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강의/미산스님
7강. 생활 속의 연기법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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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여섯 방향에 절하기
3-1. 동쪽은 부모, 서쪽은 아내
‘육방을 감싸는 자’라고 해서
각 방향이
누구를 의미하는지를 명시하고 있지요.
동쪽은 부모에게 절하는 방향입니다.
절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자기를 비우고
상대방을 공경한다는 뜻이죠.
사랑이라는 말로 바꿔도 됩니다.
부모님을 진실하게 사랑한다는,
공경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동쪽을 향해 절하는데,
절하는 행위 속에
어떤 마음이 있어야 할까요?
첫째,
나는 부모님을 잘 봉양할 것이다.
둘째,
그분들께 의무를 행할 것이다.
셋째,
가문의 대를 확고하게 할 것이다.
넷째,
유산인 부모의 훈육대로 잘 실천할 것이다.
다섯째,
부모가 돌아가시면
그분들을 위해 보시를 잘할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절을 합니다.
부모님을 잘 봉양하고
의무를 다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살다 보면 형편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잘해드리고 싶어도
뭔가 반항적으로 치밀어 오르기도 합니다.
특히 부모자식 관계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꼭 있습니다.
그래서 잘해드리면서도
뒷말을 계속하기도 하지요.
이런 식이라면
진정한 연기법 수행이 아닙니다.
진정한 연기법 수행은
그런 뒷말을 다 비우고
조건 없이 감사하며
사랑의 에너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부모가 돌아가신 후
그분들을 위해 보시를 잘하는 것보다는
돌아가시기 전에
잘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해주는 다섯 가지,
이건 모든 부모의 심정일거예요.
잘 교육시켜 삶의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도
부모들이 바라는 일이죠.
어울리는 배우자를 찾아주는 것은
특히 한국 부모들에게는 큰 의무지요.
시집장가를 안 보내면
큰 근심을 안고 살잖습니까.
자식을 저처럼
출가시켜 수행하게 하면
이런 걱정할 필요도 없는데 말이죠.
적당한 때
유산을 물려준다는 것도 부모의 의무죠.
그런데 요즘 부모들 중에서
진실로 깨어 있는 분들은
재산을 많이 안 물려준답니다.
너무 많이 물려주면
오히려 자녀가 잘못될 가능성도 있어요.
그래서 돈보다는
앞으로 돈을 잘 벌 수 있는
요령과 방법을 가르쳐주려고 하더군요.
그 대표적인 예가 워렌 버핏이죠.
유산은 적당히 물려주고
나머지는 사회에 환원하는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확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문에 보니
요즘30억 정도 재산이 있으면
50% 이상은 세금으로 나간다고 하더군요.
국가에 내는 세금은
공공사업이나
국민을 위해 쓰이니 좋은 일이죠.
그런 점에서 생각이 깊으신 분들은
살아생전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대신해서 해줄 수 있는 단체에 기부를 하십니다.
서양에선 종교단체나 사회복지재단,
교육재단 같은 곳에 기탁하는 게 일반적인데,
우리나라에도
서서히 그런 문화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최근 어떤 기업인도
스님들 교육을 위해 기여하고 싶다며
기부를 하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분 생각은
스님들이 제대로 지도자 교육을 받아야만
앞으로 한국 불교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업의 이윤 중에서
일부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데,
어차피 세금으로 낼 돈으로
자신이 원하는 곳에 기부하는 게
돈의 가치와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현명한 생각이라고 봅니다.
경에 보세요,
부처님께서도
‘적당한 때’ 유산을 물려주라 하셨습니다.
그러니 부디 아무 때나
자식들한테 재산을 물려주시면 안 됩니다.
서쪽은 아내에 관한 것입니다.
남편 분들, 잘 들으세요.
부처님이 말씀하신
이 다섯 가지를 꼭 지키십시오.
‘존중하고,
얕보지 않고,
바람피우지 않고,
권한을 넘겨주고,
장신구를 사준다.’
거사님들,
이렇게 실천하고 계십니까?
아내에게 늘 감사하고
사랑의 마음으로 대하고 말해야 합니다.
절대로 얕보면 안 됩니다.
학력, 외모, 집안, 이런 이유로
결혼 후 아내를 얕보는 남편들도 있거든요.
그러면 결혼생활이
정말 힘들어지고 불행의 극치를 맛보게 되죠.
그런 결혼은
차라리 안 하는 게 더 나아요.
감사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연기법 수행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대상이 누군지 아세요?
바로 아내입니다.
아내에게 하면
정말 수행 효과가 몇 배로 커집니다.
바람피우지 말아야 하는 건 물론이고요.
권한을 넘겨주라고 하셨는데,
안 그래도 요즘 남자들
권한을 거의 다 넘겨주고 살더군요(웃음).
그 시대에 이런 말씀을 하시다니,
부처님은 참 현명하셨지요.
장신구를 사준다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념일이나 생일을 잊어버리지 말고
작은 것이라도 선물하라고 하셨지요.
아내 쪽에서도
다섯 가지를 지켜야 합니다.
친정 식구만 챙기고
시댁 식구들한테 불평불만만 늘어놓으면
불화의 원인이 됩니다.
그러니 시집 식구도
좋은 마음으로 보고 잘 챙기면
남편이 더 미안해하고 고마워해서
없던 사랑도 생깁니다.
모든 건
다 연기적으로 이뤄지는 겁니다.
그리고
아내들도 바람피우지 마세요.
가산을 잘 보호하고,
사치하지 말고,
모든 맡은 일을 숙련되게 하고
게으름 피우지마세요.
아내가 게으르면
집안이 엉망진창이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