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의 핵심 기업 중 하나인 DB하이텍은 웨이퍼 수탁 생산 및 판매를 담당하는 파운드리 사업과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및 자사 제품을 설계, 판매하는 브랜드 사업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DB하이텍의 주가는 정말 답도 없습니다.
아주 야금야금 햄스터가 빵조각을 뜯어먹듯이 주가가 하루하루 하락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주들의 입장에서는 정말 노이로제가 생기지 않고서는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일단 주가가 하락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반도체 업황이 전반적으로 안좋기 때문이죠.
DB하이텍은 8인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중심으로 고객사에게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웨이퍼가 클수록 더 많은 칩을 생산할 수 있기에 12인치 웨이퍼가 등장하고나서 8인치 웨이퍼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는듯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당시 전자기기 수요는 급증하는데, 웨이퍼가 없으니 8인치가 귀한 몸 대접을 받았죠.
그런데 지금은 인치고 나발이고 싹 다 골로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8인치는 다시 천한 노비가 돼버린 것입니다.
덕분에 DB하이텍의 실적도 고꾸라져 버렸습니다.
DB하이텍의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1.97% 급감한 43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참고로 연간 영업이익은 2663억원으로, 65.36% 줄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모멘텀이 상당히 오래갈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면 8인치 파운드리 재고가 여전히 많은 탓에 가격을 내려도 주문이 크게 늘지 않는 상황이거든요....
일각에선 요즘 AI열풍으로 반도체 수급이 늘어나고 있으니, DB하이텍도 파운드리 수혜를 받지 않는 것에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8인치는 첨단 반도체 사업이 아니기에 수요 회복은 사실상 크게 기대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팹(공장)의 연간 가동률이 60~70%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50~60% 수준보다는 높은 것입니다.
물론 호황기에 비하면 턱도 없지만 말이죠.
한편 DB하이텍의 현재 문제는 실적 악화도 있지만, 주주환원책이 너무나도 소극적인 것도 있다고 봅니다.
최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저평가된 기업들이 주주환원을 통해 성난 주주들을 안심시키고 있는 반면, DB하이텍은 여전히 주주환원에 대해 별 다른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이 빠따를 들고 찾아올 것을 우려한 탓인지 최근 DB하이텍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순이익의 3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내용이 담긴 경영혁신 계획안을 발표했으며, 배당성향을 종전 10%에서 최대 20%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