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 유 가
이 몸이 한가하여 세상사를 소제하고 초당에 누워 세상 풍경을 생각하니 창외에 달이 밝고 청풍이 서래커늘 학슬침 돋우베고 겨우 한잠 들었더니, 호접이 장주되고 장주 호접 되어 통천하를 두루 돌아 태고삼황 뵈온 후에 인간 만불 알리로다. 공맹안증 찾아뵈니 칠십제자 모였구나. 강태공을 만나보니 응양지재 가득하다. 이태백 만나 보고 강남풍월 어떻던고, 주중천자 사해문장 아니런가. 만고필법 왕희지와 백낙천의 장한가와 도연명의 귀거래사 분명하다. 창오산 구름 속애 순임금을 뵈러 가니 오현금비껴안고 남풍가를 부르신다. 검각령 찾아가니 어영태수 안록산이 양귀비를 앗으려고 당명황을 쫓아내니 명황이 할일 없어 마외역 진흙 속에 양태진을 버히도다. 명황의 피눈물이 아미산에 뿌렸에라. 항우의 어린 소견 아방궁에 불지르니 종묘사직 한심하다. 애닲을사 초패왕은 우미인을 이별할 제 눈물이 피가 되고 정장의 말을 분히 여겨 오강을 못 건넜고, 수양산 들어 가니 백이숙데 고사리를 캐어 먹고 주나라를 근심한다. 고소성을 지나서 멱라수변 다다르니 오자서와 굴삼려는 위국충혼 깊은 뜻이 애애 호호 슬피 운다. 요지선경 구경하러 백옥산을 올라가니 선관선녀 모였구나, 신선풍류 좋을씨고. 층층루상 올라가니 월궁항아 반수로다. 만반진수 차려 놓고 상아저로 맛을 보니, 불로초로 소채하고 용두산적 봉미탕에 벽통주 천일주에 불사약이 안주로다. 견우 직녀 찾아보니 하동하서 나놔 있어 칠월 칠일 눈물짓고 오작으로 다리 놓아 은하수를 건너가서 서로 만나 보단 말가. 황하수에 목욕하고 산채점심 한 연후에 팔경 구경하러 소상강 찾아들어 동정호로 내려가니, 장한이 강동거하니 청천일난에 수심을 도도는 듯, 홍문연을 들어가니 제왕제장 늘어앉아 풍류 소리 질탕한데 목자진렬 저 번쾌의 치주제견 장할씨고. 오강에 우는 말은 항우 타던 오추마요, 기산에 섰는 소는 소부의 소 분명하고, 추월망야 우는 닭은 맹상군의 닭이로다. 이화정의 짖는 개는 마고할미 삽사리요, 오류촌 들어가니 도연명의 정자로다. 여포 타던 일행천리 적토마를 조맹덕이 앗아 타고 관운장께 드렸으니 화용도 좁은 길에 조조를 항복받고 늠름한 대장부요, 노장익당 황한승은 칠십 당년 늙었으되 한 말 밥과 열 근 고기를 마상에서 받아 먹고 팔만 대병 큰 싸움에 임의로 횡행 하여 있고 편작의 고명수단 만병을 통치하고 맹호연의 저는 나귀 백낙천이 고쳐 내어 연엽주를 실어 타고 도연명을 찾아가고 유령이를 찾아가니 장취불성하여 있어 천수만한 다 버리고 장진주로 노래한다. 춘산화류 노는 명사 멱라궁의 영영이라 서시 경대 다 왔으니 일색 구경하고 가자, 숙랑자의 고운 얼굴 오늘이야 보리로다. 남해용궁 들어가니 여서문의 상량문에 광리왕이 칭찬하니 글귀마다 문장이라 부상홍일 높았는데, 서역국을 들어가니 아미타불 석가여래 관음보살 지장보살 십이보살 오백나한 송경 소리 유랑하다. 그리로서 돌아나와 고소댜상 월단단이요, 고소대하 수잔잔이라. 읊어 내니 취흥이 한가하다. 왕발의 등왕각서 처량할손 삼척미명 네 글자라, 삼신산 돌아들어 백운으로 일산 삼고 청풍으로 부채 삼아 좌우 산천 구경하고 호중천지 바라보니 석양천이 거의로다. 낚싯대를 둘러메고 조대로 내려가니 서산낙조 비꼈는데 은린옥척 낚아 내어 버들 끝에 꿰어 들고 망혜완보로 어부사 외우면서 행화촌 찾아가니, 고기 주고 술을 사서 취하여 돌아오니 청한담백 이내 몸이 세상 공명 비할소냐. 구승갈포 입었으니 금의를 부러하며 산채맥반으로 적구충장하였으니 고량진미 무용이라. 세상사 정녕 이러하구나, 아니 놀고 무엇하리.
<해 설>
이 <몽유가>는 꿈 속에서 본 것을 생시와 같이 엮은 것이다. 다른 단가도 그렇듯이 너무 허황된 말이 많고 비슷비슷한 구절이 연속되어 같은 말이 반복되므로 흥미가 적다. 부귀영화도, 금의옥석도 모두 다 귀찮다는 것으로 끝을 맷는데. 고사에 얽힌 옛일들을 화려한 문장으로 수식하여 읽을수록 진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