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비상금이 든 지갑,수건,육포,쥬스,물,찰떡빵,면장갑,바람막이 상의...
단단히 꾸려넣어 배낭을 맨다.
천천히 뛰기 시작하여 심장을 데워갈테니
굳이 별도의 준비운동이야 필요없겠지.
워밍엎이란,
"요이~ 땅"
해서 쏜살같이 뛰쳐나가,
정해진 거리를 누가 먼저 마치는지를 다투는 경기에서나 필요할 것.
오늘 나야 어차피 나를 찾아 혼자서 떠나는 길,
촌각을 다툴 일은 없다.
또 오늘은 생각지않게 찾아온 '출근하지 않는 날'인 것이다.
후...
편안한 마음으로 독신료를 나서다가 돌아서서,
현관열쇠 하나만 빼어 하의 괴춤, 작은 주머니에 넣고
다시 현관문을 열고 신발장 위에 열쇠뭉치를 가만히 올려놓는다.
나는 평소 열쇠를 다섯 개 가지고 다닌다.
사무실출입문, 현장 자전거용, 빨래방과 집열쇠 두 개...
자동차는 없고 사무실 책상이나 기타 다른 열쇠도 없다.
간혹 바지 뒷주머니에 불룩하게 열쇠뭉치를 우겨넣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해서 다시 한 번 돌아보기도 한다.
도대체 사람에겐 몇 개의 열쇠가 필요한 것일까?
스크루우지 노인의 열쇠꾸러미에서 나는 철럭거리는 소리가
가끔씩 생각이 난다.
어젯저녁, 이 동네에 오래 살아온 동료의 안내로 각산(角山)을 올랐다.
내가 사는 아파트가 바로 그 산자락에 지어진 탓에
뒷동산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기실 각산이 그렇게 만만하지만은 않다.
크기와 높이에 상관없이 '우스운 산','가벼운 산'이란 없는 것이다.
퇴근후 서둘러서 산을 오르기 시작한 것이 6시 45분.
반은 달리고 반은 걷고,
도중에 만나는 약수터의 한 잔도 마시는 둥 마는 둥
서둘러 정상 방송탑에 이르니 7시 15분.
다시 정상 능선을 달려서 봉화대를 찍고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어둠 속 저 멀리 다도해 푸른 바다 위로 현란한 빛을 내뿜으며 서있는
창선-삼천포대교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시간도 없다.
산의 어둠은 빨리 찾아온다.
7시 30분 가량이 되었을 뿐인데 벌써 어둑어둑하여 발 딛기가 겁이난다.
평지를 달리는 것도 어두울 때는 조심스러울진대, 하물며 산속에서이리야.
자칫 발목이라도 삐면 달리기는 한참 동안을 잊어야 하리니.
통상 한시간 가까이 걸린다는 이 길은
천천히 걸으면 약수 긷고 바람쐬는데 적절하고,
서둘러 달린다면 달림이들의 대체훈련으로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심조심, 대방사 절터의 제법 큰길까지 내려오니 다소 마음이 놓인다.
이제는 차들도 다니는 콘크리트길,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제법 속도를 내어 큰 길을 거쳐 아파트입구에 오니
2분전 8시.
참 적당한 운동이었다.
아파트 단지내의 헬스장 불빛이 정겹다.
나도 모르게 끌리듯 들어가 몇가지 근력운동을 돌고,
제법 빠르게 트레드밀에서 몇킬로미터 정도 더 달려본다.
지난 겨울 나태했던 심신을 추스려야 한다.
조상들은 '혼자있을 때야말로 군자가 가려진다'는 공자의 말을 신봉했으며
세계 최고의 운동선수도 매 경기마다 반성하고, 교정훈련을 한다는데
나는 허투루 보낸, 시간이나 정신의 허비는 없었는지,
입으로는 운동을 좋아한다 하면서도 걸맞은 훈련은 해왔는지... 부끄럽다.
10시.
떨어져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한다.
"오늘 창선섬 한바퀴 돌고 올건데, 오후에나 통화하자."
집을 나섰다.
마라톤 배낭, 이 물건 참 맘에 든다.
등에 찰싹, 달라붙어 아무리 속도를 내도 흔들리지도 않는다.
등에 매는 것에 대한 추억이라고는 국민학교 때 '책보'나 등산 배낭 정도인데,
책보는 벤또 속의 젓가락 딸가닥거리는 소리,
남대문시장에서 대학 1학년 때 2천원을 주고 처음 샀던 배낭은
전문가용이 아닌 싸구려였던 탓인지
산을 오를 때마다 자꾸 뒤로 젖혀졌었던 추억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마라톤 배낭, 맬 때 마다 마음에 든다.
(2004. 4. 15)
* 큰 일 났다.
생각하고있는 것의 5퍼쎈트, 아니 5퍼쎈트가 뭐야, 초입에도 이르지 못했는데.
이제 아파트 문 나섰는데 언제 하루종일 달려서 돌아올꺼나...
나를 만나기는 만나고나 올꺼나...
첫댓글 광호야~ 잘 읽었다. 역시 너는 너 다워. 참 따뜻 해. 그래두 광호야~ 연탄 아껴 써~ 내 곧 내려가마. 여지껏 안 내려간 건. 같이 길 잃어버리까 봐 였다. 어찌 단골 집도 이제 생겼지. 차수와 종생이에게 알.
애기아빠야~~ 너도 제발 석유좀 아껴 써~~
야~ 쥔장 이 놈아~ 세상의 유일하게 '운전 면허증' 없는 나 보고 서규 아껴 쓰라고 고라 고라 고라~ 확 도라버리것네 고라 고라 고라~ 광호야 내 이렇게 당하고 산다. 그래두 너는 연탄 아껴써라. 그래두 오늘 기분 조타~ (2004. 4. 16).
창수야 그거 나두웁써
다섯마리중에 일등을 위해서 ,,,,,.열심히 달리라.힘.
어젯밤에 6월의 광주 100k 신청했다. 5월2일 머슬대회는 다음주까지 훈련해보고 결정해야겠다. 그리고 창수야, 여기는 나이트 없다. 대신 너 오면 지리산 천황봉 가자.
장로야 그거 따! 어렵지 않아...
애빠야.이눔아.자동차에 넣는 휘발유 말고 호롱불 키는 석유 말이여~~ 그거 좀 아껴써~
와우! 씨잘데기없는 소리고만허고 2편이나 올려봐... 그라고 천황봉은 5월이 넘어야 헌다.
휴, 이거 10부작 넘어가냐. 여기 멍들 마라톤하면서 머리가 많이 울려서인지 기억력 별로 안좋다.
오빠! 연탄 아껴 써....
드뎌 전 회원의 '애기 아빠化'가 되누만...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