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나무의 천권읽기 - 9권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 / 저자: 원제스님 / 출판사: 불광출판사
*책과의 인연
우연히 원제스님이라는 분의 블로그를 발견하고, 글이 좋아서 구독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책을 출간하신다는 글을 보면서 이 책이 나왔음을 알게되었고, 평소에 구독하던 불광출판사 블로그 신간 안내글을 통해서 또 접하게 되었다.
*감상후기
이 책은 어느 스님이 출가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수행하면서 느끼고 깨달은 바를 기록한 책이다. 평소 스님의 블로그를 통해 글을 읽으면서 남다른 수행자라는 생각을 했고, 블로그에 그동안 써왔던 글과 새롭게 쓰신 글을 엮어서 책을 내신다기에 사서 읽게 되었다. 참고로 서점에서 이 책은 종교가 아닌 철학서적으로 분류돼있다.
종교학을 전공한 스님은 늘 삶에 대한 갈증과 허기속에서 헤매다가 불교를 접하면서 '이 사람(붓다), 진짜를 얘기하고 있다'라는 생각을 했고 결국 출가까지 하여 수행자의 삶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불교의 가르침이 관념과 생각에서 머물지 않고 매순간 우리 삶에서 함께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했고, 그 가르침들을 일상의 삶 속에서 풀어내고 나름대로 체화해가며 쓴 논리적인 글을 한 편씩 읽다보니 눈에서 안개가 한 겹 걷혀지는 느낌을 받았다. 스님은 무언가에 속아 넘어가며 사는 것을 가장 경계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나를 가장 많이, 철저히 속이는 것이 나 자신이라는 점을 계속하여 강조하신다.
불교가 종교라기 보다는 인간 존재를 가장 정확하게 꿰뚫어 보는 철학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했던 책이다. 자신 스스로와, 본인이 살고 있는 현재 눈 앞의 삶에 대해 끊임 없이 성찰해온 한 수행자의 고군분투한 흔적, 이 사람을 이렇게 강인한 철학자로 만들어 준 것은 다름 아닌 붓다의 가르침이었다. 그리고 나도 겪었던 비슷한 경험들을 떠올리면서 불교가 인간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역시 자각(自覺)의 기쁨임을 되새겨 보는 시간이었다.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큰 기쁨은 나 자신을 알아가는 일인데, 그건 본인만이 할 수 있는 것이고,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이라는 것, 이것이 오늘날까지 불교가 전해지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인상깊은 구절
'불기자심 (不欺自心), 자기 마음을 속이지 마라.'
다른 사람이 나를 속이는 것을 아는 것은 쉽습니다.
내가 내 마음을 속이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또한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나에게 속지 않는 것은 어렵습니다.
아주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속이는 게 아닙니다.
내가 나를 속이는 겁니다.
이를 바로 아는 것도 어렵고, 이로부터 벗어나는 것도 힘들고,
그 후에 나를 쓰는 것으로 가기까지도, 길고도 힘겨운 여정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