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일보=김상호 기자] 국내 '저도수' 위스키 시장에 주류업계간 경쟁이 불붙고 있다.
위스키 하면 통상 40도를 넘는 독주로 통하지만 저도주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국내 주류 업체들이 저도주 위스키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국내에서 저도수 위스키 경쟁은 지난 2009년 토종 브랜드 골든블루가 ‘36.5도’ 위스키를 앞세워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작됐다. 이 덕분에 몇년간 위스키 시장의 마이너스( - ) 성장에도 불구하고 골든블루는 유일하게 성장세를 이어왔다.
롯데주류와 디아지오도 각각 지난해 7월과 올해 3월 알코올 도수 35도의 ‘주피터 마일드블루’와 ‘윈저 더블류 아이스’를 출시했다.
업계 3위인 롯데주류는 지난달 11일, 스코틀랜드 17년산 위스키 원액을 99% 이상 사용한 고급 제품인 ‘주피터 마일드블루 17’을 추가로 내놓았다. 과일향이 첨가된 이 제품 역시 도수는 35도다.
이 같은 저도 위스키 바람은 부산에 바탕을 둔 토종기업 골든블루에서 시작됐다. 골든블루는 2009년 36.5도짜리 위스키 ‘골든블루’를 출시하며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100% 스코틀랜드산 위스키 원액을 사용하면서 도수를 기존보다 3.5도 낮춰 위스키는 40도라는 통념을 깼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순한 위스키’ 시장이 새로 만들어졌다.
디아지오코리아도 지난 3월 부산·경남북 시장에서 윈저 더블류 아이스를 내놓은 데 이어 지난 3일 제주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디아지오코리아가 40도 미만의 위스키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판매 1위 위스키인 윈저를 보유한 디아지오코리아는 그동안 “저도 위스키는 정통 위스키가 아니다”라며 시장의 저도 위스키 열풍과 거리를 유지해 왔다. 이번 새 제품 출시로 기존 입장을 바꾼 셈이다.
신제품은 영국 왕실 인증 증류소인 ‘로열 라크나가’ 증류소의 스카치 위스키 원액을 99.85% 사용했다. 나머지 0.15%는 솔잎과 대추 추출물, 말린 무화과향을 첨가했다. 한국 시장에서만 출시되는 맞춤형 제품답게 2년간의 개발기간에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분석·반영한 결과다.
싱글몰트 위스키 맥칼란을 판매하는 에드링턴코리아는 최근 기존 제품보다 알코올 도수가 3도 낮은 40도의 맥캘란 파인오크 12년을 출시했다.
임페리얼과 발렌타인 등을 판매하는 시장점유율 2위 업체 페르노리카코리아도 지난달 22일 여성을 위한 31도 위스키인 '에끌라바이 임페리얼'을 출시했다.
에끌라 바이 임페리얼은 여성 취향을 반영해 부드러운 풍미에 석류향을 넣었으며 현대 여성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부드러운 곡선형 병에 은색 캡이 달린 패키지를 적용했다.
에끌라 바이 임페리얼은 소비자 조사를 통해 최적 알코올 도수가 결정됐으며 31도의 ‘스피릿 드링크’가 한국 여성들에게 잘 맞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새 제품을 위스키가 아닌 스피릿 드링크라고 부르는 이유는 스카치위스키협회가알코올도수 40도 미만의 제품에는 스코틀랜드산 원액이 포함됐더라도 ‘스카치 위스키’라는 말을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외국에서도 이미 출시된 페르노리카의 35도 저도주인 발렌타임 라임과 J&B 허니가 국내에서도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윌리엄그랜츠앤선즈코리아도 저도수 위스키를 조만간 출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글렌피딕을 생산하는 세계 3위 스카치위스키 업체인 윌리엄그랜츠앤선즈는 지난 2월 한국 시장 공략을 선언하고 자회사인 윌리엄그랜츠앤선즈코리아를 설립한 바 있다.
앞서 저도주 경쟁은 위스키에 앞서 소주 시장에서 먼저 불이 붙었다.
무학이 지난 2006년 11월 출시한 16.9도 소주 ‘좋은데이’로 전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높이자 위기의식을 느낀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지난해 11~12월 각각 17.8도짜리 참이슬과 17.5도짜리 처음처럼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알코올 도수 13∼14도의 달콤한 과일 소주가 품귀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3월 출시한 롯데주류 ‘순하리 처음처럼’의 ‘대박’에 자극받은 다른 경쟁사들도 서둘러 비슷한 제품을 속속 출시하며 ‘소주 칵테일’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편 최근 몇 년 경기 침체 여파로 국내 위스키 소비는 감소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약 178만5048 상자(1상자 500㎖×18병)로 2013년 188만7370상자에 비해 5.4%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임페리얼, 스카치블루, 조니워커, 발렌타인 등 블렌디드 위스키 시장의 성장세는 둔화되는 반면 글렌피딕 등 싱글몰트 위스키 등은 사정이 다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