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의 첫사랑 : Unrequited Love 줄리엣이 로미오를 차버렸다면, 로미오는 Jilted Lover "내 아들, 그 놈 그렁거리는 눈물이 아침 이슬을 줄줄이 만들어 내고, 그 놈 한숨 쉬는 소리에 구름이 더 먹구름이 된다오. (crying tears that add drops to the morning dew and making a cloudy day cloudier with the sighs)"
몬태규(Montague)의 말이다. 몬태규, 로미오의 아버지. 로미오와 줄리엣 일막일장에 나오는 대사다. 로미오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사랑은 무겁고도 가볍고, 밝고도 어둡고, 뜨겁고도 차갑고, 아프면서 건강하고, 잠자면서 깨어있고... (Love is heavy and light, bright and dark), hot and cold, sick and healthy, asleep and awake...)" 로미오가 느끼는 사랑이다. (사족: 내 경험에 비추어 사랑에 대한 정의 중에서 최고.)
"사랑이란 사랑하는 자의 한숨에서 나오는 연기. 그 연기가 날라가면 사랑이 눈 속에 불을 지른다. 사랑이 이루어 지지 않으면 사랑하는 자의 눈물이 바다가 되네. 사랑의 다른 이름은 현명한 광기. 빨아 먹다가 목에 걸리는 달콤한 사탕알약. (Here's what love is: a smoke out of lover's sighs. When the smoke clears, love is a fire burning in your lover's eyes. If you frustrate love, you get an ocean made of lovers' tears. What else is love ? It is a wise form of madness. It's a sweet lozenge that you choke on.)" 로미오의 사랑론 이 또한 심오하다.
로미오와 줄리엣, 아직 일막 일장이다. 로미오의 첫 사랑, 당연히 줄리엣이겠지 ?
아니다. 로살린 (Rosaline)이라는 엉뚱한 여자다. 못 믿겠다고 --- 로미오와 줄리엣을 안 읽어봤다는 증거.
로미오의 첫 사랑은 unrequited love 였다. "unrequited love" --- 말도 못 붙여본 사랑, 대답이 없는 사랑. 오늘의 주제, frustrated love의 가장 약한 단계를 뜻한다. requite라는 단어는 repay, "되갚다"라는 뜻. unrequited는 "돌려받지 않은"이라는 뜻이다. unrequited love는 "일방적인 사랑" "반응이 없는 사랑" 이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난다. 마치 아프리카 흑인의 뺨에 걸린 보석 귀걸이처럼. 그녀는 세상사람이기에는 너무 예쁘다. 너무 아름다워서 죽어서 묻힐 수 없는 여인이다. ... 내 가슴이 이 순간 전에도 사랑을 한 적이 있던가? [그랬다면] 내 눈이 거짓말장이이다. 오늘 밤 이 순간 전에는 참미인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She stands out against the darkness like a jeweled earring hanging against the cheek of an African. Her beauty is too good for this world; she's too beautiful to die and be buried.)"
로미오와 줄리엣, 일막오장. 위 일막일장과 같은 날 저녁이다. 로미오가 하는 말이다. 여기서 그녀는 줄리엣이다. 로살린은 무대에 등장하지도 않고 없어진 것이다.
로미오는 천부적 바람둥이이다. 몬테규가와 원수지간인 캐퓰렛(Capulet)가의 파티에 간다. 목숨을 걸고 거기에 간 것은 로살린이 온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 그러나 거기서 캐퓰렛의 딸 줄리엣을 본다. 그 순간 줄리엣과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연회장에서 대담하게 손을 잡고, 키스까지 한다. 그것도 두 번 씩이나. 로미오의 초 스피드 작업의 비밀을 알고 싶으면 로미오와 줄리엣을 한 번 읽어 보시길, 일막 오장에 나온다.
로미오의 사랑 상당히 육감적이다. "숫처녀, 그래서 그녀는 병색이 있어보이고 초록빛이다. 바보나 숫처녀로 남지. 동정 그런거 버려라. (Virginity makes her look sick and green. Only fools hold on to their virginity. Let it go.)" 파티가 파한 다음에도 로미오는 카퓰렛의 집을 떠나지 못하고 숨어서 줄리엣의 침실 밑까지 간다. 거기서 해가 떠오른 것을 보면서 하는 독백이다. 여기서 "그녀 (her)"는 떠오르는 햇빛에 사그러드는 달을 말한다. 달을 빗대 하는 말이지만 플라토닉한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 | | 빈 자리가 있어야 사랑이 온다 싸리빗질 곱게 한 황토흙 마당 오동잎새 하나가 살포시 앉네 <글, 사진-오달> |
그 날 밤 로미오와 줄리엣은 결혼한다. 하녀의 도움으로 줄 사다리를 놓고 줄리엣 방에 들어가서 일을 치른다. "Bride and groom consummated the marriage." 그 말이 그 말이다. 삼막 4장과 5장 사이, 첫날밤을 치른 것이다.
"가신다고요 ? 아직 새벽에 오려면 멀었어요. 아직 새벽이 오려면 멀었어요. 두려워 마세요. 저 소리는 나이팅게일 소리, 종달새 소리가 아녜요. 밤마다 저 나이팅게일이 석류 나무에서 운답니다. 여보, 저 소리는 나이팅게일 소리라구요. (Are you going? It’s still a long time until daybreak. Don’t be afraid. That sound you heard was the nightingale, not the lark. Every night the nightingale chirps on that pomegranate-tree. Believe me, my love, it was the nightingale)" 아침이 오자 줄리엣이 떠나는 로미오를 애절하게 붙잡는다.
"나이팅게일 아니라구, 아침에 우는 새, 종달새 소리야. 여보야, 저기 동쪽에서 구름을 뚫고 나오는 빛은 무어란 말이야? 밤이 다 했서, 날이 밝는다고. 난 살아야해, 가야돼. 여기 있으면 죽는다고. (It was the lark, the bird that sings at dawn, not the nightingale. Look, my love, what are those streaks of light in the clouds parting in the east? Night is over, and day is coming. If I want to live, I must go. If I stay, I’ll die.)" 로미오의 대답이다.
로미오는 도망자이다. 결혼식 날 로미오가 줄리엣의 사촌을 죽인다. 그 난리 속에서도 로미오는 줄리엣의 방으로 몰래 들어온 것이다. 캐퓰릿 가 사람에게 잡히면 죽음이다. 그래서 로미오는 떠난다. 그 다음은 다 아는 이야기. 줄리엣은 죽은 것우로 보이기 위해 잠자는 약을 먹고, 로미오는 줄리엣이 진짜 죽은 줄 알고 자살을 하고, 로미오가 죽은 것을 안 줄리엣도 정말로 죽어 버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렇게 사랑이 아직도 황홀하기만 할 때 죽어 버린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말은 행복한 비극이다. 그 이야기의 후편이 나온다면 그건 틀림없이 사랑이 깨지는 이야기일 것이다.
사랑 이야기는 불균형에서 시작한다. "낭만적인 사랑이란 뭔가 부족하고, 뭔가 가질 수 없고, 뭔가 몹시 갖고 싶은, 심리적-생리적 불균형 상태... (Romantic love is a need, a want, a craving, a homeostatic imbalance...) " 헬렌 피셔(Helen Fisher)라는 인류학자의 말이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이 깨지는 사람들의 뇌사진을 찍어서 사랑을 생리적, 화학적으로 이해하려는 연구로 유명한 여자다. 그 녀가 과학적 분석을 하기전에 세계 여러나라의 사랑을 주제로 한 시를 분석한 결과 얻은 결론이 "사랑은 불균형"이라는 것이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은 두 사람이 필요하다. 사랑이 깨질 때는 하나로도 충분하다. 한 사람의 마음이 변하면 불균형이 생긴다. "마음은 기본적으로 동사다. (Mind is primarily verb.)" 피셔의 지론이다. 그래서 사랑이 깨지는 상황은, break, dump, jilt 등의 동사로 표현된다. break는 가장 일반적인 표현이다. dump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쓰레기 통에 버리듯 던져버린다는 뜻.
jilt, 상대방에게 정을 주다가 갑자기 차버린다는 뜻이다. jilted lover, 그래서 더 불쌍한 사람이다. unrequited love보다 훨씬 더 아픈 실연이다. 실연이 왜 그리 아플까 ?
피셔는 실연의 심리적 기제를 두 단계로 정의한다. 첫째 반응은 강력한 항의 (protest) --- 네가 나를 어떻게 차버리니? 이 단계에서는 역설적으로 jilted lover는 상대방에게 더 격렬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뇌 사진을 찍어보면 처음 사랑에 빠질 때와 마찬가지로 도파민이 흠뻑 나온다고. 그 다음 단계는 포기 (resignation), 이 상태가 몹씨 아프고, 상대방을 격렬하게 미워하게 된다고. 피셔는 이렇게 상대방을 미워하게 되는 것은 빨리 희망없는 관계를 털고 다시 시작하라는 메시지라고. (...it[hatred] developed to enable jilted lovers to extricate themselves from dead-end love affairs and start again). 그래야 종족 보존의 가능상이 높아지니까.
오늘의 영어 : unrequited love jilted lover
* 로미오와 줄리엣 영어 원문은 No Fear Shakespeare 시리즈에서 인용, 헬렌 피셔 인용은 Poetry (2011년 1월호) 와 NewScientist (2004년 2월 14일자)에서. |
첫댓글 문학과 사랑...
나에겐 먼 나라 얘기 같은데 지영이는 여전하구나
김지영이 곧 김정렬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