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야간에 문을 여는 곳이 제법 있습니다. 야간 치과도 있고요, 야간 한의원도 있지요. 바쁜 직장인들을 위한 배려입니다. 여기는 야간 미용실이군요. 투데이신문 직장인 신춘문예에 딱 맞는 시인것 같습니다.
우주역 1번 출구엔 가위질하는 달이 떠 있어요.
묘사가 뛰어납니다. 우주역이라는 단서를 달고 달을 가져왔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거대한 우주가 기대됩니다.
해질녘이면 실눈이 열리는 유리 캡슐 '야간 시술, 꼬리별 속눈썹 가능' 눈웃음에 부서지는 하루를 마감하고 낮과 밤의 눈을 바꾸면 싶으면 찾아가는 곳.
저녁무렵 문을 여는 미용실입니다. 아, 속눈썹도 그냥 속눈썹이 아니라 꼬리별 속눈썹이군요. 첫번째 별이 꼬리별입니다. 거기에 가려면 캡슐을 타야죠. 하루를 마감하면 직장인들은 다시 태어납니다.
미용사는 거울에 비친 머리를 만지며 고개를 갸웃거려요. 손님, 머리 모양을 보름달처럼 바꿔볼까요? 그녀는 달의 둘레와 지름까지 연구하는 천체물리학자 같아요. 달빛을 흔들어 분화구를 찾아내고 암모니아 냄새를 맡고 새치를 골라내기도 하지요.
미용사는 머리를 이리저리 만져보고 가장 멋진 머리를 추천합니다. 보름달처럼 밝아질 수 있다면 저도 가볼거예요. 미용사는 천체물리학자처럼 머리카락이 없는 곳을 찾고, 염색을 하면서 암모니아 냄새를 맡고, 새치를 골라냅니다. 미용사의 일과를 우주에 비유해 놓았어요. 달, 천체물리학자, 분화구 모두 우주와 관련이 어휘들이군요.
저 멀리 계곡에선 북두가 어렴풋이 물길을 열어요. 솜누스*가 출렁이면 달의 뒷면에서 은하수가 쏟아져요. 헤어캡에서 터지는 기포소리 토끼가 달팽이관에서 고개를 내밀기도 해요.
북두칠성이 물길을 열면 푸른 하늘 은하수가 쏟아집니다. 잠의 신 솜누스가 모두들 잠든 밤에 은하수길을 엽니다. 토끼도 고개를 내밀고요.
그녀는 다시 만날 걸 약속이나 하듯 달그림자를 지우며 복숭앗빛 매니큐어를 발라요. 헤어캡에서 부적같은 손톱달 하나씩을 꺼내줘요.
손톱을 손질하고 매니큐어를 바르면 새로 태어납니다. 달그림자가 지워지니 새로운 사람이 탄생하는군요. 손톱달도 예쁘게 손질하고요.
창밖으로 보이는 우주역 앞에는 갈 길 모르는 지구인들이 웅성거리고 있어요. 암스트롱이 살다간 집을 그들은 찾을 수 없어요.
밤이 깊어도 우주역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서성입니다. 달도 보이지 않는군요. 암스트롱이 살다간 집은 달이겠지요.
툭툭 잘라낸 속눈썹이 전갈자리 같아요. 애인과 함께 안드로메다로 떠날 그날을 생각해요.
예쁘게 단장을 했으니 이제 우주역을 출발해야겠지요. 애인과 함께 자, 출발!
야간 미용실의 분주한 하루가 보입니다. 손님의 머리를 매만지고 눈썹을 정리하고 손톱을 정리해 주는 군요. 없어서는 안 될 장소죠. 외모가 중요한 세상이 되었으니까요. 머리를 고르고 염색을 하기도 하죠. 저는 매일 가던 미용실의 선생님이 어디 딴 데로 가서 새로운 우주역 앞 미용실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직장인을 위한 야간 은행이나 우체국도 생겼으면 좋겠어요. 아참, 그러면 거기에 근무하시는 분들이 싫어하실 수도 있겠군요. 천문학자에다가 미용사를 비유한 것이나 미용실을 우주역 앞의 달이라고 생각한 이미지즘이 이 시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좋은 글을 읽으면 흐뭇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