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4/01/01/RYWEJ3ORF5CKPIYDEEWEUPPUAQ/
한국일보
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778047?sid=103
매일신문
https://m.imaeil.com/page/view/2023121813263493016
강원일보
https://n.news.naver.com/article/087/0001017332?sid=102
신문사의 연행 구분이 정확치 않아서, 옮기는 과정에서 연 행이 시인의 작품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옮긴이)
[조선일보]
민들레 꽃씨와 아이/조수옥
멜빵바지 입은 한 아이가 길섶에 쪼그리고 앉아 민들레 꽃씨를 붑니다. 입술을 쭈욱 내밀며 후~ 후~ 하고 불자, 요런 간지러운 봄바람은 처음인 걸 하며 민들레가 하늘에 꽃씨를 퍼뜨립니다. 꽃받침을 베고 잠든 잠꾸러기 꽃씨 하나 머뭇댑니다. 아이가 연거푸 후훗! 하고 불어대자 그제야 기지개를 켜며 쫓기듯 날아갑니다.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까까머리가 된 민들레가 내년 봄에 다시 보자며 꽃대궁을 흔들어댑니다.
[한국일보]
산타와 망태/임종철
혹시 너희들 그거 알아?
산타와 망태할아버지는 같은 사람이라는 걸
다들 믿지 못하는 표정인데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어봐
산타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에
온 세상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잖아
그 많은 선물을 어떻게 다 만들겠어
처음엔 혼자 만들려고 했는데
도저히 날짜를 맞출 수 없어서
망태할아버지가 되기로 마음먹은 거야
말 안 듣는 아이들을 데려가 일을 시키면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거든
크리스마스 하루만 빨간 옷을 입고
나머지 364일은 망태를 지고
일을 시킬 아이들을 잡으러 다니는 거야
평소에 굴뚝으로 드나드니까
몰래 데려가는 것은 식은 죽 먹기겠지
증거가 있냐고?
당연히 있지
우리를 착한 아이로 만들려고 할 때
둘 중 한 명을 꼭 부르잖아
선물을 안 준다거나 잡아간다고 겁을 잔뜩 주지
어른들의 입에서
태어난 둘은
틀림없이 같은 사람일 거야
[매일신문]
빅뱅/김영욱
오일장 구석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는
쌀 한 톨에도
우주가 담겨 있다고
뻥을 친다
화로에 불을 붙이고
페달을 밟으면
오래된 무쇠 로켓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발사 10초 전,
귀를 막고
두근두근
숫자를 세는 대우주시대
뻥이요,
블랙홀이 활짝 열려
쌀별들이 쏟아져
골목길도 넉넉해지는데
자꾸만 작아지는
내 마음
오늘은
내 꿈도 뻥 튀겨 주세요
말하고 싶은데,
할아버지는 하루 종일
보이지 않고
잠이 하얗게 쏟아지는
밤은 또 오고
[강원일보]
페이스 페인팅 / 장은선
꽃축제에 갔더니
페이스 페인팅을 해줬어요
친구들은
포켓몬 같은 캐릭터를 그리는데
나는 보름달을 그려달라 했어요
할머니가 보름달을 좋아하거든요
병상에 누운 할머니가
나를 이만큼 예쁘게 키워줬으니
이젠 내가 할머니를 안아줄 차례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