
철없던 이질감들이여!
소슬바람에 묻어온
지난날들의 슬픈 꼭짓점에서
고별을 향해 떠나가는 신축년아!
코로나 데리고 어서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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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월 응모시
(1) 설날맞이
섣달그믐은 가고
정월 초하루가
새롭게 들어섰네
똑같은 하늘 아래
똑같은 냇물인데도
엊그제 마신 물은 작년 물이요
오늘 아침
마신 물은 새해 새물이라네
핏줄끼리 모여서
아침에 세배하고
조상님 기리며
이웃끼리 덕담 나누고
만나서 행복하고
보아서 기쁜 날에
논리나 이치가 무슨 의미 있으리
그저 한 살 더한 만큼
좀 더 슬기로움 생각하며
파릇파릇 미나리 새싹
봄날을 꿈꾸듯 그렇게
맞으면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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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새봄에는
잿빛 하늘에
눈은 내리지 않고
어제 불던 세찬 바람
어디선가 쉬고 있다
낮게 오르내리던 수은주는
설잘 세라며
두꺼운 외투를 벗겨 준다
반겨 맞아주는 까치도
즐겨 날아드는 산새도
보기가 힘든 삭막해진
도심의 숲 나뭇가지 끝에서
까마귀 떼들만 새카맣게
몰려 앉아 날고기 썩은 고기
더 많이 가로채려
막무가내로 깍깍대며 퍼덕거린다
털어버리고 싶은 감정을
짊어지고 산책길을 걸어
정상에 서서 새벽안개
자욱한 도시를 바라보며
지난 한 해의 아픔을
겨울 숲속에다 던져버렸네
가슴속에 찬바람이 스치듯
씨잉~~ 하며 빠져나간다
포수에게 쫓기는 멧돼지처럼
코로나에 시달리며 살아온
지난 몇 해 참으로 두려웠네
눈만 뜨면 확진자 검색에
마스크는 내 몸의 일부요
마주 오는 사람마다
경계의 눈빛으로
무장 공비 대하듯 겁을 내었네
새해에는 이런
지긋지긋함에서 벗어나고 싶다.
너저분한 가면도
훌훌 벗어 버리고 싶다
쌩 얼굴로 도시 공기
마음껏 들이마시고 싶다
한 해를 데려가는
시간의 소용돌이 속에
더러운 악몽 몽땅 집어 던지련다
임인년은 정초부터
새롭게 일어나련다
개나리 가지 끝에
꽃눈이 웃고
매화는 물오를 채비를 한다
잔혹한 시간이
공포를 자아내도
자연은 물 흐르듯 순조롭다
방긋방긋 미소지며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살을 보라
파릇파릇
미나리 새싹들도
새봄 맞을 채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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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월 응모시
(1) 입춘(立春)
겨울 속의 봄인가
봄 속의 겨울인가
아침저녁 스치는
바람은 차갑지만
산빛도 물빛도
혹한의 겨울은 씻어져만 가네
입춘대길이라
봄 앞에 다가선 날들아!
좋은 날만 있어라
행복한 날만 있어라
건강한 날만 있어라
딱히 꼭은 아니라도
많이는 아니라도
크게 욕심부리지 않을지니
올봄에는 우리 모두에게
그런 날들이었으면 싶어라
매서운 추위 걷히고
밝은 햇살 가득
드리운 따스함으로
뾰족이 얼굴 내미는 새순처럼
삶의 희망이 꿈틀대는
그런 날들이었으면 싶어라.
오늘이 힘들어도
기다림이 있고
바램이 있다네
내일이면 내일이면
하고 기다리는 삶
곧 봄이 온다는데
몸도 마음도
따뜻했으면 좋겠네
기다려 보세나!
우리 모두에게 좋은 봄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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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수(雨水)
비가 내리네
우수 비가 내리네
날씨도 땅도 풀리고
대동강물도 풀리고
사상도 이념도 풀리고
미움도 갈등도 풀리고
원한도 증오도
코로나 팬데믹도
풀려야 하는데
양지 녘에 옹기종기
한 무리 참새떼가
흙 속에 새싹을 헤집는다
어허 새들아!
앞서서 너무 좋아들 마라
봄은 왔으나
봄 같지가 않으이
봄이라고 하기엔
아직은 어깨가 시리고
겨울이라 하려니
매화꽃이 웃음 짓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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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월 응모시
(1) 천리향
봄은 아직
잠자는 줄 알았는데
이미 대원사 입구 산책길에는
천리향 꽃나무에
꽃맹아리가 맺혔네
꽃잎 열어 금세 활짝
향기 품어 날릴 기세다
제비 빨리 오라며
천리향 바람에 실어
봄소식 전하려 하네
아직은 날씨
차갑고 쌀쌀한데
꽃 맹아리 오들오들
뜨는 듯도 한데
천리향 꽃 맹아리
금세라도 열릴 것만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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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때까지 친구야!
친구야, 우리 사이
코로나가 꽉 막아버렸네
하늘길, 바닷길, 땅길,
다 막혔으니 이걸 어쩌면 좋나
보고 싶다 친구야
너의 호탕한 웃음을 듣고 싶다
나는 골방에 갇혀
껌벅이는 컴퓨터와 씨름하느라
허리도 아프고,
돋보기에 비친 글자
하나가 둘되고,
둘이 셋되고 그렇다네
카톡으로
안부는 오가지만
그럴 때마다
니네 얼굴 떠올라
감질만 더 하다네
건강하자 친구야.
우리가 건강할 때
코로나 19도 빨리 도망갈 테니
그때까지인내하며
건강 잘 지키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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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시조)
멀리 두고 생각나면
불러다가 만났는데
인제는 나이 탓인가
무시로 찾아드네
이렇게 버릇 없으면
방문 걸어 잠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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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에 지친새
힘든 세상 사느라
잊었던 그대가
불현듯 살며시
내게로 찾아드네
돌아보지 않으리라
생각하지 않으리라
다시는
그리워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다짐했던 임
한번 떠오르는 그대
눈물 되어
또다시 불을 지피네
손잡고 싶었지만
흔들릴까봐
눈에 담고 싶었지만
눈물 날까봐
안아보고 싶었지만,
고운 숨결 잊지 못할까봐
애써 외면하며
그렇게 떠나보낸 임
다 잊은 줄 알았는데
다 잊혀진 줄 알았는데
다 지난 일인 줄 알았는데.
삶에 지치고
외로움에 지친 몸
마음도, 오장육부도
새까만 재만 남아
이제는 버릴 것
조차 없는 빈 가슴
그리움에 지친새
눈물새가 되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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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세월
청춘도 녹슬어
허한 맘 달래길 없네
먼길 돌아 지난 인연
꿈속같이 아련한데
생각하면 지난날들
소중한 듯 부질없네
한때의 사랑도
이제는 비워지고
한때의 우정도
모두 다 스쳐가고
한 여름의 뜨거웠던
열정도 서산에 넘어가니
무심한 세월 나 혼자
갈 곳 없어 헤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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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향 같은 그대
창밖에 보슬비 내리는 날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커피잔 속에 하얀 물보라
스며드는 프리마의
쌉쓰레한 이 맛
그대의 하얀
그리움의 향기
은은하게 피어나는
담배 연기처럼
임의 얼굴 몽실몽실 떠오르네
허전한 내 마음
달랠 길 없어
그리워서 한 잔
보고파서 한 잔
쓸쓸해서 또 한잔
입술 같이 포근하고
뜨거울수록
감칠맛 나는 임의향기
커피 향 같은 그대
오늘따라
더욱 그리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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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 사랑
순백의 웨딩드레스
곱게 차려입은
봄의 신부여!
뉘라서
장미 꽂보다 붉은
사랑을 뿌리칠 수 있으리까?
사랑이여! 사랑이여!
목련꽃이 피거든
모두 다 이루어지소서
백옥처럼
희고 순결하여
더욱 눈이 부신
아름다움이여!
그러나 너무 짧아
가슴 아픈
허무한 삶이여!
잠시 왔다 돌아가는 삶
지순한 사랑을
수놓은 은빛 향연이여!
그대 모습에
넋을 잃고 나면
시리도록 하얀 잎새에
외로운 전율이 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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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김판출 시(詩)방
문단에 제출한시(2022년 월간 부산문학)
김판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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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2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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