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보증금 못 돌려줘…'깡통전세' 우려 확산 |
[K그로우 이연진 기자] "만약에 갭투자한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못 돌려주면 어떻게 하나요. 이번에 차라리 전세 보증금을 빼고 월세나 반전세로 가는게 더 나을 것 같아요. 어차피 전세 대출 이자도 비싸기 때문에 이사가려고요."
최근 임차인들이 전세를 기피하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돌려 줄 수 없는 이른바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불안해진 세입자들이 보증금이 낮고 월세가 비싼 반전세 형태로 옮겨 가고 있다.
실제로 서울 등 수도권 뿐 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전세 물량이 크게 남아 돌고 전셋값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입자들이 전세를 찾는 수요가 확연하게 줄어들면서 2년 전 가격보다 싼 전세 물건들이 속출하고 있다.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저렴하게 급전세를 내놓아서라도 세입자를 들이고 싶지만 이마저도 상황이 여의치 않고 전세가격 마저 하락하고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첫째주(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2% 하락했다. 지난주(-0.18%)보다 낙폭이 커진 것으로, 2019년 2월 18일(-0.22%) 이후 3년8개월 만에 가장 많이 내렸다.
서울 25개구가 모두 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송파구(-0.38%)와 서대문·종로구(-0.29%), 은평구(-0.28%), 성북구(-0.27%), 중구(-0.25%), 강동구(-0.24%)의 하락 폭이 컸다.
학군 등으로 전세 수요가 많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형의 경우 현재 전세 물건이 12억원 선에 나오고 있다. 2020년 9∼10월 이 아파트의 전세금이 최고 13억∼14억원이었는데 이보다 1억∼2억원가량 낮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도 2년 전 시세보다 낮은 물건이 등장했다. 이 아파트 전용 76.79㎡형의 경우 2년 전 전셋값이 최고 7억∼8억원이었는데 지금은 6억8000만∼7억원대 초반에 전세가 나와 있다.
강남 대치동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전셋값이 비싸고 물량이 없어서 세입자들이 들어오려고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세입자들이 나가겠다고 하는 상황" 이라며 "하지만 보증금을 돌려줄 돈이 없는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를 찾아야 하는데 마음을 졸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11일 기준 서울 전세 매물은 4만2344건으로 한 달 전(3만6247건)보다 17% 증가했다.
특히 최근 집을 팔기 위해 내놨다가 매매를 하지 못한 집주인들이 임대로 돌리면서 전세 물량 공급이 더 늘어났다.
최근 임대차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에 유일한 제도인 전세 제도가 흔들릴 만큼 전세 비중도 크게 하락하고 있다. 대신 월세 비중이 크게 늘면서 전세를 앞지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21만903건) 중 월세는 10만6115건으로 50.3%를 차지했다. 올해 4월 월세가 전세를 추월한 이후로 4개월 연속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분간 매매와 전세가격이 동반 하락하며 시장이 침체된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 그나마 깡통전세 위험이 덜한 월세로 이동하려는 세입자들이 증가하며 월세시장만 나홀로 호황을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자금 대출을 받았다면 월이자와 월세를 비교해 유리한 쪽으로 갈아탈 필요가 있다"며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어 월세는 임대사고가 나도 손실 금액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출처 : K그로우(http://www.kgro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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