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에서 중국인 유학생 2명이 10대 청소년들에게 '인종차별 테러'를 당한 사건이 발생, 양국 간 외교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25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지난 23일 0시30분께 시드니 중앙역을 출발해 록데일로 향하던 기차 안에서 10대 6명이 중국인 유학생 2명에게 심한 인종차별적 언사와 함께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했다.
10대들은 기차가 록데일 역에 이르렀을 무렵 갑자기 자리에 앉아있던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달려들어 "아시아 개들(Asian dogs)" 등의 인종차별적 욕설을 퍼부으며 주먹과 발, 유리병 등으로 마구 폭행했다.
이들은 심지어 불이 붙어 있는 담배로 한 피해자의 얼굴을 지지기도 했다. 또 가해자 중 한 10대 소녀는 중국인 유학생이 코에 흐르는 피를 닦으려 하자 자신의 속옷 속에서 탐폰 생리대를 꺼내더니 "이거나 먹어라!"고 소리치며 입속에 쑤셔넣기도 했다고 피해자들이 증언했다.
피해자들은 기차가 록데일 역에 도착한 직후 경찰에 신고했으며 15분 뒤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남자 4명과 여자 2명을 체포했다.
이날 피해를 본 중국인 유학생들은 시드니 공과대학에서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피해자의 블로그 등을 통해 알려지자 중국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 등을 중심으로 중국 내 여론이 들끓고 있다.
시드니 주재 중국 총영사관은 호주 정부에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중국통'으로 알려진 케빈 러드 전 총리는 이번 사건에 대한 강한 우려와 유감을 표시하면서 개인적인 네트워크 등을 통해 사태 해결과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쉬안(Xuan)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피해자는 자신의 중국어 블로그에서 "이번 일이 한순간의 악몽이었길 바라지만 나의 입에서 나는 피냄새와 내 몸에 느껴지는 고통은 이 도시가 매우 위험한 도시라는 사실을 나에게 일깨워준다"고 적었다.
쉬안은 특히 "폭행을 당한 것도 큰 충격이지만 더욱 화가 나고 실망스러운 것은 당시 기차 안에 많은 다른 승객들이 있었는데도 우리를 전혀 도와주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심지어 열차 승무원들도 우리의 구조 요청을 외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호주에서의 유학 생활을 정리하고 중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캔버라 주재 중국 대사관이 호주를 여행하는 자국인들을 상대로 '안전상의 주의'를 요청한 직후 발생해 호주 내 최대 규모인 중국인 이민자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호주로 유학 또는 이민을 오는 중국인들의 수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지만 중국인을 상대로 한 인종차별적 범죄 또한 증가하는 추세라고 호주 언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