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소 마누라 서명숙 씨
-아내의 83세 생일을 맞아-
인산 김영백
목사의 구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나서
목사의 아내로 63년을 살아 왔어요
아들 둘이 목사요 사위 둘이 목사라
목사들 틈새서 살아 온 곤고한 세월
일생동안 한 남자의 설교만 들었어요
주일예배 새벽기도회 철야기도 삼일기도회
구역예배와 심방예배에 더하여
아이들과 함께 드리는 가족기도회까지
아내노릇 며느리노릇 엄마노릇 사모노릇
그 무거운 짐보따리 힘겹게 지고 왔지만
그에게는 월급도 상여금도 휴가도 없고
그 흔한 감사장 표창장 공로상 하나 없네
은퇴후에 주일예배에 참석하면
서명숙 성도 기도하세요 한다
명예도 없이 그냥 성도로 평신도로
기나긴 세월을 묵묵히 살아 왔네
오래간만에 친구들을 만나면
“목사하고 무슨 재미로 사니?”
하하하! 웃음으로 대답하면서
본향을 향해 나그네 길을 가고 있네
마누라 서명숙 씨
그간 참 수고가 많았어요
남편노릇 못한 죄 용서하시고
서로 도와가면서 인생길 완주 합시다
(2020-2-28)
결혼 62주년
오는 12월16일이 우리가 결혼한지 62주년이 된다. 1957년 성탄을 앞두고 서울태화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가난한 전도사는 신혼여행을 가지 못하고 교회사택에서 결혼초야를 보냈다. 그리고 25년이 지난 다음에 어느 교우가 선물한 비행기표를 가지고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이른바 은혼여행이며 동시에 늦은 신혼여행인 셈이다.
그리고 40주년이 되어 어느 친구목사의 권유로 장미꽃 39주로 꽃다발을 엮어 결혼 40주년을 축하한다며
아내에게 주면서 다른 한송이는 “바로 당신이야” 그래서 한바탕 웃음꽃 피우고
금년 12월 16일과 17일 양일간 서울 수유리에서 두 모임이 있어서 일산에서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거의 3시간 거리인데 이틀간 좀 무리라고 걱정을 하고 있는데 큰 아들 목사가 수유리에 한호텔을 잡아놓았으니 결혼기념일을 호텔서 보내시고 모임에 참석하라는 뜻밖에 호의를 받아들여 수유리 결혼 62주년이 성사가 되었다. 신혼여행도 못한 사람이 25주년에 이어 62주년을 효자 덕분에 보내게 되어 행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