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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종로구 교회 '배리어 프리' 현황…본당까지 갈 수 있는 교회 43.9%, 대부분 장애인 화장실 없어
[뉴스앤조이-최승현 편집국장] 주일날 교회 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예배 시간에 맞춰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집 근처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면 보행으로, 거리가 좀 있다면 대중교통이나 자차로 이동할 것이다. 교회 입구에 다다라서 건물에 들어간다. 익숙한 교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입구에서 주보를 받아들고 장의자에 앉는다. 예배가 끝나면 교인들과 식당으로 가서 밥을 먹는다. 화장실에 들러 일을 보고 매무새를 다듬는다. 장소를 옮겨 소그룹이나 다른 봉사를 이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너무나 일상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 모습을 휠체어 이용자의 시선으로 보면, 장면 하나하나에 '문턱'이 있지는 않은지 걱정해야 한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 기준에 따르면, 휠체어 이용자가 원활하게 다니기 위해서는 높이 차이가 3cm 이내여야 한다. 단 3cm 이상의 문턱 하나만 있어도, 이들은 누군가처럼 '일상'을 누리지 못한다.
<뉴스앤조이>는 무지개신학교와 함께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교회 114개를 전수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휠체어 이용자들이 원활하게 예배를 드리고 교회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는지 통계를 내 봤다. 크게 △건물까지 접근이 가능한지 △건물 내부로 출입할 수 있는지 △본당까지 가서 예배를 드릴 수 있는지 △이용 가능한 화장실이 있는지 등 총 4가지 기준으로 나눴다.
장애인등편의법에 따르면 이보다 다양하고 복잡하게 시설물을 점검해야 한다. 법에서 규정한 편의 시설은 총 17가지고, 분야마다 기울기·폭·높이·재질·색상 등을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법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위 4가지 기준을 휠체어 이용자가 원활하게 예배를 드리고 교회 생활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으로 설정했다.
접근로 |
도로 경계에서 건물 주출입구로 향하는 접근로에 높이 차이가 존재하고, 계단식으로 되어 있어 접근하기 어려운 사례.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교회에 갈 때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부분은 인도·도로와 교회 부지의 경계다. 장애인등편의법은 인도·도로와 부지 사이에 높이 차이를 제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종로구에 있는 교회 114곳 중 휠체어를 탄 사람이 건물 외부 도로에서 건물 경계까지 원활하게 들어갈 수 있는 교회는 76곳(66.7%)이었다. 바꿔 말하면, 교회 38곳(33.3%)은 휠체어 이용자가 교회 부지조차 밟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휠체어 이용자가 입구를 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교회 입구에 휠체어의 통행을 방해하는 지장물이 있거나, 인도와 교회 부지 사이에 높이 차이가 있는 경우들이었다.
종로구 신교동에 있는 ㄱ교회의 경우, 교회 자체가 언덕 위에 있기도 했고 예배당에 들어가려면 무조건 계단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명륜동 한 상가 2층에 있는 ㅍ교회의 경우도, 상가 건물 자체가 오래돼 입구에 계단이 있었다. 이런 경우 따로 경사로를 놓거나 승강기·리프트를 설치하지 않으면 휠체어 이용자는 접근 자체가 불가하다.
도로와 교회 부지와의 경계 부분이 바로 출입문으로 되어 있는, 다시 말해 교회 입구에서 출입문까지 가는 공간이 없는 예배당도 적지 않았다. 이런 교회들은 주로 산 중턱과 같은 경사진 지형에 지은 건물이거나 상가에 입주한 경우들이었다. 문턱을 높이면 호우 때 건물 침수를 막는 등의 이점이 있지만, 그 이점 때문에 휠체어 이용자들은 교회 앞에서 돌아서야 한다.
출입문 |
교회 부지로 들어왔다면, 다음으로는 출입문을 통과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앞서 언급한 '도로와 출입문이 붙어 있는 교회'를 제외하고, 주출입문에 높이 차이를 제거한 교회들을 따져 봤다. 휠체어를 탄 사람이 교회 건물 안까지 원활하게 들어올 수 있는 교회 수다.
휠체어 이용자가 도로에서 교회 경계를 넘어 출입문까지 통과할 수 있는 예배당 수는 52개, 전체 45.6%에 그쳤다.
몇몇 교회는 출입문으로 향하는 계단 옆에 경사로를 설치해 휠체어의 통행을 용이하게 했지만, 애초에 휠체어를 고려한 설계로 보이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이용 자체는 가능하지만 폭이 협소하다거나, 방향을 90도 꺾어야 하는데 충분한 공간이 없다거나, 기울기가 급격해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였다. 창신동에 있는 대형 교회 중 하나인 ㅊ교회는, 출입문에 경사로를 설치해 놓고 그 위에 화분을 놔 길을 막았다.
창신동 ㅊ교회는 건물 출입구에 턱이 있어 경사로를 설치했다. 그러나 접근 자체가 수월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접근로 위에 화분을 설치해 통행이 불가능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또 한 가지 살펴봐야 할 점은 출입문의 형태다. 이번 조사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출입문이 무거운 여닫이문인 경우 휠체어 이용자가 혼자서 출입하기는 쉽지 않다. 법적으로는 자동문이나 가벼운 미닫이문 등을 설치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회가 출입문을 무거운 여닫이문으로 설치했다.
일례로 홍지동에 있는 ㅅ교회의 경우, 건물 외부에서 본당까지 향하는 동선에 외부 경사로 설치, 높이 차이 제거, 복도 내부 경사로 설치 등을 완료했다. 승강기 형태나 여러 안전 장치 등에서 이동 동선을 신경 써서 구성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정작 출입문이 여닫이문이라, 닫혀 있는 상태라면 휠체어 이용자가 혼자서 문을 열기는 어려워 보였다. 부득이 건물 입구에 호출벨을 설치하기도 하지만, ㅅ교회 입구에는 호출벨도 없었다.
본당과 예배석 |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하더라도 예배를 드리려면 본당까지 가야 한다. 휠체어를 탄 사람이 도로에서 교회 건물 내부로 들어가 본당까지 원활하게 갈 수 있는 교회는 총 49곳(43%)이었다. 창신동 ㅊ교회처럼 출입문까지 통과할 수는 있지만, 본당까지 계단으로만 이동해야 해서 접근이 불가능한 경우들이었다.
오래전 지어진 예배당은 본당을 2층에 두고 승강기를 설치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장애인 등 이동 약자들을 고려하지 않았던 시대의 설계다. 명륜3가에 있는 ㅊ교회 예배당은 3층 짜리 건물에 본당이 2층에 있다. 본당으로 향하는 계단이 바깥에 나와 있는 구조다. 같은 지역에 있는 ㅁ교회의 경우는 본당이 2층에 있고 예배당 내부에 계단이 있는 구조였다. 이런 경우 승강기나 리프트 등이 없으면 휠체어를 탄 사람은 본당으로 갈 수가 없다. 예배당 관리자는 "우리 교회도 어르신이 점점 많아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상가에 입주한 교회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서울의 원도심 종로에는 수십 년 된 상가가 즐비하다. 이런 상가 건물에는 대부분 엘리베이터가 없었고, 교회는 대부분 2층 이상에 위치했다. 이런 곳에는 휠체어 이용자가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이런 교회들을 취재할 때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손잡이를 의지해 힘들게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휠체어 이용 교인들의 위치는 대개 복도 끝 장의자 뒤 '공터'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본당에 들어오면, 이번에는 어디서 예배를 드려야 하는지 문제가 남는다. 휠체어를 탄 사람이 도로에서 건물 출입문을 지나 본당까지 갈 수 있는 교회 49곳의 경우, 모두 휠체어 이용자가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공간 자체는 있었다. 그러나 49곳 중 4곳만 휠체어 전용석을 마련해 두고 있었다. 나머지 45곳은 본당 뒷부분에 장의자 하나를 빼서 공간을 만들어 놓거나, 좌석이 장의자가 아닌 접었다 펼 수 있는 간이 의자를 사용하는 경우였다.
대부분의 교회가 휠체어 전용석에 대한 인식이 없어 보였다. 현장을 취재하며 여러 교회에 "휠체어를 탄 교인이 예배를 드리러 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는데, 건물을 안내한 목회자나 교인은 대부분 "우리 교회에는 휠체어를 탄 교인이 없다"고 답했다. 교통사고가 나거나 몸이 불편한 노년 교인이 휠체를 타고 교회에 올 수 있지 않느냐고 묻자, 교인들은 머쓱한 표정으로 장의자 맨 뒷 열 복도 공간을 가리키며 "여기서 예배를 드리면 된다"고 답했다.
장애인 교인을 위한 전용 공간을 표기한 교회는 새문안교회, 숭인교회, 혜성교회 등 손에 꼽는 수준이었다. 그마저 고등학교 신축 강당을 예배당으로 사용하는 혜성교회의 본당은 '종교 시설'이 아닌 '교육 시설'에 해당해, 적용되는 법규가 훨씬 엄격하다. 이런 교회들도 회중석 맨 끝에 공간을 두고 있다.
장애인 전용 공간을 표시했지만 다소 위험해 보이는 사례도 있었다. 청운동에 있는 ㅅ교회는 본당 맨 뒷좌석에 장애인석을 마련해 뒀다. 그런데 휠체어가 들어가기에 협소했고, 앞에는 아무 안전 장치가 없이 바로 계단이어서 잘못하면 이용자가 넘어지는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장애인 화장실 |
교회 생활은 예배가 전부가 아니다. 밥도 먹고, 다른 교인들과 교제를 나누며, 소그룹 모임도 하고, 봉사도 한다. 이러한 교회 생활은 예배당 시설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휠체어 이용자도 그래야 한다. 설령 휠체어를 탄 사람이 교회의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고 해도, 원활한 교회 생활을 위해 '화장실'은 필수라 할 수 있다.
휠체어를 탄 사람이 건물로 들어와 본당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교회 49곳 중, 장애인 화장실을 설치한 교회는 25개에 그쳤다. 이는 종로구 전체 교회에서 21.9%에 해당하는 수치다. (실제 종로구 내 교회 114곳 가운데 장애인 화장실을 설치한 교회는 27곳이었지만, 2곳은 휠체어가 교회 건물 내부로 진입할 수 없는 교회라 통계에서 제외했다.)
휠체어 이용자가 예배까지 원활하게 드릴 수 있는 상가 입주 교회도 7개 있었지만,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교회들의 경우 입주한 상가에 휠체어 이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없었다. 상가에 장애인 화장실 칸이 있는 한 곳마저도, 화장실 입구가 좁아 전동 휠체어나 스쿠터는 들어가기 힘들어 보였다.
문턱은 화장실에도 존재한다. 취재 결과 예배에 참여 가능하면서 장애인 화장실까지 이용할 수 있는 교회는 전체 21.9%에 불과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장애인등편의법상 화장실에 대한 규정은 상세하다. 휠체어 이용자가 용변기로 옮겨 앉는 과정에 무리가 없으려면, 내부 공간도 넓어야 할 뿐만 아니라 손잡이도 정해진 위치에 달려 있어야 한다. 넘어졌을 경우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호출벨도 두 개(앉은 위치, 넘어진 위치)를 달아야 한다. 세면대는 전면 거울 또는 앞으로 기울어진 거울이어야 휠체어 이용자가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 모든 기준을 지킨 교회는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대부분 양변기에 수직·수평 바가 있는 정도였다.
장애인 화장실을 만들어 두고도, 청소 도구를 두는 등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도렴동에 있는 대형 교회 중 하나인 ㅈ교회는 다른 층에 장애인 화장실이 있다는 이유로 변기를 뜯어내고 그 공간에 물품을 쌓아 뒀다.
결과적으로 '서울시 종로구에서 휠체어 이용자가 다닐 수 있는 교회'는 전체 114개 중 25개(21.9%)였다. 여기서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점은, 지형 특성상 창신동과 평창동처럼 휠체어는 물론이고 보행도 힘든 가파른 언덕에 있는 교회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교회들은 장애인콜택시 등 차량을 이용해야만 접근이 가능하다.
종로구 한 대형 교회는 1층 장애인 화장실의 변기를 뜯어 내고 청소 용품을 쌓아 뒀다. 많은 교회가 장애인화장실을 이렇게 창고로 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강단 |
엄밀히 말하면 휠체어를 탄 사람이 강단에 올라갈 수 없어도 예배는 참석할 수 있다. 그러나 강단에 오를 수 없다면, 휠체어 이용 교인들은 대표 기도나 성경 봉독 등 예배 순서를 맡을 수 없다. 장애인 당사자 목회자의 설교도 불가능하다. 장애인 등 이동 약자들이 건물 내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배리어 프리 취지에도 맞지 않다.
조사 결과, 휠체어 이용자가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교회 중 단 5곳(4.4%)만이 강단까지 접근이 가능했다. 새문안교회, 서대문교회, 영락농인교회는 강대상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전용 경사로를 설치했고, 나머지 두 곳 파고다교회와 로고스새중앙교회는 작은 상가에 위치한 교회들로, 본당이 협소해 회중석과 강단 사이에 높이 차이를 두지 않는 경우였다. 휠체어 이용자의 본당 진입 가능 여부와 관계없이, 강대상과 회중석 사이 높이 차이가 없는 경우는 20여 곳에 불과했다.
작은 교회도 강단에 턱을 만들어 놓은 사례가 많았다. 굳이 단을 높이지 않아도 모든 교인이 강단에 선 사람을 볼 수 있는데 강단을 더 높게 만들었다는 것은, 실용성보다는 강단의 '권위'를 드러내려는 의도로 보였다.
강대상에 접근할 수 있는 경사로를 설치한 교회는 많지 않다. 아무리 작은 교회라도 강단에 '턱'을 만드는 곳이 많았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 |
종로구 교회들 대부분이 장애인을 위한 주차 구역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았다. 전체 114개 교회 중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 설치율은 27.2%로, 31곳에 그쳤다. 장애인등편의법상 연면적 500제곱미터 이상 종교 시설(1998년 이후 건축한 건물만 해당)은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전체 주차 구역이 10면 미만일 경우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을 두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규정이 있다. 이 때문에 500제곱미터 이상 교회들의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 설치율도 48%에 그쳤다.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은 출입문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일반 주차 구역보다 넓게, 그리고 잘 식별되도록 표지판을 달고 색상을 달리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설치한 교회 대부분이 이를 잘 준수하고 있었지만, 표지판이 달려 있지 않거나 주차 구역이 잘 식별되지 않는 경우, 페인트가 바래진 경우 등도 더러 있었다.
장애인 주차 구역 없이 공터를 둔 ㅇ교회. 이유를 묻자 "주차장이 이렇게 넓은데 별도로 구역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답이 돌아왔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넓은 공터를 두고 별도의 주차 구획을 만들지 않은 한 교회 관계자는 "주차할 곳이 많은데 별도로 장애인 주차 구역을 설치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은 출입문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야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원활하게 건물에 출입할 수 있다. 장애인 전용 표시를 해 놓지 않으면 출입문 가장 가까운 주차 구역을 비워 놓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번 <뉴스앤조이>와 무지개신학교의 '교회의 문턱'은 휠체어 이용자를 중심으로 통계를 냈다는 한계가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나 점자 표시 등도 조사했지만 통계화하기는 힘들었다. 진정 '장애물 없는 교회 환경'을 만들려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시,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수어 통역 등도 세밀하게 체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