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에 그냥 빠져들었다
안골은빛수필문학회 양희선
평창은 지금 후끈 달아올랐다. 꿈과 열정으로 타오르는 겨울올림픽이 두메산골 평창에서 개막되었기 때문이다. 역대 최대 규모인 92개국이 참가하여 102개의 금메달을 놓고 선의의 경쟁심을 발휘하여, 평화와 화합을 이루는 장(場)이 될 것이다. 눈과 얼음판에서 0.001초로 승부를 가르는, 손에 땀을 쥐게 한 경기는 지구촌 곳곳에서 25억 명의 이목을 사로잡는 순간이었다.
처음엔 컬링이 무슨 경기인지 잘 몰랐었다. 대결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시청하다보니 조금씩 알 것 같았다. 4명이 한 팀을 이루고 맷돌처럼 손잡이가 달린 묵직한 돌덩이를 ‘스톤’이라한다. ‘브름’이라는 빗자루 같은 것을 들고 2명의 선수가 빙판을 힘껏 닦으면서, 마치 양궁의 과녁처럼 생긴 원안에 집어넣어야 득점하는 거였다. 보기에는 단순한 동작 같아 보였으나 브름 질 하느라 힘들고, 침착한 집중력과 고도의 전략이 요구되는 경기였다.
매끄러운 빙판에서 맷돌 같은 둥글넓적한 스톤을 하우수라는 표적을 향해 미끄러뜨려 득점을 겨루는 경기다. 스톤을 목표한 곳으로 유인 적중시켜 상대방의 스톤을 밀어내는 전략을 짜야한다. 스톤끼리 부딪쳐서 반사적으로 튕겨나가는 묘미는 컬링에서만 볼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부딪치는 속도를 따라서 튕겨나는 각도로 인해 점수를 따기도 하고, 무효가 되기도 한다. 스톤을 밀어내는 우리선수들은 팔에 익혀진 감각과 정신력으로 흐트러짐 없는 동작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4명으로 구성된 경기인 만큼 팀워크(teamwork)가 중요하다. 경북의성여고출신으로 자매와 친구들이 팀을 이룬 끈끈한 사이다. 경기를 주도하는 주장 김은정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한결같았다. 경기의 정식용어는 필요치 않았다. 친구의 이름 영미를 부르면 되었다. 영미를 크게, 작게, 길게, 짧게 부르는 박자에 따라 그들만이 소통하고 알아들어 지시에 따라 행동하였다. 부르기 쉽고, 알아듣기 쉬운 이름, 영미를 마구 불러댔다. 영미~~.
10엔드로 승부를 가리는 컬링은 긴 시간을 요한다. 발도 시릴 거고, 빙판의 추위를 잊고 차분하게 오래도록 경기에 몰두하는 그녀들이 안쓰러웠다. 시골아가씨들이 세계무대인 올림픽에서 기죽지 않고 침착하고 당당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컬링에 그냥 빠져들었다. 준결승전에서 일본과 대결하여 앞서가다가 10엔드 막판에 동점이 되어 아쉬웠다. 마지막 1엔드경기로 승부를 가리는데, 주장 김은정이 침착하게 스톤을 적중시켜 1승을 따냈다. 마음조이고 손에 땀을 쥐게 한 멋진 한판이었다.
세계적인 강팀을 차례차례 물리치고 8승 2폐로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4명 모두가 맡은 자기의 소임을 다했기에 좋은 결과를 거두고 국민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다. 우리사회나 가정에서도 스킵(윗사람)이 적절한 지시를 내리면 군말 없이 따르고, 자기가 맡은 임무를 다할 때, 화합과 평화로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서로 자기의견만 내세우면 의견충돌로 사회나 가정에서도 불화만 커질 뿐, 평탄하지 못할 것이다.
컬링경기가 시작된 유래는, 영국 스코틀랜드 지방에서 얼음이 얼면 동그란 돌덩이를 굴리면서 즐기던 놀이였다. 캐나다로 이주한 스코틀랜드출신 이주민이 스포츠 경기로 승화 시켰다는 것이다.
17일간 눈물과 땀, 감동의 경기로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은 끝났다. 최첨단 기술로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예술의 극치는 우리 모두의 감동이었다. 최대 규모로 치러진 올림픽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한국선수단은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로 역대 최다의 메달을 수확하여 종합 7위였다. 폐회식 마무리로 선수단과 자원봉사자, 관람객 등이 하나가 되어 케이팝(K-pop)의 흥겨운 노래와 댄스뮤직이 신나게 흐르는 평창의 마지막 밤을 뜨겁게 달구고 성화는 꺼졌다.
(2018.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