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 산책을 하다 보니
진달대 떠난 자리에 철쭉들이 즐겁고
여리던 연두는 초록으로 강해지고 있다.
깊숙이 들어가면 익숙한 향이 너울거린다.
편백 군락지가 다가 온다.
고흐가 아마 자신을 동일시하며 바라보았고 그렸을 편백나무들이다.
위풍당당 하늘에 이르고 싶은 모습,
제왕처럼 그려진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고흐에겐 무엇이었을까?
유독 그의 작품 후기에 많이 등장한 데엔
그의 어떤 의식이 작용한 것일까, 궁금해 진다.
편백나무는 키가 크고 곧게 치솟는다.
측백나무 계열이니
송곳 잎새의 소나무와 달리
넙적한 그믈망으로 유난히 짙고 숱이 많아
힘차 보이고 향도 많이 품어 낸다.
그러나 또한 어두운 틈새를 더 많이 품고 있다.
나무의 내구성과 은은한 향의 힐링 효과로
성당 집기나 장례용품으로 많이 쓰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안엔 침잠과 어둠의 상징도 있었을 것이다.
고흐의 사이프러스는 다소 과장 되어 있다.
살풀듯 나뭇잎의 온 세포가 요동치고
어떤 의식(儀式)의 주인공 인듯 장엄하며 힘차다.
지상의 모든 기운을 흡수해
꿈틀거리며 승천하는 느낌이다.
그의 두툼한 물감칠과 붓결 효과가 빚는
우연성일수도 있지만
그의 희미해져가는 욕망의 부활과
마지막 희망을 투사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이 나무의 향기를 따라 유영하며
남겨 놓은 세상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살리고
사이프러스가 펼쳐 주는 그림자 속에선
안식 모드였으리라.
그렇게 무심결에 이 나무에 애착이 생겼을 지도 모르겠다.
작품활동 후기에 이 나무가
웅장하고 숭고함마저 느껴지는 모습으로
등장한 이유가 아닐런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사이프러스들
Vincent van Gogh, Cypresses (1889)
Country Road in Provence by Night (1890)
Cypresses and two women
Wheatfield with Cypresses 1889
The Starry Night (1889)
Trees in the Garden of the Asylum 1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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