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에게 소중한 존재입니다
올해의 마지막인 오늘, 지난 한 해를 돌이켜봅니다. 다 사다난(多事多難)했던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모두 자기 혼자 만의 힘으로 살지 않고, 주위의 도움과 사랑으로 살아왔음 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도 바오로의 콜로새서 말씀처럼 늘 “감사하는 사람”(제2독서)이 되었으면 좋겠습 니다.
영어로 헤어질 때 건네는 인사말인 ‘굿바이’(Good-bye)의 본래 의미는 “하느님께서 너와 함께 하신다.”(God be with you) 뜻을 담고 있습니다. 삶의 고비마다, 이해하기 어려운 고통 에 처할 때라도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보았다고 (루카 2,30) 고백할 수 있을만큼, 위로받을 때를 기다릴 수 있는 인내와 희망이 우리 안에 자라나기를 기도합니다. 특별히 성가정 축일을 기념하며, 가정의 소중함을 기억하고 현재 겪고 있 는 어려움 앞에서도 가족 구성원들이 주님 안에서 일치와 사랑의 끈으로 단단히 묶일 수 있도록 기원합니다.
나자렛 성가정의 특별함은 그저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구성원으로서 그 안에 사셨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하느님의 뜻을 삶의 중심에 놓고 사셨다는 사실에서 비롯됩니다. 양부이신 성 요셉은 가장으로서 보인 책임감과 성령으로 말미암아 혼인 전에 임신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이는 포용심으로, 아기 예수님을 ‘튼튼하고 지혜가 충만해’질 수 있도록 양육하셨습니다. 어머 니 마리아께서도 아기 예수님에 관한 예언의 말을 마음속에 곰곰이 담아내며 삶의 고비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순종하는 ‘겸손한 종’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께 서도 당신의 삶을 통해, 비록 그 여정의 마지막이 십자가 상의 희생일지라도 인류를 위한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당신의 사명에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이처럼 삶이 자신에게 완수할 것을 요구하는 바에 계속 해서 응답하려는 것을 ‘의미에 대한 의지’라고 말합니다, 때론 ‘거룩한 부르심’ 내지는 ‘소명’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 다. 성가정은 자신의 안위보다는, 하느님의 뜻을 따르려는 ‘의지적 사랑’으로 어려움들을 이겨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들의 가정도 ‘서로를 위해 강요된 삶’이 아니라 하느 님의 뜻을 삶의 중심에 놓고 서로 인내하고 격려하며 살아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가정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삶의 의미입니다. 지난 시간, 서로의 부족함을 용서하고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서로를 더욱 소중히 여기며 새해를 시작합시다.
Good-bye 2023! God be with you 2024!
- 최우주 필립보 신부 / 대신학교 지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