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님 페이스북에서 모셔 옴)
다양한 재벌, 정벌 흙 미장
재료 : 흙, 모래, 볏짚, 물
비율 : 흙 1, 모래 1.5~2, 볏짚 1/2, 물 1.25 (부피 기준)
재벌 미장은 초벌 미장한 면에 바르는 두 번째 미장이야. 무엇보다 재벌 미장 반죽은 구조성이 중요해. 강도가 있어야 하지. 볏짚을 쌓거나, 왕겨나 짚을 버무린 후 다져 벽을 만든 경우라도 미장이 안팎에서 감싸고 있다면 힘을 받을 수 있는 단단한 벽이 되지. 쨈, 야채, 계란 등 약한 재료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식빵을 붙여 만든 샌드위치를 여러 장 세워 놓으면 그 위에 무거운 책도 받칠 수 있게 돼. 이런 효과를 샌드위치 효과라 불러. 구조성 있는 재벌 미장은 벽체를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거지. 재벌 미장 때 사용하는 흙은 초벌 때 보다 좀 더 고운 흙을 사용해야 해. 대략 6mm 채에 쳐서 사용하지. 모래는 초벌 때 보다 많이 넣어야 해. 모래는 균열을 줄여주고 구조성을 높여주거든. 건재상에 구한 미장용 모래를 한 번 더 채에 친 1~2mm 안팎의 고운 모래를 쓰는 것이 좋아. 문제는 모래가 너무 많으면 접착성이 떨어져서 부슬거리기도 하고, 벽체가 너무 딱딱해져서 유연성이 떨어지게 돼. 지진이나 진동에 견디는 힘이 약해지거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벌 미장 때에도 접착성을 높이기 위해 앞에서 소개한 발효 흙-볏짚 미장을 사용하거나, 풀을 추가해줘야 해. 볏짚을 추가해준다면 균열도 줄여주고 유연성도 높여주게 돼. 볏짚도 1cm 길이로 자른 후 다시 예초기로 파쇄하거나 채에 쳐서 사용하지. 초벌 미장 때와 같이 재료들을 혼합할 때는 모두 한 번에 넣지 말고, 각 재료들을 조금씩 넣어가며 배합하는 게 골고루 섞을 수 있어. 물도 마찬가지로 한 번에 넣지 말고 조금씩 나눠서 섞은 게 기본이지. 가능하면 현장에서 바로 배합해서 사용하지 말고, 우선 흙과 볏짚을 물과 혼합해서 습기가 날아가지 않도록 비닐로 덮어서 며칠 숙성시켰다가 다시 모래와 풀을 섞어서 사용하는 게 좋아.
재벌 미장을 할 때에도 역시 초벌 미장 때와 같이 넓은 흙손으로 거칠게 바른 후 나무 흙손으로 둥글게 문지르면서 미장 면을 평활하게 하고, 다시 쇠 흙손으로 곱게 문질러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어야 해. 가장자리 부분은 수축을 줄이기 위해 미장반죽의 모래 함량을 조금 높이는 게 권장되고 있어. 만약 재벌 미장 단계에서 끝내려면 아직 미장이 젖어 있을 때에 경계면 미장을 흙손으로 살짝 누르면서 오염 방지를 위해 붙여 놓았던 종이 테이프(커버링 테이프)를 떼어내는 것 잊지 말고. 30분 정도 지난 후 미장이 약간 꾸덕꾸덕 말라갈 때 살짝 물을 적신 흙손으로 다시 미장 면을 문질러주면 기공을 막아주고 표면을 더욱 매끄럽게 만들 수 있지. 그런 다음 조금 시간 간격을 두며 4회 정도 미장 면을 살짝 눌러주며 문질러 주어야 해. 현장에선 이런 작업을 ‘물때를 봐서 문질러 준다’고 표현해. 아직 미장 반죽에 습기가 있을 동안에 현장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닦아내야지 뒷 처리가 수월해지지. 24시간 후 미장이 거의 말라가고 있을 때, 스폰지를 물에 축여 짜 낸 후 미장 면을 가볍게 문질러 주면 볏짚이 드러나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 수 있어. 미장이 완전히 마른 후 벽면이 비나 물기에 잘 견딜 수 있도록 아마인유를 수차례 바르기도 하고, 점성이 아주 살짝 있는 애기 맑은 콧물처럼 아주 묽게 쓴 풀을 살짝 칠하듯 바르기도 하지. 자칫 된 풀을 바르면 나중에 풀기가 수축하면서 미장이 떨어지고 엉망이 되어버리니 조심해야 해. 아마인유나 풀을 발라야 벽에서 먼지가 나지 않아. 아참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주의 사항이 있어. 풀은 빗물이 닿을 수 있는 외벽에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 명심해야 해.
- 접착 강화 흙+모래 미장
재료 : 흙, 모래, 밀가루 풀, 물
비율 : 흙 1, 모래 2, 풀 1, 물 1.25 (부피 기준)
특징 : 내벽용
볏짚이나 다른 섬유재를 넣을 수 없는 경우는 어떻게 할까? 재벌 미장에 섬유재를 넣는 것을 권장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도 있잖아. 미장 면을 긁어서 벽화를 만들 경우는 섬유가 있으면 오히려 방해가 되기 때문이야. 광택 미장을 할 때도 대개 섬유재를 넣지 않아. 광택을 위해 연마를 할 때 섬유가 밀리면서 미장 면이 부서지거든. 이런 변수가 있어서 미장이 단조롭지 않고 재미있는거지. 볏짚이나 섬유재를 넣지 않고 모래를 많이 넣은 미장 반죽으로 미장하면 아무래도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접착성도 떨어지고 부서지기 싶지. 다양한 색상을 표현하기 위해 미장에 안료를 추가해서 색토미장을 할 때가 있는 데 안료를 넣으면 점성이 떨어져 이때도 풀을 넣으면 점성을 보완할 수 있어. 꼭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흙 미장에 풀을 넣으면 미장 면에서 흙 부스러기나 먼지가 생기는 걸 방지할 수 있어. 작업성도 좋아지고 보수성이 높아져서 너무 빨리 마는 것을 방지해주기도 해. 이런 여러 이유 때문에 밀가루 풀, 찹쌀 풀, 해초풀, 느릅나무 풀, 우유 단백질로 만든 카제인 풀 등 다양한 풀을 혼합해서 접착성을 높여주는 미장법이 발달했어. 다시 풀을 사용한 미장에서 주의할 사항을 반복해야겠네. 풀은 빗물이 닿을 수 있는 외벽에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 명심해야 해. 아무리 접착성이 높은 풀이라도 장기간 빗물에 닿으면 풀어지게 되기 때문이야.
- 정벌 미장
재료 : 흙, 모래, 볏짚, 물 (토성 안료)
비율 : 흙 1, 모래 0.5~1 볏짚 1/3~1/4, 물 1, 안료 적당량 (부피 기준)
정벌 미장은 최종 마무리 미장이라 할 수 있는데, 황색이나 적색을 띈 점토나, 백토(고령토), 석회를 각각 주재료로 하는 마무리 미장이 있지. 정벌 미장 반죽은 재벌 미장 때 소개한 미장 반죽과 거의 비슷해. 다만 앞서 미장의 두께를 다룰 때 이야기 해두었지만 정벌 미장은 3~4mm 두께로 얇게 미장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재료는 흙이든, 모래든 볏짚이든 가장 고운 채에 쳐서 가장 곱고 가는 것만을 골라 써야 해. 입자의 크기가 미장 두께에 결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지. 고운 흙은 물론 1mm 이하 입자 크기의 고운 모래와 아주 곱게 잘라 채에 친 1~3mm 이하 볏짚을 혼합한 묽은 반죽을 사용하지. 참고로 젖은 흙은 고운 채에 걸러지지 않고 뭉치기 때문에 고운 입자를 내기 어려워. 미세한 마른 미분토를 따로 구매해서 사용하거나 흙을 물과 섞어 액상으로 만든 다음 채에 걸러서 다른 재료와 혼합하는 방법이 있어. 정벌 미장에 볏짚을 섞을 때는 교반기를 사용해서 아주 된 반죽이 될 정도로 혼합하다가 이후에 물을 추가하여 묽게 만드는 게 장인들이 비법이라면 비법이야. 그래야 볏짚이 골고루 뭉치지 않고 섞일 수 있거든. 이때도 수축을 줄이기 위해 조금 모래를 많이 넣은 반죽으로 하부를 제외한 가장자리를 우선 발라야해. 그 다음은 본래 반죽으로 1회 바르고, 다시 위 아래로 2회 더 바르고, 마지막 무거운 흙손을 이용해서 안정된 자세로 부드럽게 다시 마감하면 끝이야. 이때 단지 흙손의 무게만을 얹힌다는 느낌만으로 흙손을 진행하는거지.
정벌 미장에서는 모래를 거의 넣지 않거나 모래 배합 비율을 반으로 줄 일수도 있지. 모래를 적게 넣으면 균열이 가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겠지만 미장 두께를 얇게 하면 모래를 적게 넣어도 균열이 덜 생기게 되지. 게다가 마무리 미장은 외부의 충격이나 비바람에 곧바로 노출되는 데 모래가 많으면 쉽게 부슬거릴 수 있거든. 정벌 미장에서 모래의 비율이 높은 것이 점토가 이 많은 것만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될 수도 있어. 특히 외벽 마무리 미장에서는 가능하면 모래를 적게 넣는 게 좋아. 게다가 외벽이라면 빗물에 약한 풀도 미장 반죽에 사용할 수 없어. 그래서 흙과 볏짚, 물을 미리 혼합해서 오랜 동안 숙성시켰다가 사용하면 볏짚으로부터 천연 접착성분과 규사 성분이 나와서 풀을 대체할 수 있고, 빗물에도 강하게 되지.
옛날에는 흙색이나 백색으로 마무리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은 색상을 중요시 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마무리 미장 때 색을 낼 수 있는 안료를 추가한 색토 미장도 자주 시공되고 있지. 안료는 대개 전체 미장 반죽의 10%를 넘지 않게 넣어야 하는 데 원하는 색상에 따라 배합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적당량이라고 해두는 게 좋겠지. 나오는 색을 보아가면서 토성 안료나 산화계 안료를 넣어야 하는 데 안료는 따로 물에 치약처럼 개어 둔 것을 배합하는 것이 좋아. 짙은 색을 내고자 할 때는 황토나 적토와 짙은 안료를 혼합하고, 밝은 색을 내고자 할 때는 백토(고령토)에 밝은 색 안료를 넣으면 돼. 이때는 물도 한 번에 넣지 말고, 조금씩 반죽의 물기를 보아가며 넣어야 하는 데 말로 설명하기 참 어려워. 쇠 흙손에 미장 반죽이 진득하게 붙지 않고 잘 미끄러져 내려가되 줄줄 흐르지 않는 정도라 할까? 미장 반죽이 흙손에 붙으면 미장 작업성이 떨어지고 너무 줄줄 흐르면 나중에 균열이 생기기 쉽단말야.
- 일본의 노리츠치(フル土) 미장법
재료 : 흙, 모래, 해초풀, 물 10L
비율 : 흙 1 양동이, 모래 1 양동이, 해초풀 가루 2kg, 물 10 L (이때 양동이는 70 L)
노리츠치(フル土)는 내벽의 정벌 미장에 주로 사용되는 데 풀과 점토 때문에 점성이 무척 높지, 보통 흙손으로 2번 정도 바르는 데, 마지막에는 얇고 낭창한 스테인리스 흙손이나 프라스틱 흙손으로 표면을 가볍게 다듬기도 하지. 자국이 남지 않게 만들기 어렵지만 마르면서 미세한 자국은 남지 않게 되는 특성이 있어. 선택 사항이긴 하지만 고운 채에 친 아주 아주 미세한 볏짚이나 다른 섬유재를 추가할 수 있어. 면인 반원형으로 둥근 나무 흙손이나 스테인리스 흙손, 아니면 스치로폼으로 흙손을 만들어 살짝 미장을 띄우듯 문질러주면 잔잔한 물결무늬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 알아둬. 해초풀은 도박, 우뭇가라시 같은 홍조류를 주로 사용하는 데 다시마, 미역도 을 푹 끓여서 만들 수 있지. 습기가 많은 지역에선 방부성이 높은 은행잎을 넣고 함께 끓여서 해초풀을 만든다는군. 은행잎은 방충, 방부 효과가 높다고 알려져 있어. 일본에서는 이렇게 만든 풀을 다시 건조시켜 가루로 판매하고 있어. 한국에서는 한지 재료 전문상에서 해초풀을 구입할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