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축제가 되네?!
1. 사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약간 짜증이 났다. 여러번의 선거를 치루어 봤지만 앞으로 시대에 대한 전망과 대안을 마련하는 축제의 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후보들간의 치열한 경쟁과 비방이 난무하는 속에서 나는 어떻게 임할 것인가? 걱정이 앞섰다.
2. 나의 첫번째 선택은 아는 사람들과 인사나 나누며 재미있게 보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하며 허석 후보의 메세지를 보냈다. 카톡을 보내기 미안한 사람이 많았다. 4년, 5년, 6년 만에 느닷없이 보내는 카톡에 어떨까 싶은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반응이 아주 즐거웠다. 6년전 함께 노자 공부모임을 하고, 단 한번도 연락을 안나누던 사이에 카톡을 보내자, 아주 반가워 하는 것이다. 또 어떤 이는 안면 정도 있던 사이라서 보낼까 말까 망설여졌으나 조심스럽게 보냈다. 그런데 반가워 하며 말을 거는 것이다. 노자 공부하던 분과는 카톡 오가며 너무 반가워서 당장 만나자고 했다. 그 분이 수행자로서의 삶을 살아간다는 말을 들어서,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3. 우린 동천에서 피어나는 벚꽃 사이에서 만났다. 2시간 30분 정도 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중간에 다른 모임이 있어서 헤어졌다. 다른 모임을 마치고 혹시나 싶어 전화했더니 그 자리 그대로 이야기 중이다. 그리운 마음에 다시 찾아갔다.
가자마자 나부터 말을 꺼냈다.
"아는 사람들이 연구소를 만들어 연구소 명함을 내밀더라. 나도 앞으로 연구소를 만들어야겠어! 근데 뭘 연구하지?"
그 말에 친구들 박장대소하며 "왜안돼 연구소 어때?" 묻는다.
그 말에 벌떡 일어나 "나 그거 하려고 태어난 것 같아~! 나의 모든 경험은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어!"
사실이었다. 나는 어려서 부터 고교YMCA 활동을 했고, 협동조합 활동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어서 마음에 품은 것을 안해본것이 없다. 내 삶에서 실현하고 싶은 것은 거의 다 해 보았다. 그것은 사람들 사이의 연결망 덕분이었다.
왜? 라는 질문이 서로를 연결했던 경험, 새로움으로 연결된 경험, 그리고
면밀하게 따져보면 자기가 안된다고 선을 그은 거지, 뭐 안되는 것이 얼마나 있냐는 뜻이기도 했다. 우리는 즉시 왜안돼 연구소를 설립해서 '한달에 한번' 왜?를 물으며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자고 했다. 게다가 이 세상 천지에 왜안돼? 를 연구하고 싶은 누구라도 연구원으로 임명하기로 했다. 우린 이 세상이라는 재미난 놀이터에서 왜? 를 실험하는 연구자이며 실험자가 되고 말았다.
4. 선거운동 과정에서 홍보 자료를 보내며 시민들은 어떤 정책을 원할까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다.
5. 순천의 상상가 김동조 님에게 카톡을 보냈다.
"이번 선거 관련 재미난 상상력이 발동되거나 제안이 있으면 알려 줄래요?"
잠시후 온 아이디어.
"노인일자리+ 정담회" "공공근로+정담회" 라는 아이디어였다. 순천 시내 곳곳을 다니며 어떻게 하면 더욱 살기좋은 도시가 될가 상상하고 이야기 나누고, 정담회를 하여 시정에 반영하자는 의견이었다.
사람들 내면 깊숙이에 있는 지혜가 꺼내지고 나누어지는 풍경은 상상만으로 기뻤다.
6. 나는 교육력회복실천공동체 정담회가 숙의민주주의를 일구어 가는 모습에 이런 상상력이 이어지는구나 싶어 신났다.
다시 페이스북에 "민선 7기에 있었던 일중 단연 최고의 업적은 숙의민주주의를 39개월 매월 진행했다."는 것이라고 자랑을 했다. 매월 정기적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누구나 의제를 제안하여 진행하는 정담회를 통해 시민들의 필요와 욕구가 반영되었다고! 세금이 소수 뛰어난 학생들에게 투여되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 학생들을 위해 쓰이게 되었다고!
도대체 어느 도시에서 이렇게 시민 다수가 원하는 대로 세금이 쓰이냐고 자랑을 했다.
7. 새로움으로 이끄는 또 다른 경험
페이스북 친구 중, 그 글을 읽고 한 사람이 발끈하며 정담회 카톡방에 나의 페이스북 글을 캡쳐하여 올렸다.
"정담회가 자생조직이지 어떻게 민선 7기의 성과냐?"는 것이다.
"정담회는 민관학 거버넌스다. 시청공무원, 교육청공무원, 시민단체, 시민 누구나 참여하여 의제를 나누고 교육청 공무원, 시청 공무원과 풀뿌리 직원이 실무협의회를 거쳐 정담회에서 나눈 이야기가 시정에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을 했다.
그런데도 자기는 자생조직으로 알고있다고 주장했다.
그 내용을 본 사람들이 하나둘 자기 의견을 올리기 시작했다.
"농촌마을에 학생수가 부족한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우리 동네는 초등학교는 있는데 중학교가 없어서 힘들어요. 해결 방법이 있을까요?"
저마다의 해결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그 말에 또 다른 사람이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아~~ 말만 꺼내도 서로에게서 해결방안이 나오는 시민공론의 장이 수시로 실행되는 지혜의 도시, 순천!!
8. 그런 이야기 오고가는 풍경에 또 하나의 글이 올라온다.
"정담회가 시작된 후 처음 맞이하는 지방 선거네요.
그 동안 순천은 물론 전국 어디에서도, 어떤 영역에서도, 지방 선거 때 시민들이 필요한 정책을 논의하고 합의하는 경우가 잘 없었습니다. 일부 이익단체들이 후보들에게 로비하는 방식만 있었죠.
시민들이 정책을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그걸 바탕으로 후보들이 선거 공약을 마련한다면, 민주주의의 새로운 페이지가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정담회의 성격은 계속 변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도 정담회의 성격을 어느 하나로 규정하기 힘든데요. 이렇게 선거에서 시민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방식의 정치가 아니라, 시민 자신에게 필요한 정책을 모든 후보에게 제안하기 위한 정책 토론을 정담회에서 한다면, 민주주의 발전에서 큰 발전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정말 멋진 것 같습니다.
9. 오마나!
이런 식으로 시민들 속에서 정책이 제안된다면 선거에서 이기려고 후보자들이 너도나도 시민들이 원하는 정책을 실현하겠다고 할것이고, 민의가 반영될 수 있겠어! 시민들은 자신들의 꿈을 생각하고, 그것이 실현될것을 생각하며 얼마나 기대가 되겠어?! 이런 선거결과라면 누가 되든 무슨 상관이야~~?!
10. 지금 이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 알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것이다.
정담회가 정말로 정책선거를 만들어낼지? 아니면 흐지부지 될지?
11. 그 와중 새벽 책읽기 모임에서 영국의 한 도시에서 시도한 회복적 도시라는 아이디어를 읽었다.
오! 세상에 응보적 정의가 아니가 수많은 갈등의 와중에서도 서로를 배우고 성장하게 하고, 회복하게 하는 회복적 정의를 도시에서?!
영국의 어느 도시에서 시도했다는 그 회복적 도시! 그 단어를 듣자마자 나는 "순천에서도 그런거 해봐요~!" 흥분해서 외쳤다. 함께 공부하는 그 신중하기 이를데 없는 언니들도 함께 신나서 "오늘 오후 4시에 줌으로 만나 이야기 나누자." 고 결정해 버렸다.
그리고 며칠 후 통영에 사는 장용창 님이 제주도 어느 회복적 서클 교사와 통화하며 회복적 도시에 대한 상상에 설렌다며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전화한다. 그리하여 제주, 광주, 광양, 순천, 통영에서 8명이 연결되어 줌으로 미팅을 했다.
우리는 갑자기 꿈에 부푼 사람들 처럼 밤 9시에 만나 밤 11시가 되도록 줌 미팅을 두번이나 진행했다.
12. 회복적 도시를 이야기 하다가 한 선생님이 했던 말씀이 떠오른다.
"우리가 순천시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니 너무 기쁘고 멋지네요."
"우리 안에 내재된 본성, 지혜가 되살아나는 것 같아요."
선거가 축제라는 것은 이런 풍경을 말하는 거구나! 시민들의 지혜가 모아지는 광경!
13. 동조 씨의 '노인일자리+정담회' 아이디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니 동조씨가 이런 글을 보내온다.
"이런 상상력이 가능했던 것은 허석 시장님의 지난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죠. 무엇보다 "정담회"라는 구체적인 민주주의 성과가 있었고요. 이런 제안도 가능할 거라는 신뢰가 있었어요.
시장을 한 번 더 하셔야지 그동안의 성과에서 끝나지 않고 그것을 징검다리 삼아 계속 이어나가실 텐데요.
시민 마음을 편안히 하고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는 후보는 거의 없어요. 아무래도 어렵죠. 시장이라는 위치가요. 허석 시장님은 마음이 편해요. 느껴지는 게 있어요. 앞으로도 이 편안함을 계속 느끼고 싶군요. _()_"
첫댓글 꽃마리님은
늘 바쁘신것 같아요~
공동체 안에
꽃마리님 같은 분이 계시면
아주 일들이 수월하게
잘 될것 같아요~^^
공동선을 위해 진심을
다하신 모습 많이 배웁니다.
어쩌다보니, 그런 인연들을 만나서, 이렇게 살아지네요. 코 찔질 흘리던 내가 이런 인연들 사이에서 배우며 살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고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