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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근대화 초기의 구호는 '왕정을 복고하고 오랑캐를 추방하자'는 손노조이(尊王攘夷)이다
서양 침략을 물리치고 개혁파도 몰아내고 단지 천왕과 쇼군이 이중통치하던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그냥 평화롭게 먹고 살자는 단순한 슬로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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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천왕을 지지하는 존왕파가 승리하고 들어선 새 정부(明治政府)는 놀랍게도 봉건시대로 돌아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혁을 한다 토지개혁 조세개혁 재산재분배 신분차별을 없애고 상투를 자른다
조선침략론을 지지하던 일반 대중들은 이런 개혁 정책을 거부한다 농민들 역시 여전히 과중한 소작료와 세금으로 불만이 많아 여러차례 반란을 일으킨다 반대파의 지도자인 사이고(西鄕)와 사무라이들은 군사를 일으키나 결국 정부군에게 패배하고 사무라이 계급은 없어진다
이런 환영받지 못한 개혁을 누가 주도하는가? 바로 상인들이고 하급 사무라이들이다 이들의 동맹은 단순한 정치이념이 아니라 실제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지도자들을 키웠다 일본을 세계열강 대열에 서게 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우상파괴도 하지 않고 구시대 제도를 비판하지도 않고 농민의 처우를 개선하여 그들을 지지자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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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러나라를 연구하여 새로운 체제를 만든다
헌법과 의회를 만들고 새로운 중앙집권적인 구조를 만든다 중앙정부인 현과 지방정부인 시 촌 등 으로 조직을 나눈다 쇼군(將軍)과 함(藩)을 제거하고 덴노(天皇)만 정점에 둔다 천왕부터 귀족 의원 각료 지방자치 평민들까지 각 계층이 해야 할 일을 세밀하게 규정한다 각자에 맞는 위치를 준 셈이다
종교는 기존의 개인종교인 신도(神道) 위에 나라가 관리하는 곡까신도(國家神道)라는 충성의 상징을 새로 만들어 예의를 표시하게 한다 미국의 국기에 대한 경례와 비슷하게 보인다 곡까신도는 제삿날이 정해져 있고 천왕이 의식에 참석한다
군대를 새로 만들 때도 변화를 주었다 기존의 카스트 관행을 없애고 평민의 지지를 얻게 한다 군부의 권한을 내각보다 더 많이 주어 천왕을 직접 알현할 수 있게 한다 결국 군부는 내각과 충분한 협의도 없이 만주사변을 일으키게 된다
산업에는 각까(閣下)라는 총리가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만들면 관리들이 외국 기술자도 초빙하고 집행한다 이렇게 국가 예산으로 만들어진 산업체를 미쓰이(三井)이나 미쓰비시(三菱) 같은 민간기업에게 싼값으로 넘겨준다 조선소 제철소 철도 같은 중공업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시장원리에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산업에도 귀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일본은 사회주의 경제와는 다른 특유의 재벌체제를 만든다 재벌 밑에 수많은 가내수공업을 배치하여 연결한다 정치나 종교처럼 산업에도 이원화시켜 각자에 맞는 자리를 만든 셈이다
재벌과 정치인은 밀접하게 결탁되어 있다 부정한 재벌은 종종 비판을 받는다 일본인은 자기의 본래 위치를 벗어난 격에 맞지 않는 나리킨(成金 벼락부자)을 특히 싫어한다 미국은 성공한 하인 즉 newcomer를 미워하지는 않으나 일본은 여왕이 된 졸(卒)을 부도덕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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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정치 종교 군대 산업 등 모든 분야에 계층이 나누어져 있으며 이를 어기면 벌을 받는다 미국의 자유와 평등 개념과 전혀 다르다
일본의 계층개념이 자기들끼리는 익숙하나 다른 나라에 적용할려고 할 때 실패한다 점령국의 주민들이 자기들을 환영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일본인들은 놀란다 그러한 반발을 이해하지 못한다 애초에 자기들의 도덕체계를 다른 나라에 강제하려고 한 자체부터가 잘못이나 그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일본인을 알기 위해서는 그들의 도덕체계를 먼저 알아야 한다
참조 : <국화와 칼> 발췌요약
다음은 제5장: 과거와 세상에 빚을 진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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