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는 인간의 본능을 자극한다. 짐승이 포효하는 듯한 엔진 사운드, 공포스러울 정도로 빠른 속도, 육감적이고 다이내믹한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소유욕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러한 특징 중 몇몇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고성능차마저 전동화 트렌드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우디는 고성능 모델에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미드십 스포츠카 R8의 후속 모델은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탑재할 가능성이 높으며, 얼마 전 공개한 고성능 SUV SQ5 TDI도 기존 V6 3.0L 디젤 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각각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적용한 스포츠카 i8과 AMG 53 시리즈를 선보이며 친환경 고성능 자동차 시장을 이끌고 있다.
슈퍼카에 부는 전동화 바람
슈퍼카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페라리 라페라리, 포르쉐 918 스파이더, 맥라렌 P1은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통해 고성능을 구현하고 있다. 이러한 차가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는 것은 기존 내연기관으로는 환경규제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2017년 유럽은 그동안 사용하던 배출가스 및 연비 측정 방식 NEDC를 폐기하고 새로운 시험조건을 내세우는 WLTP를 도입했다. 아울러 실제 주행환경에서 배출가스를 검사하는 RDE도 함께 시행한다.
현재 유럽연합은 자동차 제조사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0년까지 95g/km, 2025년까지 68~78g/km로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들은 판매하는 차량의 평균 연비 성능을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했다. 자동차 제조사의 돌파구가 바로 전동화 파워트레인인 것이다.
일부 자동차 마니아들은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스포츠카가 주행 감성이 부족할 것이라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는 전기모터가 즉각적으로 발휘하는 강력한 토크로 엔진 성능을 보완해 오히려 동력성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전동화 파워트레인 시대에도 자동차 제조사의 퍼포먼스 경쟁은 여전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한편 고성능차의 경쟁을 가로막는 또 다른 규제 도입이 예고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2년까지 자동차 속도를 제한하는 장비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자동차의 카메라가 도로의 속도제한 표지판을 인식하면 그보다 빠르게 주행할 수 없도록 스스로 속도를 제한하는 장치다. 다만 위급 상황 등을 고려해 도로 상황에 맞춰 일시적으로 속도 제한을 해제하는 등 다각도로 개선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럼에도 점차 강화되는 여러 규제 앞에서 고성능차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도입한 슈퍼카 회사들이 변화하고 있는 생태계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