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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뚫린 경춘고속도로를 지나 한계령 너머 양양에서 주문진쪽으로 내려가다 만난 이번 여행의
첫코스인 양양의 바다에 면한 사찰 휴휴암. 세번정도 방문했지만 언제 가도 새롭게 느껴지고 휴식같은
아늑함이 있는 작은 암자이다.
쌀쌀한 겨울바람이 불어오고 차가운 공기로 몸이 살짝 움추려들긴했지만 막상 휴휴암에 내리니
옆으로는 겨울의 짙푸른 동해바다와 다소 따듯한 햇살이 비춰 그리 춥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휴휴암이란 마음과 몸을 쉬고 또 쉬어가는 암자라는 뜻이다. 휴자가 두개 있으니 진정한 휴식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 동해안을 이어주는 7번 국도변 남애항을 지나 낙산방향으로 올라가다보면 휴휴암 안내판이
보인다. 도로 옆 언덕 너머 동해바다가 바로 앞인 곳에 휴휴암이 있다. 법당안에서 부처님께 절을 올리고
밖으로 나오면 바로 동해안의 파도와 바람을 만나게 된다. 실로 가슴이 뻥 뚤리는 여유로운 휴식의 시간을
맛볼 수 있다. 몸과 마음을 비우고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곳이라 할까. 비록 낙산사나 신흥사 등
주변의 크고 웅장한 사찰의 모습에는 다소 소박하고 초라하지만 해안에 숨어 있는 작은 암자에서는
그만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휴휴암은 바다를 정원삼아 작은 언덕을 이불삼아 포근하게 놓여있는 형국이다.
도로변에서 50여m 정도 낮은 구릉을 넘어 가면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 휴휴암의 입구 일주문인
불이문에 다다른다. 불이문으로 들어가면 바위굴 속에 차려진 내부벽에 화려한 탱화들이 신비로운
밀법당과 천개의 손과 눈을 가진 기도하면 소원을 묘하게도 들어준다는 천수천안관음보살을 모신
묘적전이 있다. 불이문 입구에는 맷돼지 두마리가 떡하니 보초를 서고 있는데, 다른 사찰처럼
용이나 호랑이 등이 아닌 맷돼지가 경계를 서고 있는것이 좀 특이했다. 맷돼지의 힘 때문인가.
본래 휴휴암은 천수천안관음보살을 모시고 있는 작은법당인 묘적전에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고요한 마음으로 진심으로 정성을 담아 기도를 드리면 소원이 묘하게도 이루어진다고 하니
휴휴암에 가면 이곳에서 소원하나쯤은 빌어보면 좋겠다. 로또 1등, 연예인과 애인하게,
달나라여행 이런것 말고 좀 현실적인 것들로.
휴휴암은 사찰 주변의 풍광도 아름답지만 암자 인근에 자연이 만들어놓은 기묘한 바위들의 모습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곳이다. 바닷물과 거센 파도 바람이 조각해 놓은 너럭바위와 연화대,
관세음보살상과 거북바위, 달마바위는 보는이로 하여금 그 닮은 모습에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불이문 옆에 서 바다를 바라보면 이곳이 바로 극락의 현생이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두손모아 동해의
용왕에게 기도를 드린다. 동해안 어디나 이런 바다의 연속이지만 휴휴암에서 보는 바다는 그냥 바다가 아니다.
휴휴암 불이문 아랫길을 지나 내려가다보면 포대화상과 동자상 등이 있다.
포대화상은 두 가슴과 볼록 솟은 배를 많은 사람들이 만져서인지 진한색이 뚜렷하다.
포대화상의 배를 만지면 아이를 갖게 되고 두 가슴을 만지면 사랑이 시작되고 손을 만지면
새로운 희망과 기원이 시작된다고 한다. 근데 머리를 만지는 사람들은 없는 걸 보면 머리쪽은 별로 효과가
없는가보다. 포대화상의 넉넉한 웃음과 늘어진 귀를 보면 진짜로 소원을 들어줄것만 같다.
조금 오래되어 보이는 탑이 요사채 앞에 있는데, 근대의 것은 아닌 듯 싶지만 어떤 탑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느 폐사지에서 가져와 이곳에 놓은것일듯 싶은데, 요사채 옆으로는 동해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법당인 비룡관음전이 있다. 휴휴암은 1997년에 창건되었으니 그 역사라고 해야 겨우 15년정도이다.
하지만 양양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한번 꼭 가봐야 하는 곳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인근 낙산사와 함께 바다를 굽어보는 풍경과 바위들의 기묘한 모습때문이다.
물론 기도를 하면 영험하게도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점도 한몫 할것이고
새롭게 동해바다 바로 앞에 세워진 지혜관음보살상을 보러 오는 사람도 꽤 된단다.
휴휴암이 유명하게 된 바닷가와 연화대가 있는 바위들. 세채정도 민가가 있는데,
초로의 부부가 배타고 잡아온 도루묵을 손질하고 있었다. 도루묵을 말려서 휴휴암에 여행온 사람들에게
파는 모양이었다. 물론 일부는 구워먹거나 조림을 해먹기도 하겠고. 요즘은 동해안에 도루묵이 많이 올라와
어딜가나 흔하게 도루묵을 접할 수 있다. 단층으로 지은 주택에는 굴뚝에서 밥을 짓는지 하얀 연기가
올라오고 있다. 이 초미니 어촌마을이 휴휴암과 어떤 관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휴휴암보다 이 작은 마을이 먼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휴휴암을 찾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만나는 바다. 작은 배 한 척과 넘실대는 파도, 기기묘묘한
영겁의 세월이 만든 돌조각상들이 보는이를 압도한다. 바위를 보며 여자 한분이 두손 곱게 모으고
기도를 드리길래 가봤더니 초등학생 정도의 소녀였다. 처음엔 좀 나이가 있는 분인가 했더니.
소녀는 무슨 고민이 있는지 애타게 바다를 바라보며 그자리에 서 있었다.
어떤 기원인지는 모르지만 꼭 이루어지기를 바래본다. 너의 기원이 저 동해의 하늘에 닿기를 함께하마.
바닷가로 계단을 따라 내려왔다. 고운 모래가 파도를 맞으며 부르르 떨고 있다.
작은 어선 한척이 모래사장에 홀로 놓여있고 그 뒤로는 달마바위가 웃고 있다.
찰싹 찰싹 해변 모래사장을 때리는 파도소리가 듣기 좋다. 여름철이라면 바다로 살짝 들어가 보겠지만
물도 차갑고 신발을 벗기에도 그래서 마음만 동해바다로 풍덩 빠져봤다. 봉흥호야 반갑다. 담에 또 보자구.
약한 파도에도 배는 몸을 흔들거린다. 물론 주인이 단단하게 묶어둔 밧줄때문에 먼 바다로 홀로
나갈 일은 없겠지만 다가오는 밤의 적막은 배를 외롭게 만든다. 이런 작고 아담한 해변에 집을 짓고
산다면 마음도 풍요로워지고 자연인이 될텐데. 가끔 바다낚시도 하고 여름엔 해수욕도 즐겨주고
사진과 그림도 하면서 말이다. 작은 배로 싱싱한 해산물도 잡고.
휴휴암의 너른 마당바위인 연화대. 마치 납작하게 누운 거북이를 닮았다고 하는데,
여기서 보면 거북이의 모습은 잘 모르겠다. 이곳은 파란하늘과 파란바다가 접한 수평선이 아득하게
보이는 곳으로 연중 관음보살을 향해 그리고 푸른 동해바다를 향해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해변으로는 동해의 맑은 바닷물이 일으키는 포말이 바위를 찰싹 때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연화대에서 보면 바로 위쪽에 있는 죽도와 인구리해변이 눈에 잡힐듯 들어온다.
인구리해변은 양양에서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깨끗한 바닷물과 조용한 해변, 고운 백사장이 있어
알음알음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바로 위쪽에는 어촌체험과 바다낚시에 좋은 동산항이 있다.
연화대의 넓은 바위에는 기도를 드리는 바다법당이 있는데, 산신령인지 용왕인지 모를 단이 하나 있다.
왠만한 바람에는 쓸려가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바닥을 바위에 단단하게 고정시켜놓았다.
바위 한쪽에는 기도드리는데 사용하는 매트가 차곡차곡 쌓여있다.
죽도가 보이는 바위더미에는 발가락바위와 발바닥바위가 나란히 있다.
그리고 평상바위와 거북바위의 모습도 보인다. 죽도에는 죽도정이란 정자가 있는데,
그곳에서 바라보는 동해일출도 과히 감동의 물결이 들게만드는 멋진 풍경이란다.
연화대 바위에서 바라본 휴휴암.
왼쪽으로는 16m 높이의 지혜관음보살상과 범종각, 그리고 휴휴암의 작고 아담한 법당들이 있다.
연화대에는 언제나 이런 시원한 파도가 해변을 향해 몰아친다. 이어지는 파도소리가 듣기 좋다.
하얀포말과 거품을 일으키며 바위를 향해 전진하는 바다는 맑고 깨끗하다.
상쾌한 기분이 등을 타고 바다를 향해 흘러내린다.
여름철에는 작은 우럭같은 물고기가 있었는데, 요즘은 많이 잡히는 도루묵들이 방생수조에서 놀고 있다.
신도들이 많이 방생을 할 수록 이 물고기들도 빨리 동해안의 청정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텐데.
해변가에서는 빨랫줄에 도루묵을 말리고 있었다. 마치 가을에 잡은 서해의 망둥어를 말리듯이.
이렇게 바람과 햇살에 말린 도루묵을 모닥불 위 석쇠에 올리고 소금을 살살 뿌려주면서
구워먹으면 구수하고 노릇하니 맛이 좋다.
범종루에 있는 관음범종은 황금을 입힌 황금종이다. 물론 금관이나 금목걸이처럼 빛나는 황금색은 아니지만
은은한 종소리를 울릴것같은 황금종의 종소리는 울림이 동해바다를 향해 빛나는것처럼 퍼져가는듯 했다.
이 관음범종을 칠때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혼자서 약하게 치라고 한다.
일단 복전함에 약간의 시주를 하고 쳐봤다. 종소리가 동해바다를 따라 멀리까지 퍼지면서
은은한 멜로디를 만들어 준다. 아침 8시 이전과 오후 7시 이후에는 종을 칠 수 없다.
휴휴암의 자랑이자 눈에 확 들어오는 지혜관세음보살상의 모습.
16m 높이의 지혜관세음보살은 학문을 통달하게 해주고 지혜를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보살이라는데,
멀리서 보면 손에 꼭 금괴를 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무거운 대리석으로 이런 정교한 관세음보살상을 만드는데, 시간과 돈, 노력이 많이 들어갔을것 같다.
한마리 용이 여의주를 입에 물고 있고 그 양쪽으로는 보살님을 모시는 제자들이 마주하고 있다.
지혜관세음보살상의 모습. 앞에 서니 그 높이가 꽤 높음이 실감이 난다.
아래에는 세밀한 조각으로 다양한 불가의 모습을 새겨놓았다. 지혜를 전해주는 해수관세음보살에게
하나의 소원을 빌어봤다. 이곳 해수관세음보살상에는 특히 해가 떠오를때 여명에 비친 관세음보살에게
기도를 올리면 그만큼 더 강렬한 기운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 관음보살상 뒷편으로 가면
근심과 걱정을 떨쳐버릴 수 있는 동해바다를 내품에 안을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가 있다.
용의 아랫부분에는 연못가에서 쉬고 있는 반라의 인어아가씨가 있었다.
연못이 얼어 들어갈 수 없는지 약간 몸을 떨고 있었다. 한손에 들어 저 동해바다로 던져주고 싶었지만
관세음보살의 관할이기에 그저 애처로운 마음만 인어아가씨에게 남기고.
범종루 뒷편 전망좋은 곳에서 바라본 연화대의 모습.
바다를 향해 뻗어나간 한마리 거북이의 모습이 이곳에 서니 보이는것같다.
이곳 바다 바위에 먹이를 뿌려주면 우럭이나 볼락, 황어 등이 곧잘 모여든다고 한다.
하지만 낚시는 하면 안된다. 방생하는 곳에서 낚시하면 부처님께 혼나니까.
지혜관세음보살과 범종루를 보고 이제 휴휴암을 슬슬 떠나야할 시간이다.
아담한 해안의 작은 암자이지만 한번 와본다면 이곳의 정취와 분위기에 흠뻑 빠질것이다.
색다른 암자의 분위기는 아니지만 고요하고 여유있는 시간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을것 같다.
또한 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꼭 이루어진다니까.
휴휴암에서 더 머물고 싶었지만 이미 해는 상당히 낮은곳에 위치해 있고 조금 있으면 어두워질 때가
다가온다. 7번 국도를 따라 동산항, 기사문항, 수산항 등 을 따라 위로 올라간다. 작은 포구들이 연이어
나타나는 동해안 드라이브길은 어느 곳에 잠깐 서든지 그림같은 바다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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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진도 좋고 풍경도 아름답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새해복많이받으시고 추운 날씨 따듯하게 보내세요!
제가 직접 가서 본 느낌이 나네요
멋진 사진과 글 잘보고 갑니다
잘지내시지요. 새해 복많이 받으시구요. 감사합니다!
휴휴암 가 본 적 있습니다...관음보살상이 세워질 무렵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한참 불상 공사에
여념이 없고 이곳저곳 공사중이었었죠... 저만치 철교 건너 바위위에 있었던 바다법당이 기억납니다.
.. 파도가 거센날은 접근을 금지시키고 있었던 ...
그렇시군요. 그냥 마음을 비우고 바닷가도 거닐고 바다를 보면서 사색을 즐기기에 좋은곳 같어요. 아주 작지만 괜찮은 곳이 아닐런지요. 물론 땅문제로 시비도 있고 관음보살상이 넘 반짝여서 절 분위기와 약간은 글치만 좀 지나면서 점점 암자와 조화를 이루겠지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화면이 파래서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