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의 철새가 푸른 하늘에 생명의 바람을 일으키고, 낙안읍성 길의 흙 냄새가 달다. 순천은 가을 황금빛 갈대밭으로 유명하지만 초여름에 찾아도 뜨거운 감동을 흩뿌린다. 아이와 함께 순천 시티투어 버스에 오르자. 살아 숨 쉬는 순천 시티투어의 모든 코스를 소개한다.
순천시티투어, 이것만은 꼭 봐요

전남 순천은 순천만, 선암사, 송광사 등 수려한 자연경관과 문화유산을 자랑하는 여행지다. 낙안읍성, 드라마 촬영장 등에서 과거부터 이어져 오는 삶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타임머신 여행도 가능하다.
순천 시티투어는 이들 알짜배기 관광지를 일목요연하게 꾸려놓아 순천을 찾는 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시티투어는 순환 코스, 선암사 코스, 송광사 코스 등 총 3개의 코스로 나뉜다. 오전 9시 30분 순천역을 출발해 오후 5시 30분 순천역으로 돌아오는 선암사와 송광사 코스가 다소 부담스럽다면, 자유롭게 승하차하며 관광할 수 있는 순환 코스가 아이가 있는 가족에게 적합하다. 순환 코스는 순천역을 출발해 드라마 촬영장, 문화의 거리를 지나 낙안읍성, 순천만 습지, 순천만국가정원을 둘러볼 수 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1일 이용권 한 장으로 원하는 관광지를 골라 관람할 수 있고, 코스 중 어느 곳에서나 탑승할 수 있다. 관광지별 입장료는 별도다.

문의 061-742-5200, tour.suncheon.go.kr
tip 순환 코스는 1일 6회(9시, 10시, 11시, 13시, 14시, 15시) 운행하며 매주 월요일은 쉰다. 요금은 성인 5천원, 어린이는 2천원이다. 선암사 코스는 수·금·일요일에 운행하며 요금은 성인 1만5천7백원, 어린이는 6천8백원이다(입장료 포함). 송광사 코스는 화·목·토요일에 운행하며 요금은 성인 1만6천5백원, 어린이는 7천5백원이다. 두 코스 모두 미취학 아동은 사찰 입장료 2천원을 제외한 탑승료만 내면 된다. 통합예약시스템(www.suncheon.go.kr/yeyak)이나 전화(061-742-5200)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1 응답하라 그때 그 시절, 드라마 촬영장

1960~80년대 달동네는 처마가 맞닿아 있어 따스하고 훈훈했다. 옆집 숟가락 개수까지 알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순천시 조례동에 KBS <제빵왕 김탁구>, 영화 <늑대소년> <허삼관> <해어화> 등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촬영한 드라마 세트장이 있다. 1960년대 순천 읍내 거리, 1970년대 서울 봉천동 달 동네, 1980년대 서울 변두리 등 3개 마을을 시대별로 재현해놓았다. 엄마 아빠는 그리운 어린 시절과 조우하고, 아이는 엄마 아빠의 추억과 향수를 간접 경험 할 수 있다.
Tour tip 드라마에 나왔던 장소에서 기념 촬영을 할 수 있고, 교복 입기, 달고나 뽑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2 소소한 순천 알기, 문화의 거리

서울에 인사동이 있다면, 순천에는 향동 문화의 거리가 있다. 순천의 문화와 전통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거리 곳곳에 예술작품이 설치돼 있을 뿐 아니라 순천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체험거리도 가득하다.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아담한 갤러리부터 골동품을 전시하는 상점,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까지 다양하다. 특히 한옥글방은 복합문화공간으로 공연, 전시, 체험, 교육 등 다양한 성격의 모임 장소로 이용할 수 있다. 최소 3일 전까지 예약하면 되고, 무료다.
Tour tip 문화의 거리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영동옛날 손만두’는 순천 맛집이다. 만두를 회오리 모양으로 빚어내 아이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3 살아 숨 쉬는 전통마을, 낙안읍성

순천 여행을 하다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낙안읍성 민속마을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지방 계획도시로, 삼한·고려·조선 시대의 초가가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다. 원형이 잘 보존된 성곽, 관아 건물과 소담한 초가, 고즈넉한 돌담길에 이르기까지 옛 모습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이곳이 더욱 이색적인 건 전시용이 아닌 살아 숨 쉬는 마을이라는 것. 312동의 초가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읍성은 98여 세대 228여 명의 주민이 여전히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이다. 낙안읍성은 문화재청이 선정한 가족 여행지 32선에도 속해 있을 만큼 가족 여행객에게 맞춤 여행지다. 초가와 초가 사이에 난 마을길은 포근한 흙길로 되어 있어 아이에게 흙길을 걷는 매력을 알게 해준다. 천연 염색, 목공예, 대장간, 길쌈, 짚물 공예, 소달구지 체험 등 다양한 민속체험도 할 수 있다.
Tour tip 낙안팔진미, 국밥, 파전, 동동주 등 맛깔스러운 남도 음식을 맛볼 수 있고, 초가집에서는 민박도 할 수 있다.
4 초록 파도 넘실대는 순천만 습지
과거 대대포구로 불리던 순천만은 소설가 김승옥의 단편 <무진기행>의 배경이 된 곳이다. 가을 순천만은 은빛 갈대로 이미 유명하지만 초여름의 순천만은 또 다른 매력을 뽐낸다. 갈대는 1년에 한 번 베는데, 해마다 1~3월에 베면 5월경 새순이 풍성하게 돋아난다. 이맘때 순천만에서는 초록 옷을 차려입은 갈대밭을 만날 수 있다. 또 순천만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15 열린 관광지’ 중 한 곳이다. 이는 장애인이나 고령자, 영유아 동반 가족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애물 없는 여행지임을 의미한다. 순천만 갈대밭에서라면 걱정 없이 편하게 유모차를 밀 수 있다.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습지는 아이에게 생동감 있는 교육 현장이 되어준다.
Tour tip 입장료 어른 8천원, 7세 이하 아이는 무료. 순천만을 한눈에 담으려면 용산전망대로 가야 한다. 능선을 따라 느긋하게 걸으면 왕복 1시간 정도 걸린다. 순천만의 속살까지 감상하고 싶다면 대대포구에서 생태체험선을 타고 돌아본다.
5 하루 종일 뛰놀아도 좋아요, 순천만국가정원

순천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큰 정원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순천만국가정원은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열렸던 터전을 새로이 단장했다. 아이와 종일 머무르며 뛰놀아도 좋을 만큼 넓다. 봄에는 튤립, 철쭉동산, 유채꽃, 꽃양귀비, 여름에는 물놀이 체험, 호수정원, 가을에는 억새, 겨울에는 눈꽃 얼음 등 계절별 맞춤형 테마로 운영한다. 수목원, 습지센터, 세계정원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가득하다. 특히 꿈의 다리는 물 위에 떠 있는 미술관으로 세계 어린이들의 꿈을 전시해두어 아이와 함께 관람하면 좋다. 순천호수정원이 선사하는 밤풍경도 놓치지 말자. 작은 섬 같은 이곳에서 아름 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Tour tip 입장권 하나로 순천만 습지와 함께 관람 하면 된다. 무인궤도차를 이용해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생태공원으로 이동할 수 있다. 20여 분 걸린다.
6 품위 있는 천년 고찰, 선암사
순천 조계산은 선암사와 송광사를 품고 있다.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에 자리 잡은 선암사는 많은 선승을 배출한 태고종 본산이다. 선암사 경내에 들어서면 커다란 무지개 모양의 승선교가 가장 먼저 관광객을 맞이한다. 다리를 건너면 신선이 되어 하늘을 오른다는 뜻의 승선교는 화강암으로 만든 아치형 돌다리로 기념 촬영 포인트로 손꼽힌다. 해마다 봄이면 매화, 산수유, 벚꽃이 가득 피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봄철 대표 여행지이기도 하다. 선암사 하면 홍매화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매화를 보기 위해 선암사를 찾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매화나무 중 생육상태가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다.
Tour tip 선암사 초입에 야생차 체험관이 있다. 다례·다식·한옥명상· 전통 민속놀이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체험료는 다례 3천원, 다식 5천원.
7 법정 스님의 향기를 찾아, 송광사
조계산 북서쪽 송광면 신평리에는 송광사가 있다. 송광사는 우리나라의 오랜 불교 역사 속에서 전통 승맥을 계승한 승보사찰로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와 더불어 삼보사찰로 불린다. 송광사에는 목조삼존불감(국보 제42호), 고려고종제서(국보 제43호) 등 희귀 불교 문화재가 많다. 우리나라 대표 불교박물관으로 꼽히는 성보박물관도 있다. 많은 이들이 송광사를 찾는 이유 중 하나는 무소유 법정 스님의 발자취를 찾기 위해서다. 송광사의 산속 암자 불일암은 1975년부터 법정 스님이 혼자 지내면서 수많은 글을 집필한 곳이다. 송광사의 3대 명물은 불가에서 법당에 부처님의 공양을 올릴 때 사용하던 용기인 ‘능견난사’ 부속 암자인 ‘천자암’에 있는 곱향나무 두 그루 ‘쌍향수’, 그리고 사찰에서 국재를 모실 때 사찰로 몰려든 대중에게 나눠주려고 밥을 저장했던 목조용기인 ‘비사리 구시’다. 이들을 천천히 찾아보며 산사에서 여유를 누려도 좋다.
Tour tip 송광사부터 선암사까지 6.5km의 길은 트레킹 코스로 4~5시간 정도 걸린다. 비교적 쉽게 걸을 수 있어 많은 등산객이 찾는다.
놓치기 아까운 순천의 또 다른 여행지
1 즐거운 책 놀이터, 순천시립 그림책도서관

순천시립중앙도서관이 그림책도서관으로 탈바꿈했다. 엄마 아빠에게는 희미해진 감성을 일깨우고, 아이에게는 커다란 꿈과 상상력을 키워주는 공간이다. 6천여 권의 국내외 다양한 그림책을 보유하고 있어 아이들이 마음껏 읽을 수 있다. 그림책 원화 전시회, 체험, 그림책 인형극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있다. 그림책 원화 전시회는 1년 3회에 열리는데, 6월 19일까지 한태희 그림책 작가의 <휘리리후 마법같은 이야기>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도서관 이용료는 3천원(성인과 아동 동일).
위치 순천역에서 승용차로 7분 거리
2 이곳에서 하룻밤 어때요

순천만 습지, 선암사 등 주요 관광지 인근에는 숙박시설이 잘 마련돼 있다. 침염수림이 빼곡한 순천자연휴양림(061-749-8948)은 휴양 공간인 동시에 생태학습장이다. 낙엽송으로 만든 숲 속의 집은 쾌적한 휴식의 시간을 선사한다. 산책로, 등산로, 생태탐방로, 물놀이장 등 오롯이 자연을 누릴 수 있는 공간도 가득하다. 순천만 인근에 자리 잡은 에코촌(061-722-0800)은 한옥형 유스 호스텔이다. 하룻밤 머무르면서 아이에게 한옥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경험하게 해도 좋다.
3 어린이만 누려요, 순천어린이교통공원

순천 도사초등학교 인근에 위치하며 커다란 꼬마버스 타요가 아이를 반긴다. 실내 전시관, 영상교육관, 야외교통안전체험장 등으로 구성돼있다. 실내 학습장에서는 교통 영상교육, 나도 모범운전자, 버스타고 내리기, 전기안전, 가스안전, 안전장구 체험 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실외 교통안전체험장에서는 꼬마버스 타요와 함께하는 안전벨트 체험, 횡단보도 건너기 등을 운영한다. 매달 첫째 주 월요일은 휴관. 예약은 필수이며, 관람료는 무료다.
위치 순천만 습지(❹)에서 승용차로 8분 거리
4 아기자기한 남제골 벽화마을

순천에도 정겨운 벽화마을이 있다. 순천시 남정동은 ‘남제골’로 통하며 인근 제일 대학교 학생들의 자취방이 밀집해 있던 곳이다. 세월이 흘러 자취방은 사라지고 노인들만 남은 고요한 마을이다. 이런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2011년 안전행정부 희망마을 만들기와 마을 기업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벽화마을로 재탄생했다. 약 450m 길이의 벽화마을에서는 집의 구조와 어울리는 아기자기한 벽화를 만날 수 있다. 경사가 완만해 아이와 손잡고 쉬엄쉬엄 둘러보기 좋다.
위치 순천만 습지(❹)에서 승용차로 15분 거리. 제일대학교와 인근 GS주유소 사이 골목에 위치
글 박지영(글짓는情) 사진 이지아 일러스트 정지연 사진제공 순천자연휴양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