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청산도에 가고 싶다.
밤새 내린 비는
아직도 세차게 내리고 있다
바람이 심하고 후박나무들도 꽤 시달린다.
섀시 문을
닫으면 답답하고,
열어놓으면 춥고,
가져온 춘추복을 꺼내 입고
들어오는 바람을 그대로 다 맞고 앉아 있다.
바람도 맞고 싶을 땐 실컷 맞아야지.
맞는다는 것은 맞이한다는 것이 아닌가.
그래 오늘 바람은
내가 다 받아줄게.
모두 다 내게로 오너라.
산비둘기
한 마리 마당에 내려앉아
오는 비를 다 맞아가며 무언가를 먹고 있다.
자세히 보니
풀잎에 맺힌 빗방울을
보석 주워 먹듯이 하나씩 먹고 있다.
뭘 제대로 아는 비둘기다.
이런 날은 그렇게 물 먹는 것도 아주 운치 있지.
빈집인 줄 아는지 태평스럽게 왔다 갔다 한다.
바다에는
비를 흠뻑 맞으며 죽도 혼자 떠 있다.
저 정도 크기의 섬이면
섬 자체를 무문관으로 만들면 되겠다.
따로 문 잠글 필요도 없고,
불편한 게 없는지 확인 정도만 하면 되고----.
비야 오든지 말든지
바다는 자기 할 일인
갯벌에 물 빼는 걸 잊지 않고 있다.
보름 무렵이라 그런지
오후에 물이 많이 빠지는 시간에
작은 고깃배 오십여 척이
통로를 막고 고기잡이에 열중이다.
뭘 잡는지 모르지만
저렇게 많이 모인 배는
강진만에서 보기 드문 모습일 것 같다.
오후 늦게부터 비는 멎고
마당 풀잎들이
살아 있다고 확인이라도
시키려는 듯 실바람에 살랑거린다.
문득 전에 텔레비젼에서 본
[ 한국의 미] 란 다큐멘타리가 생각난다.
완도 청산도 보리밭이 나왔었다.
청산도는 꽤 인기가 있었던
영화 [서편제] 를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바람에 일렁이는
보리밭 물결을 보고 얼마나 감탄을 했던지..
요즘같이 보리밭이 귀한 떄에
아직도 저런데가 있구나 할 정도였다.
내년 5월에는 꼭 그곳에 가보고 싶다.
가서
고흐가
제대로 그리지 못해 자살까지 했다는
'바람 부는 그 보리밭' 의 물결을 보고 싶다.
6.24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