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휴일제 도입하면 32조원 손실? 찬반 논리 살펴보니...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가 합의해 전체회의에 이어 본회의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처럼 예상됐던 대체휴일제 도입 법안이 안행위 전체회의에서 처리 시기 등을 놓고 여야가 이견을 보여 진통을 겪고 있다.
대체휴일제란 법정 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치는 날 만큼 직장인에게 평일에 휴일을 보장, 일요일을 제외한 법정 공휴일 수가 줄어들지 않게 해주는 제도다.
대체휴일제 도입 법안이 통과될 경우 실제 적용 시기는 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치는 날이 있는 해를 고려하면 2015년께로 예상된다. 2015년은 3.1절과 9월27일 추석이 일요일과 겹쳐 평일 중 이틀을 더 쉴 수 있고, 2016년에는 근로자의 날(5월1일)과 한글날(10월9일), 성탄절(12월25일)이 일요일과 겹쳐 3일을 더 평일에 쉴 수 있다.
대체휴일제 법안에 동조하던 정부와 새누리당이 최근 들어 법안 처리에 잠시 주춤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데엔 여권의 주요 지지기반인 경제계의 강한 반발과 압박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6일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5단체가 경제민주화 법안 등 현안 관련 입장 발표에서 대체휴일제를 직접 거론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정치권에 압박을 가했다.
경제계, 경제적 손실.사회 취약계층 어려움 가중 주장
경제계가 대체휴일제 도입을 반대하는 주요 논리는 ▲우리나라 공휴일 수가 선진국에 비해 적지 않은 수준이라는 점 ▲기업 인건비 부담 가중에 따른 경제적 손실, 일자리 창출 저해 등 부작용 초래 ▲ 임시직.자영업자 등 사회 취약계층의 어려움 가중 및 양극화 등 크게 세 가지다.
경제계는 연간 16일인 한국의 법정 공휴일 수가 미국(10일), 영국(8일), 독일(10일), 프랑스(11일), 일본(15일), 호주(12일)에 비해 많다는 많다는 점을 들어 “공휴일을 민간기업에 강제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어긋나며, 우리나라 공휴일 수는 선진국에 비해 적지 않은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계는 이와 함께 OECD 국가 중 공휴일을 민간에 강제하는 국가는 일본, 호주 뿐이며, 이들 국가에서도 일요일을 휴일로 강제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꼽고 있다.
경제적 손실과 관련해 경총은 대체휴일제 도입으로 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연간 4조3천억원이고, 조업일수 감소로 인한 생산 감소액이 최대 28조1천억원에 달해 32조4천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 일부 부처도 비슷한 논리를 내세웠다. 안전행정부도 “서비스업이나 숙박.레저업 같은 휴일 근무가 많은 기업은 노동자들에게 50% 이상의 수당을 지급해야 해 기업들의 부담이 늘고,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 기업 정규직과 임시직.자영업자 간 양극화 심화와 관련해 경제계는 휴일 업무가 일상화된 임시직과 자영업자들의 소득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체휴일제를 도입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자영업자.택시기사 등 서민 계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2010년)에서 85.3%, 중소기업 중앙회가 중소기업 441개소를 대상으로 한 조사(2011년)에서 63.9%가 대체휴일제 도입에 반대했다는 통계자료까지 근거로 내놓았다.
대체휴일제 도입하면 32조원 손실? 과연?
반면 노동계는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 생산성 향상, 내수 산업 향상 등을 이유로 대체휴일제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양대노총은 대체휴일제가 노동자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22일 논평을 내 “우리는 대체휴일제 도입이 장시간 노동에 지쳐있는 노동자들의 삶의 질 개선은 물론 생산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고, 민주노총도 “대체휴일제는 이미 정해진 공휴일이라도 제대로 보장받자는 취지다. 장시간 노동 개선과 일자리 창출, 내수 진작 등 긍정적인 경제효과를 고려할 때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경제계가 주장하는 32조원 생산액 감소에 대한 반대 논리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 24일 “대체휴일제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32조원에 이른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주장은 치명적 오류를 포함한 과다 추정치”라며 경제계 주장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연구원은 특히 재계의 기업 생산량 측정에서 드러난 오류를 언급했다. 연구원은 “석유화학 등 장치 산업은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교대제 인력을 통해 운행 중단이 발생하지 않는데도 휴일에 따른 생산손실액에 포함시켰다”며 “기업 생산량은 공정절차, 기술혁신 등 복합적 요소로 결정되는 것인데, 경총은 생산량을 노동자 근로시간에 대한 단일변수로 가정했기 때문에 타당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연구원은 또 한국 노동자의 연간 노동시간이 OECD 회원국 평균보다 444시간 더 많다는 점을 들어, 재계가 한국의 법정공휴일 수가 선진국 평균보다 많다는 재계 주장에 대해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법정공휴일 수가 아닌 노동시간으로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오히려 대체휴일제가 내수 경기를 진작시켜 일자리 창출과 국민소득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대체휴일제가 도입될 경우 국가 전체산업을 포함한 사회.경제적 순편익이 21조9천억~24조5천억원 수준에 이르고, 9만7천~11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