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일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결승전, 그 질기고 질긴 일본과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온국민의 열망은 우승컵을 받아쥐고 LA다저스룸에
태극기의 물결이 출렁거리는 것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시종내내 일본의 그 건방진 행동과 말투가 늘 기분나쁘게 거슬렸고 그래서 일본을 눌러 그들의
교만에 종지부를 찍고 싶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연장전에서 3:5로 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묘한 것은 비록 졌지만 우리가 승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세계의 강호들을 물리치고 결승에 오르는 순간, 이미 우리는 세계를 이긴 최우승자가 되었던 것이다.
국제야구연맹과 기자단 및 대회조직위원에서도 한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올스타 4명진출, 랭킹순위 쿠바에이어 2위가 말해주었다.
참으로 장한 태극전사들, 그들이 있어 내내 행복했던 20여일이 꿈만 같았다고 할까? 27년여의 짧은 야구역사, 엄청난 연봉차이, 얕은
선수층, 메이저리그의 활약 선수의 약세 등 어느하나 우승할만한 구석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해냈다. 멕시코를,
베네스웰라, 일본을 두렵게 만들며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우승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거목들을
하나 둘 쓰러트렸다.
참으로 대견하고 장하다. 작년 11월 팀이 구성될 당시 그 누구도 대표팀 감독제의를 거절했다고 한다. 심지어 젊은
감독들은 '독배'를 마시고 싶지 않다고 피한 상황에서 거동조차 불편한 김인식 감독이 이를 수락하면서 '국가가 있고 야구가 있는 것이고 내가 있는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그의 특유의 리더십이 창출되기 시작했다.
우여곡절과 좌절을 겪으며 마침내 2004년 한화감독시 뇌경색으로 쓰러져 최대의 위기를 맞지만 무서운 의지로 일어났으나 결코 건강을 자신할 수
없는 그였다. 처음엔 그도 초라한 걸음을 보이기 싫다며 사양했지만 국가가 먼저라는 애국적 마음이 드는 순간 결단으로 이어진 것이다. '국민감독'
'국민영웅' 그 수식어에 토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는 그렇게 한국야구사에 영원히 기억될 영웅이 된 것이다. 적재적소, 기막힌 타이밍,
신출귀몰한 용병술, 정확한 분석, 선수들을 안도하게 하는 포용력, 냉정한 카리스마가 약체 한국을 최강으로 이끌게된 동력이었다.
대표팀
감독 수락과 함께 박찬호와 이승엽을 불러달라는 그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는다'는 생각으로 사기를 불러 일으켰고,
우리의 장점인 조직력과 탄탄한 수비력, 젊은 패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세계에 우뚝선 김인식호 그는 불사조였고 활화산이었으며 한국야구사에 길이
남을 영웅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봉중근, 윤석민, 김태균, 추신수, 이범호, 김현수,이용규, 박경완 등...하나같이 투지로 똘똘 뭉쳐
최선을 다한 모든 선수들이야말로 우리들의 영웅인 것이다.
나는 야구의 룰이나 규칙도 잘 모른다. 관심도 그다지 크지않다. 야구를
하고 싶어했고 소질도 특출하게 있었던 큰아들 녀석이 야구광이어서 관심을 갖는정도지만 그것을 뛰어넘어 궁금증을 증폭하게 하였던 이 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은 또다른 의미로 새겨지고 말았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아들녀석에게 전화를 걸어 야구에 대한 상식도 조금은 터득한 계기가 된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스포츠는 역동성이 있어
좋다. 젊음이 꿈틀거리고 스릴과 긴장감으로 짜릿한 순간순간의 연속이 가져다주는 매력이 모든이를 흥분시키는 것이 아닌가? 특히 개인종목이 아닌
단체종목에서도 개인기가 출중해야 하지만, 팀웍이라든가 조직력을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서 승패가 좌우되는 것이 많다. 그래서 단합과 화합을 만들어
내는데 스포츠만큼 좋은 것은 없다. 같이 땀을 흘리고 몸을 부딪치면서 운동을 하다보면 자연적으로 정이 쌓일수 밖에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승패를 떠나서 진정한 의미의 스포츠정신을 깨우쳐야 한다. 지나친 승패에 대한 집착으로 부작용이 만발하는 예는 우리모두가 반성의 발판으로
삼아야 되리라. 스포츠만이 가지고 있는 화합과 응집력, 그를 통해 '우리'를 만들어냈던 88올림픽의 신화는 이번 WBC를 통해서 더욱 공고히
다져지게 되었다. 우리민족만이 가지는 에너지, 그 장점을 국민적 에너지로 살려야 될때다. 정치력을 기대한다.
아쉬운 것은 이 번 WBC방식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면이 너무 많다. 예선전에서부터 일본과 우리가 5번이라는 경기를 치루는 것 자체가
얼마나 잘못되었는가? 자신들(미국)이 유리하도록 그렇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참으로 묘한방법이 아닐 수 없다.
맞수이기를 거부했던 일본의
하라감독, 독설을 퍼부으며 한국야구를 한수 아래로 치부하며 우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이치로도 한국야구의 놀라운 저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이 번 경기, 미국의 언론과 감독들이 한국야구를 배워야 한다며 그동안 마이너리그 쯤으로 생각했던 잘못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
환상의 조직력과 한국야구만이 가지는 파워에 그들도 감동했다.
준우승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의 우리선수들의 경기장면과 온국민의 응원장면이
파노라마처럼 텔레비전을 통해 비칠때 진한 감동의 눈물이 나오는 것은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WBC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
참가선수를 대상으로 '올토너먼트 팀'을 선정해 발표했다. 각국 기자단과 대회조직위원회 대표의 투표로 뽑는 '올스타'에 한국은 김태균과 이범호,
봉중근, 김현수등 일본의 3명보다도 많고 국제야구연맹이 발표한 세계랭킹에서도 한단계 뛴쿠바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국가 브랜드가치에서도
이번 경기로 6천억원 이상이나 된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나?
장하다, 한국의 용사들아...그대들이 있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