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여성시사 - 자존의식
영원한 인간사랑 ・ 2023. 9. 22.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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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전여성시사
자존의식
같은 여성이지만 사대부가문의 여성에 비해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기녀는 자신이 비록 지금은 천한 기녀 신분이지만 아무나 쉽게 대할 수 없는 존재라는 자존의식을 항상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황진이는 〈소백주(小柏舟)〉에서 자신이 처음 만난 임에 대해 노래하고 있는데, 그는 어떤 임이든 와 주기를 바란 것이 아니라 자기의 맘에 드는 임이 올 때까지 오랜 시간 기다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오랜 기다림 뒤에 만남 임은 문(文)과 무(武)를 모두 갖춘 뛰어난 인물이었다는 점을 들어 자신은 아무나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자존의식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운초 역시 자신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하여 그는 〈사절정(四絶亭)〉에서 산과 바람, 물, 달이 빼어나 ‘사절(四絶)’로 일컬어지는 정자 이름에 절세가인인 자신을 더하여 ‘오절(五絶)’이라고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여, 비록 기녀이지만 자신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사람이라는 자존의식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의성(義城) 기녀인 초옥(楚玉) 역시 다음 시에서 기녀로서의 자존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초옥은 시골 유생이 접근해 오자 다음 시를 지어 거절했다고 한다.
我本荊山和氏璧(아본형산화씨벽) 나는 본디 형산 화씨의 벽옥으로서
偶然流落洛江頭(우연유락낙강두) 우연히 흘러 낙동강 머리에 떨어졌네
秦城十五猶難得(진성십오유난득) 진나라 열다섯 성으로도 얻기 어려운데
何況鄕閭一腐儒(하황향려일부유) 하물며 어찌 시골의 한 썩은 선비이랴
그는 자신이 지금은 비록 기녀생활을 하고 있지만 본래는 형산 화씨의 벽옥과 같이 귀한 몸이었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형산 화씨의 옥이 돌에 덮여 처음에 돌로 오인되었던 것처럼, 옥 같은 자신도 어쩌다 낙동강 가에 떨어져 돌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자신은 진나라 성을 아무리 많이 주어도 얻기 어려운 존재라고 함으로써 기녀로서의 자존의식과 당당함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기녀들은 자신의 이름을 제재로 시를 지은 작품이 많은데 이는 자신을 드러내려는 내적 욕구와 자신의 존재 의의를 더욱 부각시키려는 의도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성천(成川) 기녀인 일지홍(一枝紅)은 일찍이 그 이름을 제목으로 절구를 지었는데 그는 이 시구에서 자신을 쉽게 꺽으려는 사람들을 경계하며 스스로 몸단속을 하여 남에게 쉽게 보이지 않겠다는 자의식을 표출하고 있다.
惑恐人易折(혹공인이절) 혹 사람들이 쉽게 꺽을까 두려워
藏香故不發(장향고불발) 향기를 감추고 드러내지 않아요
[네이버 지식백과] 자존의식 (한국고전여성시사, 2011. 3. 25., 조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