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진 벚나무
봄기운을 받아 나뭇가지는 하늘을 향해 위로 뻗으며 자란다. 그러나 드물게 아래로 처진 나무가 있다. 운문사의 처진 소나무가 그렇다. 수령이 수백 년의 나무로 가지가 아래로 향하며, 둘레가 수십 미터로 둥근 모양의 아름다움을 하고 있다. 그 나무는 천연기념물이며 일 년에 양분으로 막걸리를 12말이나 먹인다고 한다.
도심의 가로수나 관상용으로 벚나무가 많다. 벚꽃이 필 시기이다. 그 벚꽃은 가지가 위로 향하며 가지마다 꽃이 주렁주렁 맺어 아름다운 봄 향기를 자아낸다. 매일 운동하러 가는 곳에 벚나무는 가지가 수양버들처럼 아래로 늘어뜨리며 꽃이 위에서 아래로 맺혀 있으며 신비감마저 들게 한다.
그곳은 시지 덕원 학교 옆으로 흐르는 욱수천을 따라 지금 개화를 시작하여 주말에 절정을 이루리라 싶다. 또 개울 따라 샛노란 개나리가 만개하여 바람에 하늘거리며 웃고 있다. 축 늘어뜨린 벚꽃을 휴대 전화기에 담으면서 ‘저 나무는 가지가 왜 아래로 뻗었을까?’ 하고 생각에 잠기면서 무언가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느낌이다.
많은 사람은 위로 뻗은 나뭇가지처럼 목적 달성을 위해 위로 치닫는다. 돈과 권력, 명예를 위해서 말이다. 각종 회의나 모임에서 윗자리에 앉으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저 처진 벚나무는 반대로 아래로 내려앉는 겸양의 미덕을 보이며 오히려 더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은연히 들려온다.
또한 저 벚나무는 인간의 욕망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경전에 ‘바벨탑 이야기’가 있다. 인간이 하늘의 신과 같아지기 위해 하늘로 탑을 쌓았다. 신은 인간의 교만과 도전에 응징하여 서로 말을 달리하여 통하지 않도록 하여 뿔뿔이 흩어지게 하여 뜻을 이루지 못하게 했다. 오늘날 그 바벨탑의 흔적을 바빌론(이라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침에 상쾌한 공기와 더불어 동호인들과 운동하고, 틈새를 이용하여 개천을 거닐며 자연을 담았다. 개천의 물이 ‘촬촬’거리며 우렁차게 흐른다. 그 가녘에 흐드러지게 핀 개나리, 그 윗길을 따라 벚나무가 가지를 아래로 늘어뜨리면서 꽃이 피고 있다. 그곳에서 처진 벚나무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상생의 법을 깨닫게 했다.