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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가좌동성당 교육관을 바라본 풍경. 주변 건물이 모두 철거된 상태다. |
'성당이 남느냐? 아파트가 남느냐?'
서울대교구 가좌동성당(주임 홍성남 신부)이 최근 가재울 뉴타운 재개발 사업으로 철거 위기에 처하자 본당 공동체가 '성당 존치'를 주장하며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본당의 한 관계자는 "2년 전 재개발조합 측이 새 성당부지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철거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며 "신자들 영적 안식처를 단순 건물로 보고 땅으로만 보상해주겠다고 해 존치 입장을 확실히 밝혔는데 조합 측이 이를 묵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 서대문구 남가좌1동 155-29에 있는 가좌동성당은 서울시가 추진 중인 가재울 뉴타운 4구역에 해당하는 곳으로, 재개발 사업의 중심지다.
가재울 뉴타운 4구역은 남가좌동 일대 28만여㎡에 초고층 아파트 63개동 4047가구가 들어서는 대규모 재개발 예정지로, 현재 주민 80%가 빠져나간 가운데 철거작업이 80%가량 진행된 상황이다.
본당이 재개발에 동의할 의사가 없자 재개발조합 측은 지난 5월 '강제철거'를 요구하며, 성당을 강제로 철거할 수 있게 해달라는 명도청구소장을 법원에 접수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측은 성당에 "별도표시 부동산에 대해 채무자의 점유를 해지하고 집행관이 이를 보관한다"는 내용의 고시를 붙인 상태다.
이에 맞서 서울대교구는 재개발 정비사업허가권자인 서대문구청에 "공익성을 지닌 종교시설을 특별한 대책 없이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철거하려는 사업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견해를 전달한 바 있다.
현재 성당 주변은 철거된 주택과 상가 건축물 잔해더미에 둘러싸여 있다. 성당으로 올라가는 길은 있지만, 쓰레기더미와 폐벽돌 잔해가 너저분하게 방치돼 흉물스럽다. 야간에는 가로등도 거의 들어오지 않아 범죄위험이 도사리는 등 우범지역이 돼가고 있다. 그래도 주일이면 1200여 명의 신자들이 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성당보존 운동에 돌입한 본당은 6월 27~28일 서울 2지구 14개 본당에서 서명운동을 벌여 1만60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앞으로 타 지구 본당에서도 서명운동을 펼쳐 5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또 전문 변호사를 선임해 재개발조합의 횡포에 대응할 방침이다.
정진석(서울대교구장) 추기경과 염수정(교구 총대리) 주교는 19일과 26일 주일 교중미사 때 가좌동성당을 찾아 성당 주변을 돌아보고 철거 위기로 불안에 떠는 신자들을 위로할 계획이다.
홍성남 주임신부는 "성당과 같은 종교시설을 강제로 몰아내려는 재개발조합 측은 유물론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우리는 하느님 집인 가좌동성당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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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좌동성당 정문 풍경. 성당 존치를 원한다는 큰 플래카드를 붙여 놓았다. |
성당 보존위해 신자들과 끝까지 노력
본당 주임 홍성남 신부, 구청 측 말 바꾸기에 분통
"서대문구청장과도 면담했지만 '성당 존치'에 대해 속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가재울 뉴타운 재개발 사업으로 성당이 강제로 헐릴 위기에 처한 가좌동본당 주임 홍성남 신부는 6월 30일 현동훈 서대문구청장을 찾아가 만난 자리에서도 성당을 보존해주겠다는 확실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답답함을 금치 못했다.
홍 신부는 "현 구청장이 이날 면담 도중 언성이 조금 높아진 가운데 구청 담당자들에게 '성당 존치시키자'고 지시를 내렸지만, 면담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전화를 걸어 말을 다시 바꿔버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홍 신부는 본당 비상대책위와 재개발조합과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려 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조합 측의 무성의한 태도에 어쩔 수 없이 구청장 면담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 구청장은 이날 홍 신부 등 본당 비상대책위원들과 만난 후 2일 서울대교구 관리국을 방문해 조학문 국장신부 등과 면담을 가진 바 있다.
홍 신부는 "언덕배기 끝에 있어 경관이 좋은 성당 자리에 50평 급 33층짜리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라고 들었다"며 "물가가 저렴하고 인심이 좋아 홀몸노인 등 서민이 살기 좋은 이곳을 재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강제로 가난한 이들을 몰아내는 정책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아울러 홍 신부는 가좌동성당이 강제철거 된다면 이것이 사례가 돼 재개발 등과 맞물린 모든 종교시설이 큰 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우려한다면서 "성당 보존을 위해 전 신자들과 함께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