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지장보살이 대답하셨다. “천만세계 모든 국토에는 지옥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여인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불법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성문이나 벽지불도 역시 마찬가지이옵니다. 이처럼 지옥의 죄보도 모두가 같은 것은 아닙니다.”
3-3 마야부인이 거듭 지장보살께 여쭈었다. “그러면 염부제에서 지은 죄로 악도에 떨어져 받는 과보에 대해 듣고자 합니다.”
길라잡이 - 수미산과 제석천 등은 불교 경전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수미산은 이른바 수미 4주의 중앙에 위치하며 둘레에는 7개의 산과 8개의 바다가 있으며 그 밖에는 다시 쇠로 둘러싼 철위산이 있습니다. 제석천은 수미산 꼭대기에 있으며 도리천을 다스리는 임금이지요.
지장경에서 염부 중생이 업을 짓는 차별과 그에 따라 받는 과보에 대한 문제를 들어 설법을 하고 있는데 염부제는 수미 4주로 동쪽의 승신주, 남쪽의 섬부주, 서쪽의 우화주, 북쪽의 구로주이며 경전의 기록에는 북쪽이 넓고 남쪽이 좁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염부제는 지금의 인도 땅을 지칭하는 것이지만 염부제는 어디가지나 상상의 세계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사바세계이기에 우리들 6도 중생은 모두 염부 중생이라 합니다.
불교 신앙에서의 지옥은 영원히 구제 받을 수 없다는 다른 종교의 지옥 관과는 다릅니다. 업을 짓는 차별에 따라 받는 과보도 다르며 특히 지옥의 업이 다하거나 인간 생활을 선하게 살아간다면 누구나 무명의 수렁에서 벗어나 지옥에서 해방되어 안락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다시말하면, 불교에서의 지옥이란 윤회 전생하는 하나의 정거장에 비유되는 세계이며 자기 속에 내재해 있는 주체적 세계입니다.
따라서 불교의 지옥 사상은 보수주의가 아닌 진취적인 의미에서 올바른 신앙 생활을 통하여 풀어갈 수 있습니다. 이른바 6도의 하나로 설정되어 있는 지옥은 중생의 노력으로 새 삶을 꾸려나갈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 들여야 할 세계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죄보는 같지 않다.’ 라고 하신 것은 오늘도 새롭고 내일도 새롭게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살아가면 지옥의 인생은 끝날 수 있기에 죄보는 일정하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판단하는 가르침을 주는 곳이 지옥세계입니다.
日新又日新(일신우일신 - 날 일, 새 신, 또 우, 날 일, 새 신)은
'날마다 새롭다'라는 뜻으로 매일매일 발전된 삶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중국 은나라를 세운 湯王(탕왕)은 夏나라 禹(우)왕과 周나라 文王(문왕)을 끼고 三王이라 불리울 정도의 치적을 쌓은 성군입니다. 그 湯王이 항상 세수 대야를 보면서 어제와 같은 오늘이 돼서는 안 된다고 다짐한말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원문의 내용은
湯之盤銘曰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탕지반명왈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
지금으로부터 약 3600년전-중국 지역에 고대국가 상(商)나라(은나라)가 있었습니다. 포악했던 하나라의 걸왕 다음으로 건국을 하여 멋진 정치를 했던 성군이 바로 탕왕(湯王)인데요. 그는 어느 날 새벽에 동녘하늘의 미명(未明)을 보며 나라를 잘 다스려 백성을 편하게 할 길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생각이 막혀 막막한 그 때 붉은 해가 동산 위로 그 자태를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탄식이 터져 나왔지요.
“그 많은 날 난 해돋이를 보아왔건만 저 해는 지난날의 해가 아니다! 오늘 완전히 새로운 해가 뜨는구나!”
같이 국사를 논하던 재상 이윤(伊尹)이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매일 새로운 해가 뜨기에 저 해는 만물을 기를 수 있는 것이지요.”
그 말에 탕왕은 깜짝 놀라 재상을 향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진정 그러하구려! 그렇다면 짐은 어찌 해야 저 해와 같이 만백성을 기를 수 있겠소?”
“사람이 매일 새롭고자 한다면 책을 보는 것이 그 길입니다. 매일 책을 보고 매일 사유하고 매일 현자와 의논한다면 그 왕은 저 태양처럼 새롭고 매일 새로우며 또 날마다 새로울 것입니다.”
탕왕은 그 말에 크게 기뻐하며 그 충언을 잊지 않고자 구리 세숫대야(盤銘)에 새기도록 했으며 매일 세수할 적마다 보며 되새겼다고 합니다. 거기 새겨진 문장은 이렇습니다. “구 일신일일신우일신(苟 日新日日新又日新) - 진실로 해가 솟듯이 날마다 새로울 것이며 또 날마다 새로울 것이다.'
상나라의 수도는 은(殷)이어서 은나라라고도 부릅니다. 그 나라는 동이족이 주축을 이뤘으며 그 시절의 문자인 갑골문자는 한자의 시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안심정사 법우님,
新(신)은 방향성 없이 단지 변화만 있다는 뜻이 아니라 평생을 쌓아가야 하는 지식(知識)이나 덕성(德性)이 더 나아지는 변화가 있다는 뜻이며, 진정으로 불심과 믿음이 깊어지기 위해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익히며 자리이타의 마음을 함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일신우일신에서 나아진다는 ‘新(신)’ 의 의미도 중요하지만, 보다 깊은 뜻은 꾸준히 노력하는 성실성(誠實性)을 뜻하는 것입니다. 더 나은 인생과 더 기쁜 행복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꾸준한 기도와 공양으로 삶의 변화를 추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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