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경찰청 소속 현직 경찰간부가 직속상관 이상원 경찰청장의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컴퓨터를 해킹해서 검거되었네요.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2월 21일 수요일 대전경찰청장실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 등을 설치한 혐의로 대전청 소속 A계장을 통신비밀 보호법 위반과 방실 침입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합니다.
지난 12월 10일 A계장은 인터넷에서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해킹 프로그램 팀뷰어라는 컴퓨터 원격제어 프로그램과 대화가 자동으로 녹음되는 스누퍼라는 프로그램을 자신의 데스크탑에 깔고 범행에 돌입했습니다. 12월 14일 수요일 저녁 부속실을 방문해 꼭 필요한 프로그램을 깔아야 한다며 비서실 근무자를 속이고 청장실에 들어가 새로 부임한 이상원 청장이 사용하는 외부망용 컴퓨터 하드에 Team Viewer과 Snooper를 깔은 후 도청용 휴대용 마이크까지 설치했다고 합니다. 이튿날인 12월 15일 본인 사무실에서 약 1분 동안 원격제어 프로그램으로 로그인해 이 청장의 컴퓨터에 접속했습니다.
그러나 이상원 청장은 이상하게 컴퓨터 속도가 느려지자 수리하라고 지시했고 기존 컴퓨터가 새로운 컴퓨터로 교체되자 A계장은 다시 12월 16일 금요일 오후에 새롭게 바뀐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을 재설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프로그램 설치 뒤 시험 작동을 하던 A계장은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당시 청장이 사무실에 없는데도 컴퓨터가 작동되자 부속실 직원이 이를 수상히 여겨 다음 날인 12월 17일 청장에게 보고했고 청장은 즉시 사이버 수사대에 수사를 지시 로그 파일 분석 결과 해킹 프로그램 설치가 대전청 내부에서 이뤄졌다는 것이 들통났습니다.
대전 경찰청 청사 7층에 위치한 청장실은 설립 당시부터 호화 청사 논란을 일으킨 곳이기도 한데 부속실을 경유하면 경찰 고위 간부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구나 A계장이 청장실 도청에 사용한 마이크는 회의 대화를 녹음한다며 경리계에 요청해 구입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 재산으로 범죄행위를 저지른 웃지 못할 지경에 벌어진 것입니다. 대전지방경찰청 태경환 수사과장은 A계장은 경찰대학 3기 졸업생으로 2006년 경정 승진 후 경무과 계장으로 근무하면서 총경 승진을 바라보는 엘리트 간부였다고 합니다. A경정은 조사 과정에서 청장의 의중을 파악해 내년도 승진 인사에 이용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A경정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신문, 즉 영장 실질심사는 12월 22일 목요일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승진인사 등 개인적인 목적 때문에 해킹이라는 중대한 범죄 행각까지 벌였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지난 8월 한 의경이 조현오 경찰청장 등의 이메일을 해킹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청은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컴퓨터 보안점검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해킹에 사용된 프로그램이 인터넷에서 누구나 쉽게 다운받을 수 있는 일반 프로그램으로 악성코드 프로그램이 아니어서 컴퓨터 백신으로는 검출되지도 않았고 내부인의 해킹인 경우 범죄 행위가 쉽게 발각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서울에서는 한미 FTA 시위에 대해 물대포를 쏘아 과잉진압이라는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조직 내적으로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대전에서 부하 직원이 상관을 해킹하는 일까지 벌어졌으니 참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첫댓글 개그같은 일이 벌어졌네요 ㅍ-_-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