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AFP 2016-1-8 (번역) 울노 / 크메르의 세계
캄보디아 출신 국제결혼 이주민 여성, 대만 총선에서 국회의원 당선 유력
'Foreign bride' from Cambodia to make history in Taiwan vote
(사진) 캄보디아 출신 이주민 여성 린리찬 씨.
집권 국민당의 비례대표로 다음주 총선에서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기사작성 : Amber Wang
(타이뻬이) --- "외국인 신부"(foreign bride)라고 조롱받던 여성이 다음주 치뤄질 대만(타이완) 총선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여성은 가난에 쪼들리던 가족들을 위해 국제결혼 중매업자를 통해 대만인 남성과 결혼했던 인물이다.
[캄보디아 출신의] 린리찬(Lin Li-chan) 씨는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뤄지는 총선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그녀는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 경우 대만 최초의 "신 이주민"(new immigrant) 국회의원이 된다. "신 이주민"이란 용어는 최근에 새로 이주해온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서, 1949년 중국 내전 종전 직후 본토와 타이완 섬이 분리됐을 때 본토에서 건너온 과거의 이주민들과 구분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이다.
린 후보는 본 통신과의 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치를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캄보디아에서는 '민주주의'란 개념이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인생이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린 후보는 올해 38세로서 대만 국적을 갖고 있다. 그녀가 20세던 해 어머니는 영리 목적의 결혼중개업자를 통해 그녀를 대만인 남편에게 시집보냈다. 그녀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살고 있었지만, 대만 내 수십만명에 달하는 이주민 신부들의 대열에 합류했다. 대만 내 이주민 출신 아내들은 대부분 동남아시아나 중국 출신이다.
(사진) 린리찬 후보는 18년 전 어머니의 권유로 국제결혼 중개업소를 통해 대만으로 시집왔다.
대만에서는 최근 몇년 간 이주민 신부들이 겪는 학대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이들의 취약한 지위가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린 후보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러한 상황을 개선해보길 바라고 있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결혼 당시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경제적으로 허덕이고 있었다. 어머니가 나를 결혼시키려 했을 때, 친가쪽 친척들은 어머니가 나를 대만에 팔아버렸다면서 분노했다. 나와 같은 외국인 신부들은 마치 물건처럼 딱지가 붙여져 업신여김을 당했다."
린은 중국어를 못해 향수병에 시달렸지만, 적응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아이 둘을 키우면서 중국어를 배워나갔고, 남편이 경영하는 소규모 하드웨어 공장에서도 일을 도왔다.
하지만 아이들은 엄마의 중국어 실력이 자신들의 숙제를 도와줄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고, 그러자 린은 대학에 입학하기로 결심했다. 린은 대학을 졸업한 후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도 취득했고, 저명한 상을 수상할 정도의 신 이주민 활동가가 됐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돌아가신 부모님 성묘를 위해 캄보디아에 갔을 때 대학 졸업 가운도 갖고 갔다. 부모님께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고 나서 울었다."
개선의 징후들
2015년 현재 대만에는 50만명 이상의 외국인 배우자가 있고, 그 중 많은 결혼이 결혼중개업소들을 통해 이뤄진다. 외국인 신부에 대한 수요 증가는 결혼적령기에 이른 대만 남성의 수가 여성보다 많다는 점도 부분적인 이유이다. 그나마도 여성들의 결혼연령은 점점 늦어지고 있다.
지난 2009년, 대만 정부는 영리 목적의 국제결혼 중개업을 금지시키고, 정부가 공인한 기관들만이 국제결혼 중매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대만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학대 사건들이 연이어 터져나온 이후의 일이다. 그 중에는 대만인 남편이 베트남인 신부를 노예로 삼아 고문을 가한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이 남성은 겨우 4년 반의 징역형을 받았을 뿐이다.
관련 활동가들은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면서, "외국인 신부"라는 말도 이제는 [발언 시 타인들의 지탄을 받을 수 있는] 혐오성 발언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별은 여전하다. TASAT(TransAsia Sisters Association, Taiwan: 南洋台灣姊妹會)는 이주민 배우자들을 지원하는 단체이다. TASAT의 홍만치(Hong Man-chi)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직도 대중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은 남아 있다. 이주민 여성들이 팔려왔다든지, 대만에 온 이유가 돈을 벌거나 사기 치기 위한 것이라는 등이 그러하다."
홍 대변인에 따르면, 일부 고용주들은 이주민 여성들이 노동법을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하여 저임금을 주거나 잔업수당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수많은 정치인들 역시 공개석상에서의 여성 폄훼 발언으로 비판받아 왔다. TIFA(Taiwan International Family Association, 台灣國際家庭互助協會)의 리사 후앙(Lisa Huang)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린 후보의 공천은 약간의 상황 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일이 고립적인 성공 사례인지 전반적인 상황 개선인 것인지는 더 지켜봐야만 한다."
린 후보는 집권 '국민당'(Kuomintang: KMT, 國民黨)의 득표율 대비 비례대표 명단에서 4번 순번을 공천받았다. 비례대표는 학계나 사회계의 전문가들을 위한 제도로서, 정치 신인들을 공천한다. '국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10석 정도를 확보할 것으로 보여, 린 후보의 당선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린 후보는 20세에 결혼한 남편과 아직도 함께 살고 있다. 그녀는 과거를 회고하면서 [국제결혼을 시킨] 어머니에게 어떤 미움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난 순진한 아가씨였고, 결혼에 관해 그다지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냥 어머니의 결정에 순종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자신의 경험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제 자신을 대만인으로 여기는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회의원으로서, 신 이주민들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길 바란다. 내가 대만에 온 데는 사명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어를 말하거나 읽거나 쓸 줄도 모르던 외국인 여성이 이제 여기까지 왔다. 이것은 운명일 것이다."
(사진) 교육부에서 진행된 행사에서 동료와 함께 한 린리찬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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