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자신의 혈액을 무릎에 주사해 닳아 없어진 연골을 재생시킬 수 있는 '자가혈 무릎 연골 재생술'이 국내에 도입됐다. 이 시술법은 다른 치료법과 달리, 통증만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연골재생 자체를 유도하는 '근본적인 치료'라는 점에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퇴행성관절염에 쓰이는 주사는 스테로이드 제제와 히알우론산 제제 두 가지가 있는데, 모두 염증을 없애 통증만 가라앉히거나 연골의 구성성분을 보충해 관절을 부드럽게 해주는 보조적인 치료일 뿐 연골을 직접 재생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환자 80%가 증상 크게 개선"
자가혈 무릎 연골 재생술은 자신의 혈액을 분리·농축한 혈소판 풍부 혈장을 주사액으로 이용한다. 혈소판 풍부 혈장에는 연골세포의 재생을 촉진하는 성장인자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혈소판 풍부혈장을 손상된 무릎의 관절강 내에 주사하면 2시간 안에 성장인자가 다량 분비되며 이는 연골 재생으로 이어진다.
국제적인 관절염 연구기관인 이탈리아 리롤리연구소에서 지난 10월 국제학술지 '무릎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자가혈 무릎 연골 재생술을 받은 퇴행성 관절염 환자 91명 중 80% 가량에서 관절염 호전정도를 측정하는 IKDC점수(통증 없이 걸을 수 있는 거리를 점수화하는 방법)가 46.1점에서 2달만에 78.3점으로 올랐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 원장은 "혈소판 풍부 혈장은 연골세포의 재생을 돕는 성장인자가 일반 혈액의 7배쯤 많으며, 환자 본인의 피에서 뽑은 것이기 때문에 부작용이나 거부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혈액 20㏄ 뽑아 주사하면 1년 효과
자가혈 풍부 혈장을 제조하려면 우선 환자의 팔에서 혈액 20㏄(소주 반잔 정도)를 뽑아 1시간 동안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린다. 무게에 따라 혈액이 3개 층으로 분리되면 이중 중간층에 있는 혈소판과 백혈구만 빼내 다시 한번 원심분리기에 돌린다. 이후 2㏄로 농축된 혈소판 풍부 혈장을 무릎에 주사한다.
주사는 1주 간격으로 3회 정도 맞는다. 3번째 주사를 맞았을 때부터 통증완화, 보행기능 향상 등 효과가 나타나며 1년 정도 효과가 지속된다. 고 원장은 "스테로이드 주사는 효과가 2~3개월밖에 가지 않고 부작용 때문에 1년에 3~4회 이상 맞을 수 없는 반면, 자가혈 무릎 연골 재생술은 적어도 1년은 꾸준히 효과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확실히 검증된 치료법 아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직 검증된 치료법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김태균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퇴행성 관절염 환자 중 70~80%는 휜 다리를 동반하는데, 이 경우 휜 다리를 펴주는 치료없이 단순히 연골이 재생되는 것만으로는 증상이 크게 좋아지지 않는다. 또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가짜약을 먹여도 플라시보 효과(치료받고 있다는 심리적 효과) 덕분에 40~60%는 증상이 개선되므로, 자가혈 주사를 맞은 뒤 나타난 효과가 정말 주사 때문인지 더 연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다른 주사보다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며, 일부 병원에서만 시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