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와 성상이 상징하는 의미
성상이란 예수그리스도, 복되신 동정녀, 성인, 또는 천사의 모습을 조각하거나 주조한 물건 등을 말한다. 천주교에서는 성상을 모시는 관습이 있다. 이는 성상을 대할 때마다 보이지 않게 우리 곁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나 천상에 있는 성모와 성인 성녀들을 쉽게 연상하고 흠숭이나 공경을 효과적으로 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도 성당에 성상을 모시는 관습을 유지하는 한편 건전치 못한 신심을 조장하지 않도록 수효의 조정과 모시는 위치까지 올바른 순서를 지키게 하였다.
우리나라는 100여 년의 박해 시대를 겪으면서 순교자들의 얼이 담긴 성지(聖址)와 유적지가 많이 있다. 아직 부족하지만 성지에는 성상과 유물과 구조물을 잘 보존하고 조성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고 후손들에게 넘겨줄 시청각의 유산인 것이다.
성상 제작 풍습이 고대 유다 민족은 오늘날처럼 성행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당시 지리적으로 우상 숭배 경향이 짙은 이교 민족에게 둘러싸여 있던 유다 민족에게는 성상 공경의 본뜻에 대한 오해가 일어날 우려가 있었던 까닭이다. 그래서 초대 교회 신자들도 성상을 제조하였지만 이방인들에게 공개하기를 매우 조심했었다. 이것은 천주교회의 성상이 이교도의 우상과 혼동할까 우려하였던 까닭이다. 그래도 천주교 내부에서는 신앙에 관한 상징적인 것을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3세기 초까지 천주교 신자들의 밀실인 로마 카타콤바의 유적을 보면 성령의 상징인 흰 비둘기를 그린 벽면과 유리병을 발견할 수 있으며, 또 거기에 십자가를 지신 그리스도께서 어린양을 어깨에 메신 형상을 새기기도 하였으며, 어린양과 믿음의 표시인 닻 모양과 교회를 의미하는 큰배를 그리기도 하였다.
성상과 성화의 최초 반대자요 폭행자는 8세기의 콘스탄티노블 황제 네로 이사우리안이다. 네로는 예수 성화와 성인들의 성화를 성당 벽면에서 철거하여 불사르게 하고, 성당에서든 가정에서든 성화와 성물을 강탈하고, 금, 은, 동, 철제 성상을 모아서 자기 초상을 새긴 화폐를 만들게 하였다. 헨리 8세는 겉으로는 신앙의 순결을 외치면서 이면의 동기는 탐욕으로 가득 찬 것이었다. 네로 황제는 황궁 도서관 학자들에게 그 성상 파괴 칙령에 대한 찬사를 쓰라고 명하였다.
그러나 정의로운 양심을 지닌 학자들은 거절하였다. 그래서 네로는 삼만 권의 책과 귀중한 그림이 소장되어 있는 도서관 안에 그들을 감금하고 모두 불에 태워 버렸다. 당시 용감한 수도자 스테파노는, 황제의 초상을 새긴 동전 한 닢을 내밀며 폐하, “이것은 누구의 초상입니까?라고 물었다. “짐의 초상이다.라는 황제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것을 내던지고 짓밟았다. 수사는 즉각 사형 선고를 받았으며 형장에서 그는 황제에게 이렇게 소리쳤다. “아, 내가 한 국왕의 모습을 보고 모욕하였다고 사형을 당하는데, 예수 그리스도의 성상을 불태워 없앤 악당들은 어떠한 형벌을 받아야 마땅할 것이냐!라고 외쳤다.
성상 파괴의 독성 행위는 16세기 때 소위 종교 개혁자들도 저질렀다. 특히 영국, 독일, 네덜란드에서 성화와 성상을 난폭하게 파멸하는 독성 행위를 감행하였다. 그들은 우상 숭배 방지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16세기의성상 파괴자들도 성상과 성화를 없애고 성전을 온통 점유해 버렸다. 영국과 유럽 대륙의 수많은 개신교 예배당 중에는 이들이 점거한 성당이 많았다. 유명한 영국의 웨스트민스터 성당이 그 좋은 예이다. 오늘날까지도 이런 교회의 벽면에는 파손된 성상들이 남아 있다. 이런 만행은 다만 극도의 독성죄가 될 뿐만 아니라 예술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만일 이러한 만행이 남부 유럽에까지 침범하였더라면,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의 대작들까지도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성상에 대한 천주교의 가르침은 트리덴티노 대 공의회에서 명백히 선언되었다.
그리스도의 성상과 동정 성모와 성인들의 성상을 성당 내에 모시고 경의를 표하여야 한다. 교회에서는 성상 자체에 무슨 신성이나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며. 또 성물 자체에 무슨 기도를 드려야 되기 때문도 아니다. 천주교에서는 이교도들처럼 우상에게 무슨 희망을 두는 듯 성상에게 미신적 신뢰를 두어서가 아니고, 성상이 상징하는 그 대상에게 존경의 뜻을 표시하는 것이다. 즉 우리가 성상에 입맞추거나 그 앞에서 모자를 벗거나 무릎을 꿇는 것은 그 상징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숭배하고, 성모와 여러 성인들을 공경하는 것이다. 우리는 성상을 통하여 주 예수의 존재를 감각하고 더욱 깊이 명상하게 되는 것이다.
‘주의 이름은 복되시도다. 주의 이름에 영광이 있기를 바랍니다.’ 하는 거룩한 이름에 대한 경의 표시와 같은 취지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유형의 성상에 대한 경의 표시는 내적 형상에 대한 경의 표시와 다를 바 없다.
얼마 전 이탈리아 군인이 프랑스 국기를 모욕하였을 때, 프랑스 정부는 전쟁을 일으켜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였다. 군인에게 모욕당한 것은 하찮은 헝겊 조각이었다. 그런데 프랑스 정부는 이 작은 헝겊 조각 때문에 그처럼 분개하여 전쟁까지 일으키려 하였던 것은 아니다.
어느 나라 국민이든 자기 나라 국기 앞에 경례를 한다. 국기로 표시하는 조국에 대한 경례가 아니고 그 국기를 만든 자료인 헝겊이나 색깔 자체에 대한 경례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떤 표시 행위를 말로도 할 수 있고, 글자나 그림이나 형상으로도 할수 있다. 이순신의 표시는 이순신이라는 말이나 글자로도 할 수 있고, 그의 초상화나 이름으로도 나타낸다.
너희는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 위에 있는 것이나 물 속에 있는 어떤 것이든지 그 모양을 본 떠 새긴 우상을 섬기지 못한다.(출애굽 20,3-4) 하는 이 계명은 결코 조각상의 제작을 무조건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 성서의 여러 곳에 이를 금지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제작을 명하였으니 절대 금지란 안될 말이다. 하느님께서 모순을 행하실 리 없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순금으로 거룹상을 만들라고 하셨고(출애굽 25,18 참조), 또 모세에게 구리 뱀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매달아 두고, 뱀에 물린 자가 그것을 보면 죽지 아니 할 것이라고 하셨다. 거룹은 하늘의 천사이며 뱀은 땅과 물 속에 사는 동물이니까, 이 거룹의 금상과 뱀의 동상은 하늘의 것과 땅의 것과 땅 밑 물 속에 있는 것의 형상을 만든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만일 무조건 절대 금지라는 개신교 신자들의 해석이 옳다면, 우리는 모두 첫째 계명을 어긴 죄인이 될 것이다. 어느 가정에서든지 산 자나 죽은 이의 초상을 걸어 두지 않은 집은 없다. 산 이의 초상은 땅 위의 것이고 죽은 이의 초상은 하늘의 것이다.
그런데도 천주교 신자를 우상 숭배자라는 선입견을 품은 이가 많다. 성당 안에서, 길에서, 성상 앞에서 천주교 신자의 기도 행위를 보고 “천주교회는 우상을 숭배한다고 선전한다.
어느 동상 제막식이 있었다. 동상이 제막되자 그의 웅장함이 나타났다. 그 순간 모두 모자를 벗었다. 한 신사가 옆에 있던 개신교 신자에게 농담으로 “여보게 모자는 왜 벗나” 하였다. “저분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벗었네.“그러나 그는 여기 있지 않고 저것은 그의 동상이 아닌가.” “물론 그렇지만 나의 행위는 본인에 대한 경의 표시일세.이처럼 동상 앞에서 모자를 벗는 행위는 나무라지 않으면서 성모 마리아나 성 베드로 상 앞에서 모자를 벗는 것을 보면 그것을 우상 숭배 행위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787년에 개최된 두 번째 니체아 공의회에서도, 트리덴티노 공의회와 같이 성상 성화에 대하여 이렇게 선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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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감도를 받은 우리 교부들과 천주교회는 성령이 이 안에 기묘히 계심을 알고 있으니, 성전(聖伝)을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성상과 홈 없으신 하느님의 모친과 공경하올 천사들과 성인 성녀들의 상본을, 성당이나 가정에 적당하게 모심은 확실히 거룩하고 좋은 일 임을 선언하는 바이다. 성화나 성상의 공경은 성상이 표상 하는 원 존재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니, 성상으로 표상하는 이를 공경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감히 열교인들을 따라 달리 생각하거나, 달리 가르쳐 교회의 성상을 가볍게 여기거나, 새 교리를 주창하여 천주교회에서 존중히 여기는 복음 성서, 십자가, 상본, 순교자의 유해 등을 모욕하는 자가 있다면, 그가 성직자인 경우에는 과문 당할 것이요, 수도자나 평신도인 경우에는 통공(通功)에서 제외되리라.’ 라고 하였다.
[서울대교구 순교자 현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