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水滸傳•제 117편
나진인이 공손승에게 말했다.
“네가 지금까지 배운 법술은 고렴과 비슷하니, 내가 이제 너에게 귀신을 쫓아내는 ‘오뢰천심정법(五雷天心正法)’을 전수해 주겠다. 이 법술로 송강을 구하고 보국안민(保國安民)하며 체천행동(替天行道; 하늘을 대신하여 도를 행함)하라. 욕심에 얽매여 대사를 그르치지 말고, 예전처럼 도를 배우는 마음을 잃지 않도록 하라.
너의 노모는 내가 사람을 보내 아침저녁으로 보살필 터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너는 상계의 천한성(天閒星)의 운수를 갖고 태어났으니, 이제 송공명을 도우러 가는 것을 허용하마. 너에게 여덟 글자를 줄 터이니 명심하고 때가 이르렀을 때 놓치지 않도록 해라.”
나진인이 준 여덟 글자는 ‘봉유이지 우변이환(逢幽而止 遇汴而還; 幽를 만나 그치고 汴을 만나 돌아온다.)’이었다. 공손승은 법술을 전수받고 나진인에게 작별인사를 하고서, 대종·이규와 함께 산을 내려왔다. 집으로 돌아가 보검 두 자루를 챙기고 노모와 작별하고 길을 떠났다. 3~40리쯤 가다가 대종이 말했다.
“제가 먼저 가서 송공명 형님께 알릴 테니, 형님은 이규와 큰길로 천천히 오십시오. 다시 마중하러 오겠습니다.”
공손승이 말했다.
“그러게. 아우가 먼저 가서 알리고, 나도 빨리 가도록 하겠네.”
대종이 이규에게 분부했다.
“도중에 조심해서 형님 잘 모셔라.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이규가 말했다.
“이 분은 나진인과 법술이 비슷한데, 내가 어찌 감히 까불겠소?”
대종은 갑마를 묶고 신행법을 써서 먼저 달려갔다.
공손승과 이규는 큰길을 따라 걷다가 저녁이 되자 객점을 찾아 쉬었다. 이규는 나진인의 법술이 두려워서 십분 조심하며 공손승을 모시고 감히 성질부리지 않았다. 사흘째 되는 날 무강진이란 곳에 당도했는데, 길거리에 사람들이 연기처럼 많이 모여 있었다. 공손승이 말했다.
“이틀 동안 걸었더니 피곤하네. 술과 음식을 사 먹고 가세.”
이규가 말했다.
“좋지요.”
두 사람은 대로변의 작은 주점으로 들어갔다. 공손승이 상석에 앉고, 이규는 보따리를 내려놓고 아랫자리에 앉았다. 점원을 불러 술과 음식을 시켜 먹었다. 공손승이 점원에게 말했다.
“여기서 간식거리를 살 수 있소?”
점원이 말했다.
“저희 주점에서는 술과 고기만 팔고, 간식거리는 없습니다. 시장 입구에 대추떡을 파는 집이 있습니다.”
이규가 말했다.
“제가 가서 사오죠.”
이규는 보따리에서 동전을 꺼내 시장으로 가서 대추떡을 샀다. 막 돌아오려고 하는데, 길옆에서 사람들이 갈채하는 소리가 들렸다.
“힘 좋다!”
이규가 보니,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덩치 큰 사내가 참외 같이 생긴 쇠망치를 가지고 재주를 부리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갈채를 보내고 있었다. 그 사내는 키가 7척이 넘고 얼굴에는 곰보자국이 있는데 코는 곧았다. 쇠망치는 무게가 30근 정도 될 것 같았다. 사내가 쇠망치로 길가의 돌을 치자 산산조각이 났다. 사람들이 갈채했다. 이규가 참지 못하고 대추떡을 품에 넣고 쇠망치를 낚아챘다. 사내가 소리쳤다.
“어떤 좆같은 놈이 감히 내 쇠망치를 낚아채는 거냐?”
이규가 말했다.
“넌 쇠망치를 좆같이 쓰면서 사람들에게 갈채를 받으려고 하냐? 눈 버리겠다! 이 어르신이 어떻게 쓰는지 한번 보여주마!”
사내가 말했다.
“너한테 빌려주기는 하겠다만, 만약 제대로 쓰지 못하면 한 대 맞을 줄 알아라!”
이규가 쇠망치를 건네받고서 마치 탄환을 갖고 놀듯이 휘두르다가 가볍게 내려놓았는데, 얼굴은 조금도 붉어지지 않았고 가슴도 뛰지 않았으며 숨을 헐떡이지도 않았다. 사내를 그걸 보고 땅에 엎드려 절을 하며 말했다.
“형님의 성함을 듣고 싶습니다.”
이규가 말했다.
“너는 어디 사냐?”
“저의 집은 바로 저 앞에 있습니다.”
사내가 이규를 인도하여 자기 집으로 갔다. 문이 잠겨 있었는데, 사내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며 이규를 집안으로 청하였다. 집안에는 온통 쇠모루·망치·화로·집게 등등 쇠로 만든 공구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규는 생각했다.
“이놈이 필시 대장장이로구먼. 산채에서 유용한데, 어떻게 입당을 시키지?”
이규가 말했다.
“이봐! 통성명이나 하지.”
사내가 말했다.
“저는 탕륭(湯隆)이라고 합니다. 원래 부친께서 쇠를 잘 다루어 연안부 경략상공 밑에서 일을 했는데, 근래에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도박을 좋아해서 강호를 떠다니다가 이곳에서 잠시 대장장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창봉 쓰는 것을 엄청 좋아합니다. 온몸에 있는 마마자국이 마치 표범의 동전 무늬 같아 사람들이 저를 금전표자(金錢豹子)라고 부릅니다. 형님의 성함은 어떻게 되십니까?”
“나는 양산박 호걸 흑선풍 이규다.”
탕륭은 그 말을 듣고 재배하고 말했다.
“형님의 명성은 많이 들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우연히 만나 뵙게 될 줄이야 누가 생각했겠습니까?”
“네가 여기 있어서는 언제 출세하겠느냐? 나를 따라 양산박에 가서 입당하여 두령이 되는 게 어떠냐?”
“형님께서 버리지 않으시고 이 아우를 데려가 주신다면, 말채찍을 들고라도 뒤를 따르겠습니다.”
탕륭은 이규에게 절하고 형으로 모시고, 이규는 탕륭을 아우로 받아들였다. 탕륭이 말했다.
“저는 딸린 식구도 없으니, 형님과 함께 시장에 가서 술 석 잔을 마시면서 결의형제를 축하합시다. 그리고 오늘 여기서 하룻밤 쉬고 내일 아침에 떠납시다.”
“내게 사부님이 계신데, 저 앞 주점에서 내가 대추떡을 사갖고 오기를 기다리고 계시네. 머뭇거릴 시간이 없으니 지금 얼른 가자고.”
“왜 그렇게 서두르십니까?”
“자넨 모르네. 송공명 형님이 지금 고당주에서 싸우고 계신데, 내가 사부님을 모시고 와서 구원해 주기만 기다리고 계시네.”
“저 사부님은 누구십니까?”
“자꾸 묻지 말고 빨리 보따리 싸서 가자고!”
탕륭은 급히 은자를 챙기고 보따리를 쌌다. 허리에는 요대를 차고 손에 박도를 들고 이규를 따라 주점으로 갔다.
공손승이 이규를 나무랐다.
“자넨 대체 어디 갔다가 이렇게 늦게 오나? 또 다시 지체하면 난 돌아갈 거야.”
이규는 감히 대꾸도 하지 못하고, 탕륭을 공손승에게 인사시키고 의형제 맺은 일을 설명했다. 공손승도 탕륭이 대장장이 출신이라는 것을 듣고 심중으로 기뻐하였다. 이규는 대추떡을 꺼내고 점원을 불러 식탁을 차리게 했다. 세 사람은 대추떡을 먹고 술을 몇 잔 마신 다음, 술값을 계산했다. 이규와 탕륭이 보따리를 지고, 공손승과 함께 무강진을 떠나 고당주를 향해 떠났다.
고당주 경계 가까이에 이르자, 대종이 마중 나왔다. 공손승은 대종을 보고 기뻐하며 급히 물었다.
“최근 전투가 어떤가?”
대종이 말했다.
“고렴이란 놈이 화살 상처가 회복되어 매일 군사를 이끌고 와서 도전하고 있는데, 송공명 형님은 굳게 수비하면서 출전하지 않고 형님이 오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공손승이 말했다.
“쉽게 되겠군.”
이규가 탕륭을 대종에게 인사시키며 설명했다. 네 사람은 함께 고당주를 향해 갔다. 진에서 5리쯤 떨어진 곳에서 이미 여방과 곽성이 백여 기의 군마를 거느리고 와서 영접했다. 네 사람은 모두 말에 올라 진으로 갔다. 송강과 오용 등이 나와 영접하고,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환영주를 마시고 그동안의 안부를 얘기한 다음, 중군 막사로 들어갔다. 여러 두령들도 와서 축하하고, 이규는 탕륭을 인도하여 송강과 오용 등 두령들에게 인사시켰다. 예를 마치자 진중에 연석을 마련하여 축하연을 열었다.
다음 날 중군 막사에서 송강·오용·공손승이 고렴을 격파할 일을 상의했다. 공손승이 말했다.
“주장께서 영을 전해 목책을 뽑고 전군을 일으키십시오. 적군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빈도가 대처하겠습니다.”
송강은 각 진에 영을 전해 일제히 군사를 일으켜 곧장 고당주성 앞으로 가서 하채했다. 다음 날 새벽에 밥을 지어 먹고 군사들은 모두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송공명·오용·공손승 세 사람은 말을 타고 앞장서서 깃발을 흔들고 북을 울리며 함성을 지르면서 성 아래까지 돌격했다.
한편, 고렴은 화살 맞은 상처가 이미 다 나았는데, 군졸이 와서 송강의 군마가 당도했다고 보고하였다. 고렴은 갑옷을 입고 성문을 열고 조교를 내리고서 3백 신병과 장병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