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자료[529]구양수-추성부(秋聲賦)
추성부(秋聲賦) 구양수
가을바람의 쓸쓸함과 만물이 시들어버리는 처량함을 보고
인간의 부질없는 욕심에 덧없음을 탄식한 구양수의 추성부
歐陽子方夜讀書 구양자가 밤에 책을 읽고 있는데,
聞有聲自西南來者 서남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悚然而聽之 섬칫하여 이를 듣다가
曰:"異哉!" 말했다. “참 이상도 하다.”
初淅瀝以蕭颯 처음엔 우수수 스산한 소리를 내더니
(쌀 일 석)(거를 력)(맑은대쑥 소)(바람 소리 삽)
忽奔騰而澎湃 느닷없이 솟구쳐 물결이 이는 듯 하는 것이
如波濤夜警 마치 파도가 밤중에 일어나고
風雨驟至 비바람이 갑자기 몰려오는 것만 같구나.
其觸於物也 물건에 부딪치면
鏦鏦錚錚 쟁글쟁글
金鐵皆鳴 쇠붙이가 일제히 우는 것만 같아,
又如赴敵之兵 마치 적진을 향해가는 군대가
銜枚疾走 입에 재갈을 물고 내달리매,
不聞號令 호령 소리는 들리지 않고
但聞人馬之行聲 다만 사람과 말이 달리는 소리만 들리는 듯하다.
予謂童子 내가 동자에게 물었다.
"此何聲也?汝出視之." "이것이 무슨 소리냐? 네가 나가 살펴보아라."
童子曰 동자가 말했다.
"星月皎潔 "달과 별이 환히 빛나고,
明河在天 은하수는 하늘에 걸렸습니다.
四無人聲 사방에 사람 소리도 없고,
聲在樹間."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납니다."
予曰: 내가 말했다.
"噫嘻悲哉 "아, 슬프도다!
此秋聲也 이것은 가을의 소리로구나.
胡爲而來哉? 어이하여 왔는가?
蓋夫秋之爲狀也 대개 가을의 형상이란,
其色慘淡 그 색깔은 참담하여
煙霏雲斂 안개는 부슬부슬 한데 구름은 걷히는 것만 같고, (눈펄펄내릴 비)
其容淸明 그 모습은 맑고 밝아
天高日晶 하늘은 드높은데 해가 반짝이는 듯 하다.
其氣慄冽 그 기운은 오싹하여
砭人肌骨 사람의 살과 뼈를 저미는 것만 같은데,
其意蕭條 그 뜻은 쓸쓸하여
山川寂寥 산과 내가 적막한 듯하다.
故其爲聲也 그래서 그 소리는
凄凄切切 처량하고 애절하여
呼號憤發 울부짖고 분을 펴는 것만 같다.
草綠縟而爭茂 무성한 풀들이 무성함을 다투고,
佳木蔥籠而可悅 아름다운 나무도 울창하여 마음을 기쁘게 하더니만
草拂之而色變 풀이 이바람에 흔들리면 색깔이 변하고,
木遭之而葉脫 나무가 이것과 만나면 잎이 떨어진다.
其所以摧敗零落者 꺾어져 시들어 떨어지는 까닭은
乃其一氣之餘烈 한 기운의 남은 매서움 때문이다.
夫秋, 刑官也 대저 가을이란 형관(刑官)이니,
於時爲陰 시절로는 음(陰)이 된다.
又兵象也 또 전쟁의 형상이니,
於行爲金 오행으로는 금(金)이 된다.
是謂天地之義氣 이를 일러 천지의 의로운 기운이라 하니,
常以肅殺而爲心 항상 엄숙함을 마음으로 삼는다.
天之於物 하늘은 사물에 있어
春生秋實 봄에는 싹이 돋고 가을에 열매 맺게 한다.
故其在樂也商聲 그런 까닭에 음악에 있어서는 상성(商聲)이라
主西方之音 서방의 음을 주관하며
夷則爲七月之律 이칙(夷則)이 7월의 음률이 된다.
商, 傷也 '상(商)' 이란 '상심(傷心)' 이니,
物旣老而悲傷 만물이 이미 노쇠하매 슬퍼 상심함이며,
夷, 戮也 `이(夷)`는 '죽인다'는 뜻이니
物過盛而當殺 사물은 성대한 시절을 지나면 죽는 것이 마땅한 것이다.
嗟乎, 草木無情 아아! 초목은 무정하여
有時飄零 때로 나부껴 떨어진다.
人爲動物 사람은 동물로서
惟物之靈 오직 만물의 영장이 되니
百憂感其心 온갖 근심을 그 마음에 느끼고,
萬事勞其形 갖은 일이 그 형체을 수고롭게 한다.
有動於中 마음에 움직임이 있게 되면
必搖其精 반드시 그 정신이 흔들린다.
而況思其力之所不及 하물며 그 힘으로 미칠 수 없는것을 생각하고,
憂其智之所不能 지혜로 능히 할 수 없는 것을 근심하는 것이겠는가?
宜其渥然丹者爲槁木 윤기나게 붉던 낯빛이 마른 나무 같이 되고
黟然黑者爲星星 이들이들 검던 머리가 허옇게 되는 것이 마땅하다 하겠다. (검을 이)
奈何以非金石之質 어이하여 금석의 자질도 아니면서
欲與草木而爭榮? 초목과 더불어 번영함을 다투려 하는가?
念誰爲之戕賊 생각건대 누가 이를 해치고 죽이는 것인가?(죽일 장)
亦何恨乎秋聲 그럴진대 어찌 가을 소리를 한하랴?“
童子莫對 동자는 대답 않고
垂頭而睡 고개를 떨구고 졸고 있었다.
但聞四壁蟲聲喞喞 다만 사방 벽에서 풀벌레 소리만 찌륵찌륵 들려와
如助余之歎息 마치나의 탄식을 부추기는 듯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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歐陽子方夜讀書, 聞有聲自西南來者, 悚然而聽之曰, 異哉. 初淅瀝以蕭颯, 忽奔騰而澎湃, 如波
구양수방야독서, 문유성자서남래자, 송연이청지왈, 이재. 초석력이소연, 홀분등이팽배, 여파
濤夜驚, 風雨驟至, 其觸於物也,종종錚錚,金鐵皆鳴. 又如赴敵之兵, 銜枚疾走, 不聞號令, 但聞
도야경, 풍우취지, 기독어물야,종종쟁쟁,금철개명, 우여부적지병, 함매질도, 불문호령, 담문
人馬之行聲. 予謂童子, 此何聲也, 汝出視之. 童子曰, 星月皎潔, 明河在天, 四無人聲, 聲在樹
인마지행성, 여위동자, 차하성야, 여출시지, 동자왈, 성월교결, 명하재천, 사무인성, 성재수
間. 予曰, 噫희悲哉, 此秋聲也. 胡爲乎來哉, 蓋夫秋之爲狀也.其色慘淡,煙비雲렴, 其容淸明,
간, 여왈, 희희비재, 차추성야, 호위호래재, 개부추지위상야,기색참담,연비운렴, 기용청명,
天高日晶, 其氣慓冽, 폄人肌骨, 其意蕭條, 山川寂寥. 故其爲聲也, 凄凄切切, 呼號憤發, 豊草
천고일정, 기기율렬, 폄인기골, 기의숙조, 산천적료, 고기위성야, 처처절절, 호호분발, 풍초
綠縟而爭茂,佳木총롱而可悅, 草拂之而色變, 木遭之而葉脫,其所以최敗零落者, 乃一氣之餘烈.
록욕이쟁무,가목총롱이가열, 초불지이색변, 목조지이엽탈,기소이최패영락자, 내일기지여열.
夫秋刑官也. 於時爲陰, 又兵象也. 於行爲金, 是謂天地之義氣, 常以肅殺而爲心. 天之於物, 春
부추형관야, 어시위음, 우병상야, 어행위금, 시위천지지의기, 상이숙살이위심, 천지어물, 춘
生秋實. 故其在樂也, 商聲主西方之音, 夷則爲七月之律, 商傷也, 物旣老而悲傷, 夷戮也, 物過
생추실. 고기재락야, 상성주서방지음, 이즉위칠월지율, 상상야, 물기노이비상, 이륙야, 물과
盛而當殺. 嗟乎, 草木無情, 有時飄零, 人爲動物, 惟物之靈, 百憂感其心, 萬事勞其形, 有動于
성이당살. 차호, 초목무정, 유시표영, 인위동물, 유물지령, 백우감기심, 만사노기형, 유동우
中, 必搖其精, 而況思其力之所不及, 憂其智之所不能. 宜其渥然丹者爲槁木, 이然黑者爲星星.
중, 필요기정, 이황사기력지소불급, 우기지지소불능. 의기악연단자위고목, 이연묵자위성성.
奈何非金石之質, 欲與草木而爭榮, 念誰爲之장賊, 亦何恨乎秋聲, 童子莫對, 垂頭而睡, 但聞四
내하비금석지질, 욧여초목잉쟁영, 념수위지장적, 역하한호추성, 동자막대, 수두이수, 단문사
壁, 蟲聲즉즉, 如助予之歎息.
벽, 충성즉즉, 여조여지탄식.
구양자가 밤에 책을 읽다가 문득 서남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라 깜짝 놀라 귀기울이며 듣다가
중얼거리기를, "이상하다!" 처음에 바람에 낙엽지는 소리같더니 갑자기 물결이 거세게 일어나 마치 파도가 밤중에 놀라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것 같다가, 그것이 쇠붙이가 서로 부딪쳐 쨍강쨍강 모두 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가, 마치 적진으로 나가는 병사가 입에 재갈을 물고 달리는 듯, 호령 소리도 없이 사람과 말이 달리는 소리만 들리는 듯하기도 하구나.
내가 동자에게 ; "아그야 이게 무슨 소리냐? 니 좀 밖에 나가 봐라."
동자가 밖에 나가보곤 ; "달과 별은 환하고요. 은하수는 하늘에 걸렸고요. 사람 소리는 없고요. 방금 그 소리는 숲 속에서 나는 바람 소리였어요."
내가 "아! 슬프구나! 이게 가을 소리라는 것이구나. 어찌하여 왔는가?"
무릇 가을의 모습이란 것이 그 빛은 참담하여 안개 흩어지고 구름 걷히며, 그 모양은 맑고도 밝아 하늘은 높고 햇빛은 투명하며, 그 기운은 무섭도록 차가워서 사람의 살과 뼈를 찌르는 듯하며, 그 마음은 몹시 쓸쓸하여 산천이 적적하고 고요하다.
그러므로 그 소리도 몹시 구슬프고 절박하게 부르짖듯 세차게 일어난다. 풍성한 풀들은 푸르러 무성함을 다투고, 아름다운 나무 시퍼렇게 우거져 볼 만하더니, 풀도 가을이 스쳐가자 누렇게 변하고 나무도 가을을 만나자 잎이 떨어지니, 그 꺾여 시들고 떨어지는 까닭은 곧 가을 기운이 매서움에 넘치기 때문인 것이다.
대저 가을은 형관이라. 때로 치면 음기의 때요, 또한 軍事의 象으로, 오행에 있어서 金이 되니, 이는 천지의 바른 기운이라, 항상 시들어 죽게 하는 것을 본성으로 삼는다.
하늘은 만물에 있어서 봄에 생장시키고 가을에 열매 맺게 하는 것이니,
그러므로 (가을기운은) 음악에 있어서는 商聲으로 서쪽의 음악을 주관하고, 이칙(夷則)은 칠월의 음률이 된다. 商(상)은 傷(상)이라, 만물이 이미 늙어 슬퍼하며 상심하는 것이고
夷(이)는 戮(륙)이라, 만물이 한창 때를 지나면 마땅히 죽게 되는 것이다.
슬프다! 초목이 감정도 없는 것이건만, 때가 되니 바람에 날리어 떨어지는구나.
사람은 동물이면서도 홀로 영혼이 있는 존재인지라. 온갖 근심이 그 마음에 느껴지며, 갖은 일이 그 몸을 수고롭게 하여 마음속에 움직임이 있으면 반드시 그 정신을 흔들리게 하니라.
하물며 그 힘이 미치지 못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그 지혜로 할 수 없는 것까지 근심함에랴! 마땅히 윤기 있던 붉은 얼굴이 어느 새 말라버린 나무가 되고, 그 검은 머리가 흰머리로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어찌하여 금석의 바탕도 아닌데 초목과 더불어 번영함을 다투고자 하는고!
생각건대 누가 이것을 손상케 하든 또한 어찌 가을의 소리를 두고 한하겠는가!
동자는 대꾸도 없이 머리를 떨군 채 잠이 들고 사방에 벌레 찌륵찌륵하는 소리만 내 탄식하는 소리를 더해주는 듯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