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스톤 여행기(2)
다음날에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인근에 있는 「Pankake House」에서 아침 후 바로 「Old Faithful Geyser」지역으로 이동했다. 공원 전체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명물인 이곳 주변은 공원에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곳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정 시간이 되면 꼭 분출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최소 35분에서 최대 2시간 간격으로 평균 45미터 높이로 온천수가 뿜어져 나온다. 주기적으로 힘차게 솟아오르는 물줄기를 관람하려는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루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분출예정표를 확인하고 안내소 내에 있는 자료실을 둘러보았다. 이 공원에 관련된 많은 자료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특히 화산의 생성은 물론이고 간헐천이 솟아오르는 과정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오락가락하는 빗줄기를 헤치고 기다리다가 드디어 분출하는 자연의 물줄기를 목격하였다. 순간 30 년 전에 이 부근 어디에선가 이 광경을 구경하시던 부모님의 환성 소리가 들리는 듯하였다.
이어서 발품을 팔아 이 일대의 수많은 간헐천을 돌아보았다. 이름도 각색이고, 오묘한 모양이나 물빛도 상이하였다. 그야말로 신이 빚은 살아있는 태초의 자연 이었다. 상당한 거리를 돌고 돌면서 하나라도 더 보고 싶은 욕심이 가득하였다. 그러다가 「Riverside Geyser」에 이르니 많은 사람들이 분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도 자리를 잡고 근 한 시간 반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어 다른 곳을 구경하자고 하니 작은 외손이 더 기다린다고 고집을 피운다.
딸과 작은 외손만을 남겨두고 「Morning Glory Pool」을 비롯한 다른 곳을 구경하였다. 이름 그대로 화사한 나팔꽃을 닮은 모습이 마치 신세계를 보는 듯하였다. 다시 돌아와 그만 돌아가자고 하는 순간에 그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힘찬 분출이 솟구치며 물줄기가 창공을 가른다! 순간 작은 외손의 함성이 메아리치는데 조그만 아이의 인내와 고집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더구나 순간 출현한 무지개는 신이 그린 화폭이었다. 다소 어른들은 겸연쩍은 얼굴로 당차게 결단한 어린 외손의 인내심에 심심한 칭찬을 해 주었다.
내내 먼 거리를 뒤돌아 오면서 다른 간헐천을 돌아보았다. 유명한 목조 건물 내에서 늦은 점심을 하면서도 내내 외손의 끈기에 대한 격려를 해 주었다. 상당히 큰 규모의 나무로 지어진 건물은 숙소로도 유명한데 낡은 시설에 비해 그 편리성으로 비싼 숙박료를 지불해야 한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온천 중에서 특히 유명한 「그랜드 프리스매틱 온천(Grand Prismatic Spring)」에 들렸다. 아름다운 모습이 엽서에도 등장하는 이곳은 지름이 90m, 깊이가 50m인 초대형 온천이며 공원 내의 모든 온천 중 최대 크기이다. 온천 가장자리에 보이는 붉은색과 노란색, 그리고 온천의 푸른색이 조화를 이루어 마치 무지개 색깔처럼 아름답게 보인다. 이렇게 보이는 이유는 온천에서 사는 박테리아 때문이다. 이들은 특정 온도에서만 살 수 있도록 진화해 왔기 때문에 지표면의 색깔을 보면 그 부분의 온천수 온도가 몇 도인지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 박테리아들을 살아 있는 온도계라고 불리기도 한다.
우리는 도로변에 위치한 하단부에서 올라가 보았다. 먼저 「MIDWAY GEYSER BASIN」을 지나는데 마치 지옥불이 타오르는 듯한 광경을 보는 듯하다. 일대는 계속 피어오르는 수증기로 인해 전체의 모습을 보는데 상당한 방해를 받았다. 「FIRE HOLD SPRING」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심연으로부터 소구치는 에메랄드빛의 물이 아름다운 유혹을 하기도 하였다.
「그랜드 프리스매틱 온천(Grand Prismatic Spring)」은 이곳에서 가장 아름답고 장엄한 곳이라서 다음 날에 맞은편 산에 있는 전망대를 다시 찾기로 하였다. 숙소로 돌아와 늦은 점심식사로 식욕이 없어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웠다.
아침에 채비를 차려 먼저 어제 갔던 「그랜드 프리스매틱 온천(Grand Prismatic Spring)」에 들렸다. 오늘은 어제와 반대 방향에 있는 전망이 좋은 산에 오르기 위해 1.5km를 걸었다. 역시 주변은 온통 여기저기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의 연무가 뜨거운 지표면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강력한 역동성을 느꼈다. 드디어 산에 오르니 저 아래 보이는 푸른빛의 웅덩이가 주변에 황금색과 주황색의 고리에 쌓여 자태를 드러냈다. 날씨가 좋아 어제 맞은 편 하단부에서 보던 모습과는 달리 한 눈에 전체 광경을 볼 수 있어 그야말로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지나고 보니 이곳이 바로 최고의 명승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 홍보물 혹은 호텔의 벽에도 걸린 유명한 사진의 진가를 확인하는 확신의 기회였다.
오늘 부터는 방향을 북으로 향했다. 먼저 「Artists Paintpots」에 들려 다양한 색깔의 지표면을 구경하였다. 마치 미술가가 색칠을 한 듯이 빛의 마술이 펼쳐진 동화 속의 나라였다. 물에서 계속 진흙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바로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규모는 작지만 끊임없이 솟아오르고, 진흙을 토해내며, 칠면조를 닮은 천연색의 암석이 조화를 이룬 신의 선물이었다.
이어서 Norris지역으로 이동하였다. 「NORRIS GEYSER BASIN」은 지표면이 가장 뜨겁다고 한다. 온천수와 규소 성분의 화학 작용으로 지표면이 우유 빛을 띠고 있다. 이곳은 다른 지역에 비해 광대한 간헐천이 발달되어 있고, 규모는 작지만 관련 박물관도 구비되어 있다. 공원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이곳을 빠뜨려서는 안 되는 곳이다. 그러나 지역이 넓은 곳곳에 간헐천이 산재하고 있어 이 지역을 제대로 돌아보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이곳의 메인 간헐천은 「스팀보트 간헐천(Steamboat Geyser)」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게 분출하는 간헐천이며 한번 제대로 분출하면 높이가 90~120미터까지 치솟는다고 한다. 평소에도 끊임없이 방금이라도 터질 듯 보는 이의 발길을 잡는다. 엄청난 양의 물이 분출하여 지하로 연결된 인근의 다른 간헐천의 물이 마른다고 한다. 하지만 대형 분출의 주기는 매우 불규칙하여 최소 4일에서 최대 50년까지 길어지기도 한다니 이를 목격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인 듯싶다. 그나마 우중에도 높지는 않지만 연이은 분출은 곧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다음으로 구경을 한 곳은 「Mammoth Hot Springs」이었다. 이 곳은 공원 서북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산악이 발달하여 수목과 주변의 고산지대가 한 폭의 그림을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온천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물이 고인 온천이 아니라 석회암 계단처럼 생긴 특이한 지형만 있다. 이 특이한 생김새 때문에 여신의 테라스(Minerva's terrace)란 별칭이 있고 『튀르키예』의 「파묵칼레」와 같은 지형을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과거에는 이 매머드 온천 역시 활발히 온천수를 뿜어냈지만 1992년부터 물이 마르기 시작하여 현재는 가끔 가느다란 줄기의 온천수가 석회암 계단을 따라 소량 흘러내리는 정도만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석회암 계단이 있는 곳을 로워 테라스(Lower Terrace), 그 위쪽을 어퍼 테라스(Upper Terrace)라 부른다. 테라스 자체도 신비하지만 무엇보다도 테라스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웅장한 경관이 백미이다. 더구나 정상에서 공원 관리소로 내려가는 도로에 연한 숲의 풀밭에 엘크와 무스 등의 동물들이 무리지어 풀을 뜯는 모습은 또 하나의 신비한 경험이었다. 공원 관리소(Albright Visitor Center)에서는 공원 전체의 소개, 전시물, 안내와 특별체험 등의 일이 진행된다. 1800년대 후반에는 군부대가 주둔하여 주민들의 무분별한 밀렵을 단속하였다고 하는데 당시 숙소의 건물이 남아있다.
이곳 구경을 마치고 숙소가 있는 「Gardiner」지역으로 이동하였다. 이곳에는 바로 북쪽에서 공원으로 들어오는 관문이 있다. 각종 동물의 박제가 가득한 숙소(THE ANTLER LODGE)의 식당에서 온 가족이 만찬을 즐겼다. 각지에서 온 많은 관광객이 붐비고 있었다. 이 조그만 마을은 여름 성수기 동안에 성업을 이루고 나머지 기간은 폐쇄하는 곳이라 그런지 거리는 한산하고 조용하였다. 암튼 모두 건강하게 지내고 즐겁게 지내니 한결 마음이 놓이고 안심이 되었다.
※ 2부를 마치고 다음에 마지막으로 3회분을 올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