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 있는데 선수 바꾸며 느릿느릿... 12년 벼른 가나의 ‘복수’였다
최훈민 기자
입력 2022.12.03 02:58
카타르월드컵 H조 3차전 가나와 우루과이의 경기에서 가나의 모하메드 살리스(오른쪽)가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즈와 볼을 차지하기 위해 경합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전광판의 시계가 멎고 7분이나 지난 후반 52분, 가나 축구대표팀 감독 오토 아도는 0대 2로 끌려가던 그때 대기심에게 선수 교체 의사를 내비쳤다. 이미 주어진 추가 시간을 거의 다 쓴 상태라, 현실적으로 16강 진출에 필요한 2골을 넣을 시간이 없던 때였다. 1골을 먹히면 우루과이가 한국을 골득실차로 제치고 16강에 진출하는 상황.
뭘 해도 뾰족한 수가 없던 그 시간대, 가나는 굳이 최전방에서 뛰던 공격수 모하메드 쿠두스를 빼고 공격수 압둘 파타우 이사하쿠를 넣었다. 쿠두스는 터벅터벅 천천히 걸어 나왔다. 지는 팀은 보통 총알 같이 선수 교체를 진행하는데, 뭔가 달랐다. 경기 종료 1분도 안 남은 상황에서의 느릿한 선수 교체, ‘시간 끌기’에 들어간 것이었다.
느릿느릿 들어온 이사하쿠가 뜀박질을 시작할 때쯤 경기는 바로 끝났다. 한국 시간 3일 오전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 예선 최종전 가나와 우르과이의 경기에서 가나가 2골만 내준 덕에 한국은 우루과이와 같은 승점에 같은 득실차에도 다득점으로 16강에 진출하게 됐다.
가나의 공격수 7번 압둘 이사하쿠가 후반전 추가 시간 7분이 넘어선 시각 경기장으로 투입되고 있다 /KBS
가나의 공격수 7번 압둘 이사하쿠가 후반전 추가 시간 7분이 넘어선 시각 경기장으로 투입되고 있다 /KBS
이 경기 하이라이트는 1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를 뒤집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가나가 시간 끌기용으로 선수를 교체했던 장면이었다. 군자(君子)는 복수하는데 10년도 기다린다는데, 가나는 12년을 기다렸던 것일까.
3일 오전 가나와 우루과이 경기가 끝난 직후, 우르과이의 16강 패배를 알리는 기사 하단에 달린 댓글에서 가나의 선수 교체 이유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추가 시간 다 보내고 1분도 안 남은 그 순간 선수 교체를 하는 건 ‘목적’이 있어서다. 넣어 봐야 1골 정도 더 넣을 수 있는 시간만 남았었다. 1골을 넣더라도 가나에겐 의미 없었다. 어차피 이기지 못하면 16강에 진출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 교체는 그냥 우루과이를 절대 16강으로 보낼 수 없다는 뒷다리 잡기용 교체였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을 기다려도 부족하다는데 가나는 12년 걸린 듯.”
무슨 복수일까.
가나와 우루과이의 악연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이래 우르과이의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는 가나의 주적이었다. 당시 월드컵 8강전에서 우루과이와 붙었던 가나는 1대 1로 진행되던 연장전에서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회심의 슛을 때렸지만, 이를 막아낸 건 골키퍼의 손이 아닌, 공격수 수아레스의 손이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8강 경기 연장전 1대 1로 비기던 상황에서 가나의 슛팅을 손으로 막아내는 우루과이의 공격수 수아레스 /FIFA 제공
2010년 남아공 월드컵 8강 경기 연장전 1대 1로 비기던 상황에서 가나의 슛팅을 손으로 막아내는 우루과이의 공격수 수아레스 /FIFA 제공
수아레스는 자신의 진영 골문에 서서 정면으로 날아오는 가나 도미니카 아디이아 헤더를 손으로 쳐냈다. 수아레스는 핸드볼 파울로 바로 퇴장 당했고, 페널티 킥을 얻은 가나가 이를 실패하며 결국 우르과이가 승부차기 끝에 4대 2로 이겼다.
마라도나의 ‘신의 손’ 사건처럼 은밀하게 손을 써서 공격수가 골을 넣는 장면은 가끔 있었지만, 이처럼 말도 안 되는 기행으로 ‘골을 막았던 공격수’는 월드컵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아레스의 기행 탓에 가나는 4강 진출에 실패한 것이었다.
12년 만의 리턴 매치를 앞둔 한국 시간 2일 H조 4팀의 기자회견에서 ‘그날의 일’에 대한 사과 의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수아레스가 한 말은 가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때 나 레드 카드 받았잖나. 사과 않겠다.”
수아레스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가나 선수가 페널티 킥 실축한 게 내 잘못인가? 내가 만약 가나 선수에게 부상을 입혔다면 사과했을 것”이라며 “난 당시에 레드 카드를 받았다”고 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충분한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가나 팬들이나 선수들이 날 향해 ‘복수심’을 품는다면, 그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수아레스의 이 기자회견 답변이 가나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본 것이다.
이와 동시에 가나 감독 오토 아도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남긴 말도 재조명됐다. 아도는 “2010년 일어났던 일은 매우 슬픈 일이었다”면서 “과거를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가 늘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루과이는 별일 아니라고 치부했던 그 일이 가나에겐 ‘매우 슬픈 일’이었고 ‘복수의 기회’로 보였던 셈이다.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 /뉴시스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 /뉴시스
결국 가나의 12년 걸린 복수극 덕에 한국은 12년 만에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한국은 전반 5분 포르투갈 공격수 히카르두 오르타에게 골을 먹으며 0대 1로 끌려 가다, 전반 막판 김영권의 동점골과 후반 추가시간의 황희찬 역전골로 2대 1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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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Lewis
2022.12.03 17:05:13
이쯤 되면 가나와 한국의 새로운 친선교류가 있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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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coy04
2022.12.03 16:54:54
추가시간 8분동안 목이 쉬도록 가나을 응원했다. 추가 실점을 하지 말라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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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삶
2022.12.03 16:40:21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감면되기도 아니면 2천냥 빚이되기도 한다. 거짓말 항상 잘하는 더불당은 국민들의 복수를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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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벨룽겐
2022.12.03 17:15:38
더불당은 16강에도 못 오르고 대패 할 껴....
kang8899
2022.12.03 16:26:18
이런 과거의 일 들을 정확히 기사화 한 조선일보 취재진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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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이트
2022.12.03 16:16:26
응당하네. 그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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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휘기픈남간
2022.12.03 15:56:34
가나 쌍동이 괴롭힌 개딸들 사과하세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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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gildon****
2022.12.03 15:38:21
살아가면서 어느 누구에게나 원한을 사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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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애니멀
2022.12.03 15:16:19
평소에 열심히 살아야 복받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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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인
2022.12.03 14:42:00
열심히 싸운 가나 축구선수와 감독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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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wjrgoqud
2022.12.03 14:40:23
수아레스 이놈 진짜 나쁜놈이네 12년의 복수는 위 내용 보다도 그 짓을 하고 가나가 통한의 패배를 하고 상심에 빠져 있을 때 수아레스 이놈이 가나를 향해 조롱을 한게 더 원한을 품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다 수아레스가 조금이라도 미안한 기색을 내비쳤다면 가나가 그렇게 까지 사무친 복수심을 가지지는 않았을거다 가능하면 적을 만들지 말고 혹시 만들더라도 싸가지 없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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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고르자브종
2022.12.03 14:34:46
가나 팀에게 대한민국 체육훈장을 수여해야 한다. 정말 골키퍼는 한국리그에 데려오자. 나는 오늘부터 가나 쵸코랫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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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wjrgoqud
2022.12.03 14:44:19
마찬가지로 한국의 16강행에 골어시스트, 골 찬스 개발 삽질등 등으로 적극 협조한 싸가지 호날두에게도 감사장에 가나 쪼코렛1상자등 정도는 줘야하는 것 아니냐?
정하수
2022.12.03 14:28:21
땡큐 가나. 응과보응 우루과이 수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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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影塔
2022.12.03 14:15:27
가나의 복수는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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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태평양
2022.12.03 14:12:19
수아레즈가 죄멍이 쫓아가려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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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리
2022.12.03 14:06:10
이런 소리 자꾸 하지 말라. 그렇지 않아도 한국, 일본은 16강 올랐다고 축제 분위기에 중국 네티즌들은 배가 아파 죽겠는데. 그래서 한국, 일본이 돈 많아서 상대국을 매수했다고 온갖 소문 퍼뜨리는데 잘못 하면 그들 숫자 놀음에 우리만 당한다. 이럴 때 한국 신문은 왜 초 치나? 신문이 이런 짓 하면 당당히 최선을 다해 싸운 우리 선수들은 뭐냐? 손흥민 골절상에 얼굴이 부어서도 최선을 다해 뛰는 것 보지도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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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요한
2022.12.03 13:54:58
"We saw on the screen" that Korea had taken the lead, Ghana defender Daniel Amartey said. "I just told my team that we need a goal now, but they need a goal now. We have to defend for ourselves. If we don't go, they don't go. " 뉴욕타임즈 기사 일부 인용입니다. 기막힌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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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2022.12.03 12:53:48
스포츠는 스포츠라고는 하지만, 맺힌 한은 잊혀지지 않는 것 같다. 수하레스 저늠은 손으로 공을 막지않나 귀를 물어뜯지를 않나..인터뷰하는 모습 등 일류선수가 지녀야할 모습에 많이 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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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수
2022.12.03 12:50:24
땡큐 가나. 응과보응의 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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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구름나그네
2022.12.03 12:22:46
뿌린대로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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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향산 도사
2022.12.03 12:21:59
12년전 한국도 우루과이에게 16강에서 졌잖아. 두 팀의 복수 합작극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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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자
2022.12.03 12:15:15
문제인도 잘 봐야 해. 남을 아프게 하면, 지는 어떻게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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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담은우물
2022.12.03 12:10:38
오늘, 가나 초콜렛 많이 팔리겠구먼...!!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