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금) 오후 3시
대전 민족사관
자전거 도둑을 읽고
기성이가 계속 보이지 않는다. 알바 때문인지 계속해서 얼굴을 볼 수가 없다. 그전에도 수업 시간을 맞추는 것을 어려워 했는데, 지난 주부터는 얼굴을 볼 수가 없다. 대신 성진이는 수업이 진행될 때마다 보이는 반응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이런 저런 이야기도 잘 나눈다. 특히 자신의 삶과 관련해서 말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질문에 빙빙 돌려가며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에 대해서 언급하기를 피했는데, 요즘은 상대적으로 밝아졌고 적극적이다.
오늘은 ‘자전거 도둑’이란 책을 읽고 나누었다. 그런데 어느 때보다 책을 이해하기 힘들어 했다. 무엇보다 시대적인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녀석을 붙잡고 70년대 대한민국과 서울, 특히 청계천이라는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뭐… 이천년대에 태어났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문제는 그러다보니 책 안에 담겨진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럴 때 세대 차이를 크게 느낀다.
그래서 잘못된 어른들의 삶에 대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랬더니 기성이가 자신의 경험들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대두분이 학교에서 만난 어른들의 이야기다. 항상 웃기를 잘하고 긍정적인 표현들을 하는 녀석이라 그런 불만이 많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은 불만과 불평들을 이야기해서 순간 살짝 놀랬다. 특히 불공평한 일들 그러니까 차별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을 들을 때 같은 어른으로서 미안했다. 이럴 땐 대신해서 용서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성이에게 어떻게 전달이 되었는지를 알 수 없지만, 같은 어른으로서 겸손히 용서를 구했다. 이것을 통해 녀석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어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