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유일의 수제 맥주 양조장인 '울릉브루어리'의 수제 맥주 4종. 왼쪽부터 다이빙 스타우트, 하이킹 페일에일, 캠핑 바이젠, 스위밍 라거. 백종현 기자
울릉도에서도 술을 빚는다. ‘씨껍데기술’로 불리는 나리분지 동동주, 울릉도 특산물인 마가목으로 담근 ‘마가목주’가 예부터 유명했다. 예전에는 동네마다 막걸리 양조장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내수전 인근의 ‘물레방아주가’만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2024년 3월 울릉도 북면 추산마을에 맥주를 빚는 ‘울릉브루어리’가 문을 열었다. 울릉도 최초이자 유일의 수제맥주 양조장이다. 울릉도 출신 브루마스터 정성훈(38) 대표를 비롯해 4명의 MZ세대 청년이 추산 언덕에서 맥주를 빚고 있다. 맥주는 90%가 물이다. 정성훈 대표는 “미네랄이 풍부하고 맑은 울릉도 자연 용출수를 6~8주간 발효‧숙성해 맥주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울릉브루어리가 만드는 맥주는 ‘스위밍 라거’ ‘캠핑 바이젠’ ‘하이킹 페일에일’ ‘다이빙 스타우트’ 4종이다. 울릉도의 아웃도어 문화와 MZ세대의 취향을 고려한 이름이란다.
울릉도 유일의 수제 맥주 양조장 '울릉브루어리'. 맥주와 페어링하기 음식도 내놓는다. 이날은 덴마크에서 온 외국인 손님도 방문했다. 백종현 기자
갓 구운 빵이 맛있듯이 맥주도 양조장 생맥주가 더 맛있다. 울릉브루어리의 맥주도 ‘목 넘김’이 부드럽고, 향과 풍미가 탁월했다. 정 대표는 “수제 맥주는 효모가 살아 있어 시중 맥주와 맛과 향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커피 향을 내는 다이빙 스타우트는 최근 ‘코리아 인터내셔널 비어 어워드(KIBA)’에서 동상(오트밀 스타우트 부문)을 받았다. 340mL 기준 6500~8000원.
브루어리에서는 라자냐‧그라탱‧버팔로윙 같은 맥주와 함께 먹기 좋은 음식도 낸다. 2시간 동안 맥주를 무제한으로 즐기는 해피아워(하루 20명 한정)를 운영하는데, 마음만 먹으면 울릉도 뱃값 정도는 뽑을 수 있다. 5월부터는 맥주 시음을 곁들인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도 진행한다(1인 2만5000원). 우리나라 주세법은 전통주를 제외한 술의 온라인 판매와 택배 유통을 금한다. 울릉브루어리의 맥주는 울릉도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뜻이다.
④ 울릉도의 신흥 낭만 –코스모스 울야식당
송곳봉 자락에 들어선 럭셔리 리조트 '힐링스테이 코스모스'. 오른쪽 끄트머리의 육중한 바위가 코끼리바위다. 사진 코스모스
최근 들어 울릉도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된 지역이 있다. 북면 추산마을 일대다. 교통이 불편한 데다 마땅히 가볼 곳이 없던 섬 북쪽 변두리인데, 2018년 송곳봉 자락에 초호화 프리미엄 리조트 ‘힐링스테이 코스모스(이하 코스모스)’가 문을 열면서 확 달라졌다. 1박에 1000만원짜리 풀빌라가 울릉도에 들어서다니.
코스모스는 멀리서도 눈에 띈다. 하얀색 꽃잎이 산머리에 내려앉은 듯, 송곳봉 아래 벼랑에 우아한 건물이 걸터앉아 있다. 건물 옆 너른 정원은 송곳봉과 쪽빛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명당이다. 코오롱 그룹이 직원 연수원을 지으려고 부지를 매입했다가, 리조트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어지간한 특급호텔보다 숙박비가 비싼데(일반 객실 1박 약 70만원), 주말은 6월까지 빈방이 없단다.
코스모스의 등장은 울릉도 여행 패턴의 변화를 상징한다. 싸구려 패키지여행 중심의 울릉도 관광 시장이 렌터카 이용하는 개별 여행으로 바뀌는 데 한몫하고 있어서다. 울릉도 관광객 대부분이 50대 이상 단체 여행객이지만 코스모스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20~40대 렌터카 여행자가 주를 이룬다. 리조트에서 잠은 안 자도, 1층 카페에서 탁 트인 전망을 누리며 커피를 즐기는 개별 여행자가 줄을 잇는다.
리조트 옆에 심야식당 콘셉트의 '울야식당'이 있다. 주낙진(39) 셰프가 약소차돌편백찜, 새깜징어 튀김, 명이 오일파스타를 내고 있다. 백종현 기자
코스모스는 밥도 판다. 리조트 옆 아담한 별채에 심야식당 콘셉트의 ‘울야식당’이 있다. 저녁 장사만 하는데, 울릉도 식재료를 활용한 퓨전 음식이 주특기다. 울릉도 약소를 주재료로 하는 ‘약소차돌편백찜’(5만원), 볶은 오징어와 부지깽이로 속을 채운 ‘울라이스’(오므라이스, 1만5000원), 바질을 명이로 대체한 ‘명이 오일 파스타’(2만원), 오징어 먹물을 활용한 ‘쌔깜징어튀김’(1만2000원)이 대표 메뉴다. 예약 손님에 한해 한두 테이블만 운영하기 때문에 항구 앞의 시끌벅적한 식당과 분위기가 딴판이다. 매일 오후 8시 리조트에서 벌어지는 레이저 쇼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