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1권 3-403 술회述懷 40 관물觀物 물건을 본다
남지화발북지한南枝花發北枝寒 남쪽 가지는 꽃이 피었으나 북쪽 가지는 얼어 있어
강도춘심유량반強道春心有兩般 억지로 봄의 마음 두 가지 있다고 말하네.
일리제평무물아一理齊平無物我 한 이치는 평등 되어 너와 내가 없는데
호장점검자가간好將點檢自家看 잘 가져다가 자신에게 점검해 볼 것이다.
관물觀物 사물 살피기
뜨락 남쪽의 나뭇가지엔 꽃피고 북쪽가지엔 찬 기운이 남아
억지논리를 펴자면 봄을 맞는 마음은 두 가지가 존재한다네.
그 하나는 모두가 평등하게 똑같은 봄을 맞는다는 이치인데
잘 들었다가 집에 가서 조근 조근 따져보고 살펴보려무나.
►강도强道 억지논리. 강하게 말하다
►무물아無物我 나와 다른 입장·의견·사상을 포용함
관물觀物 사물의 이치를 관조함
남쪽 가지에 꽃 피었는데 북쪽 가지는 차가우니
마음에 두 가지가 있다고 강하게 말하는구나.
이치는 한가지로 공평해서 너와 나의 구분이 없으니
무릇 자기 자신을 점검하여 살펴봄이 좋으리.
●관물觀物/안정복安鼎福(1712-1791)
무사차정좌無事此靜坐 하는 일없이 이렇게 조용히 앉아
거목관물태擧目觀物態 눈길을 사물에 맞춰 모양을 관찰하네.
조성자화열鳥聲自和悅 새 소리는 나긋나긋 즐거이 지저귀고
인어다세쇄人語多細碎 사람들의 말은 뒤섞여서 자잘하다네,
피유천기동彼由天機動 저 물체는 대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고
차이인욕회此以人欲晦 이것은 사람처럼 욕심을 감추고 있네.
어사신소취於斯愼所取 이치를 깨닫고 무엇을 얻을지 신중하여
호리막상대毫釐莫相貸 털끝만큼도 서로 느슨하지 말아야하네.
●관물觀物/이색李穡(1328-1396)
대재관물처大哉觀物處 크도다 사물을 바라보는 곳
인세자상형因勢自相形 형세로 인하여 꼴 지워지네.
백수심성흑白水深成黑 흰 물도 깊으면 검게 변하고
황산원환청黃山遠還靑 황산도 멀리 보면 푸르게 뵈지
위고위자중位高威自重 지위가 높고 보니 위엄 무겁고
실루덕미형室陋德彌馨 누추해도 덕은 더욱 향기로워라.
노목망언구老牧忘言久 늙은 몸 말 잊은지 이미 오래니
태흔만소정笞痕滿小庭 이끼 자욱 작은 뜰에 가득하도다.
●관물觀物/서거정徐居正(1420-1488)
만기화금만전태萬機花錦萬錢笞 만기萬機의 꽃 비단에 만전의 이끼 피니
기일천공비전재幾日天工費剪栽 조물주가 몇 날이나 심고 심어 애 썼던가.
물물자연생의족物物自然生意足 물물마다 제 절로 생의가 넘치거니
노부관물사유재老夫觀物思悠哉 관물하는 늙은이의 사념만 그윽하다.
●관물觀物/이언적李彦迪(1491-1553)
당우사업외천고唐虞事業巍千古 요순의 사업은 천고에 우뚝한데
일점부운과태허一點浮雲過太虛 한 조각 뜬구름이 허공을 지나간다.
소쇄소헌림벽간蕭灑小軒臨碧澗 조촐히 작은 집은 푸른 시냇가에 있어
징심경일완유어澄心竟日玩游魚 노는 고기 종일 보며 마음을 맑게 하네.
●관물觀物/이황李滉(1501-1570)
운운서물종하유芸芸庶物從何有 저 많은 사물들은 어디에서 왔는가
막막원두불시허漠漠源頭不是虛 아득한 저 근원은 허망하지 않다네.
욕식전현흥감처欲識前賢興感處 선현의 흥감처興感處를 알고자 한다면
청간정초여분어請看庭草與盆魚 정원 풀과 어항 고기 살펴보길 청하네.
●관물觀物/권필權韠(1569-1612)
연비어약태화중鳶飛魚躍太和中 솔개 날고 고기 뛰는 큰 조화 가운데서
만물부침일기융萬物浮沈一氣融 만물이 부침하며 한 기운에 녹아드네
춘우헐시정초록春雨歇時庭草綠 봄비가 그칠 제면 뜰의 풀도 푸르니
저반생의여인동這般生意與人同 이처럼 생의로움 사람과 한가질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